CULTURE

몸과 몸 – 육상, 태권도, 요가

2016.02.29GQ

육상4

직업 성균관대 4학년 육상 선수

나이 23세

180cm

몸무게 70kg

“솔직히 근육 커봤자 쓸데없어요. 팔다리를 빨리 휘둘러야 하는데, 크면 무겁게 흔들리니까. ‘코어’가 단단해야 돼요. 100미터면 딱 10초 전력 질주하는 동안 허리가 뒤로 까지면 안 돼요. 복근으로 딱 버텨야 하는데, 그 복근을 받쳐주는 게 허리 배근이고. 근데 또 속근육이 좋아야지 아무리 배에 왕자 갈라져도 소용없어요. 요즘 유행하는 플랭크 같은 걸 어릴 때부터 했어요. 단거리 선수가 중장거리 선수에 비해 상체랑 허벅지가 발달되긴 해요. 저는 주종목은 400미터지만 100미터랑 200미터도 뛰어요. 최고 기록은 100미터 10초 74, 200미터 21초 23, 400미터 47초 21. 피니시 운동이라고, 400미터 선수면 500미터를, 100미터 선수면 150미터를 연습하는 게 있어요. 400미터 선수라고 400미터만 뛰어 버릇하면 사람 몸이 무의식적으로 적응해서 경기가 언제 끝날 지를 알아버리잖아요. 육상은, 예를 들어 400미터면 딱 한 100미터 남았을 때, 진짜 절실할 때 악바리로 힘을 쥐어짜 터뜨리는 거거든요. 제가 올해 4학년이라, 지금이 제일 절실한 시기예요. 몸값도 올려야 하고. 작년이랑 재작년 모두 전국체전 대학부 3관왕을 했는데, 올해는 꼭 4관왕 하고 나서 졸업하고 싶어요. 뛸 때 제가 지고 있거나 똑같이 가면 옆 사람이 보이잖아요. 그런데 딱 이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요. 그 순간이 진짜 좋아요. 지금 말하고 있는데도 막 몸이 찌릿하네요.”

 

신민철 (2)

직업 익스트림 태권도 선수

나이 31세

170cm

몸무게 72kg

“외국에서는 ‘트리킹’이라고 보지만, 저는 ‘익스트림 태권도’라고 생각해요. 태권도를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어요. 일곱 살 때 태권도를 시작하고 두 번의 계기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열한 살 때, 겨루기가 아닌 시범을 하겠다고 결정한 거예요. 겨루기는 상대를 무너뜨려야 올라가지만, 시범은 열심히 해서 성공하면 박수를 받죠. 제 실력이 늘면 제 옆의 친구도 실력이 늘고요. 두 번째는 열일곱 살 때예요. 마샬아츠 챔피언 스티브 테라다의 시범을 봤어요. 무술을 통해 에너지를 표출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죠. 태권도는 품새처럼 정해진 룰 안에서 자신과 싸우는 심신 단련이에요. 태권도의 기술적인 한계를 느끼던 시점이었어요. 720도, 900도, 1080도 발차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태권도 이외에 다른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 흔한 벤치프레스 한번. 기초체력도 주춤서기로 오래 버티거나 발차기 자세로 오래 버티면서 길러요. 태권도는 속근육, 즉 몸을 사용할 때 필요한 근육을 키워주죠. 제가 이름 붙인 ‘미르메 회오리’라는 기술이 있어요. 몸을 두 바퀴 회전하면서 세 번 차는 기술인데, 제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했거든요. 이제 네 번 차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발차기는 묘기가 아니에요. 발차기의 본질은 무릎을 접었다 펴며 뭔가를 파괴하는 거예요. 1260도를 도는 건 멋이 아니라 더 강하게 차기 위해서죠. 강하지 않으면 도를 논할 수 없고, 마샬 아츠라는 단어를 붙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요가 최우선

직업 요가 강사

나이 34세

172cm

몸무게 60kg

“요가를 처음 접한 건 7, 8년 전, 깊게 한 건 5년 정도 됐어요. 대학 다닐 때 웨이트트레이닝을 2년 정도 했어요. 체격을 키우려고 했죠. 그러다 마지막 학기에 요가 강의를 들었는데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웨이트트레이닝 했을 때는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었다면, 요가를 하고 나서는 충전되는 느낌이었어요. 요가를 만난 후에는 요가만 했습니다. 요가를 하면 몸의 모양도 많이 바뀌어요. 살도 많이 빠지죠. 호흡을 많이 하고 순환이 활발해지니까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근육을 세세하게 많이 쓰니까 온몸에 잔 근육이 많이 생겨요. 다른 운동에서 안 쓰는 관절, 근육의 모든 부분을 쓰거든요. 옷을 입은 태는 예쁜데 벗으면 딱 근육이 잡힌, 현대적인 몸이 되는 거죠. 수련을 하다 보면 이게 몸이지만 그냥 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몸은 마음과의 연결고리예요. 마음이 부드러운 사람은 요가도 빨라요. 경직된 마음을 가진 분은 몸도 뻣뻣하죠. 요가 수련으로 몸이 부드러워지면 마음도 부드러워지는 경우가 많아요. 수련을 하면 할수록 부드러움과 강함의 조화가 점점 깊어져요. 저도 이렇게 만져보면 말랑말랑해요. 그런데 힘을 주면 세세한 근육이 강하게 가동하면서 모양이 잡히는 거죠. 온몸의 근육이 세세하게 강해지면서 뚝심과 확고함도 생겼습니다. 제 몸요? 등을 볼 때 놀라긴 해요. 기립근도 그렇고, 척추를 받쳐주는 근육이 잘 잡혀 있죠. 단단해 보이고, 되게 좋아졌어요.” 글/ 정우영

    에디터
    유지성, 정우영, 정우성
    포토그래퍼
    황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