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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트렌드 2016

2016.03.29GQ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과 2016년에 주목해야 마땅한 차들을 모조리, 샅샅이 훑었다. 지는 회사와 뜨는 회사, 지금 반드시 사야 하는 차와 조금 기다려야 하는 차가 이 대화에 다 등장한다.

2016년, 어쩔 수 없이 기대되는 차가 두 대 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과 벤틀리 벤테이가. 브랜드가 단기 실적을 위해 내놓은 차인지, 미래의 먹거리 혹은 시장 주도권을 위해 내놓은 차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두 대는 브랜드를 어떻게 먹여살릴 수 있을까?

벤틀리 벤테이가는 안정적이고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은 흥미롭다. 벤틀리 벤테이가야말로 아주 현실적인 판단으로 만든 차다. SUV 시장은 이미 거기 있는 거니까. 벤틀리 고객은 이미 차를 예닐곱 대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벤틀리에는 SUV가 없어, 그 고객들이 지금까지 레인지로버나 포르쉐 카이엔 같은 차를 샀다. 벤틀리에서 좋은 SUV를 만든다는데 고객들이 마다할 리가 없지.

나라도 한 대 더 사겠다. 벤테이가에는 힘이 있다. 하지만 시장을 창조하는 차는 아니다. 자동차로 새 시장을 만들 때는 고려해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프리미엄 모델일수록 명분이 좋아야 한다. 명분도 실리도 없으면 그냥 망한 모델이다. 방금 말한 대로 벤테이가는 이미 명분이 확보된 차다. SUV는 요즘 다 하는 거니까. 명분보다 중요한 건 실리다. 그 실리를 보고 만든 차다. “앗, 우리 고객 차고에 가보니 다른 회사 SUV를 한 대씩 다 갖고 있네!” 가슴보다는 머리가 만든 차라는 뜻이다.

가슴으로 만든 차가 성공하면 그대로 아이콘이 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차들은 정말 사람들 가슴에 뭔가를 박아 넣음으로써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 혹은 아주 멀리 보고, 더 큰 세력을 구성하기 위한 하나의 포석이 될 수도 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이 그런 차다. 지금 SUV 시장은 장르적으로는 이미 포화됐다. 모든 크로스오버 작업이 끝난 상태다. 거의 선짓국 같은, 짙고 걸쭉한 레드오션이다. 브랜드는 여기서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찾거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보크 컨버터블은 그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작업이다. 누군가 시도한 적은 있지만 성공한 적은 없는 장르이기도 하다. 닛산이 로그 컨버터블을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실패했다. SUV와 컨버터블은 여유와 낭만의 조합인데, 로그는 그것을 담기에는 좀 안 맞는 그릇이었다.

게다가 여가, 사냥, 마차라는 전통 문제도 있지 않나? 정확히 영국 문화다. 취미 삼아 영지 안에서 사냥을 즐기고, 떨어진 새를 물어오라고 사냥개를 보냈다가 열린 지붕으로 다시 훌쩍 태워 이동할 수 있는 귀족의 이미지와 라이프스타일. 랜드로버는 이보크 컨버터블의 형식적 정통성은 영국에 있다고 말한다. 랜드로버는 영국의 전통 브랜드이자 SUV의 종가다.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을 실제로 노렸다면 그 컨버터블은 디스커버리나 디펜더에 먼저 적용해야 했다. 하지만 거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엄밀히 말하면 부티크 모델이다. 오프로드 성능이 엄청나기는 하지만 철저히 도시형 콘셉트다. 랜드로버 중 가장 젊고 공격적이면서 전통에서 자유로운 차라는 소리다. 시장 자체가 젊으니까 도전이 가능하다. 고정관념에서도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감성 코드와 전통을 엮은 다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바탕을 십분 활용한 차가 이보크 컨버터블이다.

정말 기대가 크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될까? 이보크 컨버터블을 사서 정말 컨버터블처럼 쓸 수는 있을까? 한국은 컨버터블이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있다. 도시에서 지붕을 열면 매연에 얼굴이 검어지고 시끄럽다고 생각한다. 제약이 많다.

바로 그런 점에서 SUV의 장점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다른 차들보다 높으니까 일단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개방감은 더 클 테니까. SUV 자체가 도심에서의 일탈과 자유를 상징하는 장르니까, 거기에 컨버터블을 얹어 또 하나의 워너비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음은 시원할 것 같다.

최후의 마케팅은 역시 가격일 거다. 늘 이보크가 비싸다고 생각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도 알고 있다. 그래서 처음 나올 때는 8천만원대뿐이었던 이보크가 지금은 6천만원대부터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일단 말이 많은 게 좋다. 비싸다는 소리를 그렇게 많이 들으면서도 재규어 랜드로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차가 레인지로버 이보크다.

레인지로버가 아니라? 이보크는 대부분 7천만원대, 라인업 중 중간 스펙을 산다. 거기가 수입차 시장에서 차종과 수요가 가장 많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BMW 520d, 메르세데스-벤츠 E220, 아우디 A6가 있는 시장이다. 쟁쟁하다.

SUV로 치면 BMW X3, X4, 아우디 Q5와 같이 있는 시장 아닌가?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이보크는 그 동네에서 충분히 왕 노릇을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브랜드의 실력이자 배짱 아닐까? 재규어 랜드로버의 힘이기도 하다. 대중과는 좀 다른 선택을 한다는 점, 소유하는 순간 독특해질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다. 남들 다 사는 걸 사는 게 아니라는 것, 나는 조금 다른 트랙을 타고 있다는 쾌감도 만만치 않고. 게다가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타면 탈수록 의외인 점이, 테일게이트 높이가 25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세계 기록을 갖고 있는 차인데도 뒷좌석 공간이 좁지 않다. 컨버터블을 타면 마치 옛날 쌍엽기를 탄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조종석 지붕이 없는 전투기.

올해 신차가 굉장히 많은데, 지금 브랜드들이 포트폴리오를 쪼개고 있는 것 같다. 취향은 점점 풍성하고 세세해지고 있지만 시장이 커지는 것 같지는 않다. 기대할 수 있는 수요는 딱 31~35세 사이일 거다. 그들이 3천만원대 수입차로 시작하는 경우. 일단 거기서 시작하면 국산차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수입차처럼 고급 내구성 소비재 시장은 보통 최상위 기종부터 아래로 흘러내려오는 톱다운 형식으로 성장한다. 어디까지 내려오느냐가 시장의 성숙도를 반영한다. 한국은 지금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까지 깨끗하게 왔다. 그 밑에 폭스바겐 골프가 있다. 그런데 그 시장에 사실상 골프 말고 뭐가 있나? 미니는 특별한 케이스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가는 거니까.

그래도 아우디 A1, BMW 1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가 그 시장에 진출한 건 반길 일이었다. 아우디 팬이라면 A1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거라고 봤다. 그 자체로 매력적이긴 하니까. 찬조출연이다. 아우디 A1은 사실 폴로, 미니와 같은 시장이다. 하나 아래 세그먼트다. 가능성은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에 있다고 본다. 이번에 나온 A200이 3천6백만원대다. 폭스바겐 골프 1.4 TSI 프리미엄과 비슷한 가격이다. 내비게이션이 없는 모델끼리 비교할 때는 A클래스가 3백만원 정도 비싸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쪽 옵션이 훨씬 좋다.

이번 A클래스는 중요하다. 다크호스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30대 초중반이 ‘살 수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이미지는 정말 중요하다. 게다가 A클래스는 조수석에 탄 여자 동승객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차였다. 그건 정말 감각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타자마자 “이 차 좋아요”라고 말하기에 뭐가 다르냐 물었더니, “모르겠어요, 그런데 대접받는 것 같아요.”라고 한 차가 A클래스다. 바로 그런 것이 결정적이다.

그것이 지금 메르세데스-벤츠의 감각이고, 디자인 총괄부사장 고든 바그너이고, S클래스부터 내려오는 그들의 탁월한 디자인 언어다. 강력하다. 지금 메르세데스-벤츠는 일관적이면서도 우아하다. 그렇게 심플할 수가 없다. 정말 직관적이다. 나도 A클래스를 시승하면서 아내한테 물은 적이 있다. “어때? 당신 같으면 골프 살 거야 이거 살 거야?” 아내는 골프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독일에 살 때 골프를 탔는데 지금도 그리워한다. 심지어 BMW 520d를 탈 때도 당연히 골프가 좋다고 한 사람인데 그 순간 고민하다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이 차 비싼 차 아니야?”

‘벤츠니까’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진짜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물었다는 점이다. “여보, 이거 폭스바겐 골프랑 가격이 별 차이가 없어” 그랬더니 아내가 정말 놀랐다. 고민이 시작된 거지. A클래스는 선택과 집중을 정확하게 했다. 폭스바겐 골프는 차에 타는 거의 모든 사람을 두루 만족시키고자 한다. A클래스가 그렇게 했다면 가격이 더 올라갔을 거다. 그런데 다 힘을 빼고 운전석에 집중했다. 승객이나 동승자에게 주는 것은 고급스러운 감촉과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이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주행 감각도 매끄러워졌다. 전 모델에 비해 힘을 뺐다. 정말 좋아졌다.

그게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신감 아닐까? 아니 요즘 같은 때 내비게이션 옵션이 필요하긴 한가? 그 옵션 때문에 벤츠를 갖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흔들릴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처럼 젊은 시장을 노리는 차라면 더욱. 이전 A클래스는 사춘기 같았다. 청소년은 자기가 어른스럽고 혼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괜히 멋을 내곤 하는데, 그때 A클래스가 그랬다. “나 자신 있어, 자신 있다니까!” 그러면서 어깨에 힘을 빡 주고 있었다. A클래스는 사실 시내에서 편하게 탈 수 있는 동시에 아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차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 거칠기만 했다. 그래서 피곤했다. 이번 A클래스는 딱 철이 들었다. 말이 통하고 대화가 가능해졌다. 게다가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주렁주렁 달 필요도 없어졌다.

애플리케이션이 훨씬 정확하고 편리하니까. 우리 말 나온 김에 이 놀라운 회사, 메르세데스-벤츠를 짚고 가자. 2016년 벤츠의 무서움은 일단 SUV 라인업의 완성에서 온다. GLA, GLC, GLE, GLE 쿠페, GLS, G클래스까지. 가장 기대하는 차는 GLE 쿠페, 갖고 싶은 차는 GLC다. 벤츠가 이전 세대 디자인 언어를 가다듬으면서 혹독한 사춘기를 거친 것 같다. 그 결과 안팎으로 완벽에 가까워졌다. 디자인 언어와 주행 감성 사이에도 말이 통하는데 그 언어가 무척 아름답다. 주행 감성은 완숙하다. 이러면 그냥 믿는 수밖에. 나도 GLC를 가장 기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안방마님 같다. 남편이 무슨 짓을 해도 안방마님 손바닥 위에 있는 거다. 운전자가 무슨 짓을 해도 차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아우디는 조강지처 같다. 일을 처리하는 스케일과 능력의 차이다. 안방마님은 늘 의연하게 모든 것을 처리하는 사람, 조강지처는 모든 일을 처리하지만 때로는 가슴 아파하고 때때로 감정을 드러내는 성격이다. 모든 역할을 정성껏, 다 해내지만 가끔은 버거워한다. BMW는 원래 쾌활한 애인이었는데 요즘은 결혼 후 10년 정도 된 아내 같다. 안정적으로 나를 관리하고 싶은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BMW M2 쿠페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을까? BMW와 M의 이미지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차다. 관록과 젊음을 같이 가진 차. 맞다. 나는 늘 BMW 본연의 경쾌함과 콤팩트함이 살아 있는데 섀시가 현대적인 차를 원했다. 체지방이 쌓이고 뻣뻣해지는 30대의 몸이 요가를 통해 유연해지면서 잔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 차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지 않으면 BMW는 큰 위기라고 생각했다.

 

 

아우디는 올해 Q7, A3 이트론, R8, A6 아반트가 있다. 확장하고 있긴 한데…. 걱정하는 부분 중에 하나다. 나는 그 회사가 지금 누군가 방향을 잡지 않고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년에 A1을 내놓을 때부터 그랬다. 새로운 시장에 나와서 정확하게 자리매김이 안 되면 떠내려가거나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차들을 막 던지고 있다.

원래 있던 그 선명한 라인업의 아우라도 흐려졌다. A3, A3 스포트백, A4, A6, A7, A8에 A5 스포트백과 카브리올레까지도. 차는 좋은데 존재이유를 정확하게 가르쳐주지 않으면 손님들이 납득을 못하는 차들. Q3를 던져놓고 관리에 소홀했던 시점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아우디 Q3는 폭스바겐 티구안에 떠내려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티구안보다 더 작고 비싸게 만들었다면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 이유를 얘기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뒀다. “이 차는 엔진이 좀 세고 음, 아우디예요.” BMW X3를 사지.

포르쉐가 911을 출시했는데 가슴이 설레지 않는다는 말이 솔솔 들려오는 이유는 또 뭘까? 어차피 최고라는 걸, 타보면 역시 훌륭할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겠어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지금 911을 출시했을 때 나는 이렇게 썼다. “드디어 명실상부하게 911이 GT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911은 그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랜드 투어러가 됐다. 편하고 친절해졌다. 그래서 911 아래 있던 동생들이 이제는 기를 펼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그 이후에 박스터와 카이맨이 정말 좋아졌다. 지금 포르쉐의 열쇠는 718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단단한 건 역시 메르세데스-벤츠다. 올해는 심지어 E클래스도 나온다. 진정한 왕의 귀환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우리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공들여 만든 스토리보드의 완성을 보게 될 거다.

그건 메르세데스-벤츠가 브랜드로서 쌓아온 저력일까? 이나면 디터 제체 회장의 능력인가? 능력이고 브랜드 전략이다. 이건 뛰어난 프로덕트 매니저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완결성이 아니다. 그 윗사람이 뛰어난 거다. 메르세데스는 메르세데스- AMG,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세 브랜드로 회사를 재편하고 거기에 맞춰 모델 이름도 다 바꿨다. 그 직후에 흐름이 잡혔다. 올해는 E클래스가 세단 라인업을 완성할 거다. SUV는 GLA부터 G클래스까지 다 끝났다. SLK 후속 SLC와 SL도 완성됐다. A클래스는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비로소 벤츠다움을 찾았다. S클래스 카브리올레도 나온다. 없는 차가 없고 무책임하게 막 던진 차도 없다.

모든 라인업에 확실하게 책임을 지고, 한 대 한 대가 정확한 임무를 갖고 있다. 올해는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메르세데스-벤츠를 사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기에 나온 차는 여러모로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으니까. 아우디도 그런 해가 있었다. A7이 나왔을 때는 그 차를 사는 게 옳았다. 그 차는 분명히 클래식으로 남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나도 지금 A7을 그리워할 것 같다. 모든 브랜드에 그런 시기가 있고, 올해는 명실상부 메르세데스-벤츠의 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진짜 프리미엄이 됐다. A클래스를 다루는 자세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A클래스는 그것이 앞바퀴굴림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성격을 최대한 살렸다. 앞바퀴굴림이면서 뒷바퀴굴림의 승차감을 살리려고 노력한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와 아주 비교되는 행보다. 또 하나, 올해는 볼보를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볼보를 생각하면서 잠자코 박수를 치고 싶다. XC90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차였다. S90도 나올 예정이고. 또 다른 왕의 귀환이다. 브랜드 전략은 볼보처럼 짜는 거다. 볼보는 그동안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XC90을 출시하면서 성대한 대관식을 치른 것 같다.

XC90은 모든 것이 훌륭하다. 디자인 언어, 감각, 설득력, 패키징, 거주성, 배려…. 중요한 건 이미지다. 이 차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이다, 상상했을 때 그 상상 속의 삶을 내가 동경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호화로운 차는 많지만 그 안에 가족을 포함한 차는 흔치 않다. XC90에는 가족을 포함한 가장 이상적인 일상과 주말이 같이 있다. 모든 것을 이룬 가족이 살 것 같은 차다. 경제적으로도 모자랄 게 없고 마음에도 여유와 사랑이 풍성한 사람의 차. 정말 부러운 사람의 차다. 볼보가 지향하는 럭셔리에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 오디오 시스템은 바우어 앤 윌킨스를 썼다. 화룡점정이랄까. 볼보는 소리통이 워낙 좋은 차다. 게다가 바우어 앤 윌킨스라니. 주제, 기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맞췄다. 나는 21세기에 가장 잘되고 있는 브랜드는 볼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폭스바겐은 올해를 조용히 지나가야 할까? 티구안 풀 모델 체인지와 골프 페이스 리프트가 있다. 역시 그 둘에게 달렸다.

    에디터
    정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