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일상인 패션 디자이너에게 남자의 몸에 대해 물었다.
오늘 아침 눈떴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 파리.
아침마다 건강을 위해 습관처럼 하는 게 있나? 따뜻한 물에 레몬을 띄워 마시고 간단한 요가 동작을 한다. 그리고 또 녹차를 마신다. 아시아에 머물렀을 때 생긴 습관이다.
오늘 운동할 계획이 있나? 아니면 이미 했나? 아침 일찍 조깅을 했다.
보통 일주일에 얼마나 운동하나? 3, 4일 정도는 꼭 운동을 한다. 뉴욕에 있을 땐 이틀은 조깅, 하루는 크로스핏, 나머지 하루는 요가를 했다. 파리로 이사하면서 아직 제대로 시작을 못했지만.
< GQ KOREA >가 GYM 이슈를 기획했을 때, 당신을 떠올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은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서 내 브랜드 SATISFY를 처음 봤을 거고, 그 옷이 요즘 유행하는 GYM과 어울려서가 아닐까.
당신만큼 GYM 이슈와 잘 어울리는 사람, 또 있을까? 브라이스 파투슈. SATISFY는 그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게다가 그는 지금 파리 마라톤에 대비해 훈련 중이다. 잘되고 있나 모르겠다.
그럼 당신은 SATISFY에서 무슨 일을 하나? 2016 S/S 컬렉션이 SATISFY의 첫 쇼다. 콘셉트, 리뷰 분석, 제품 개발, 마케팅, 아웃소싱 모두 다 직접 한다. 바이어들과 직접 만나서 제품에 대한 얘기도 한다. 그런데도 매일매일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게 신기하다.
SATISFY는 어떤 남자를 위한 옷인가? 달리기를 좋아하고, 달리면서 멋져 보이고 싶은 창의적인 남자. 패션과 여행을 좋아하고 자기 옷장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걸 좋아하는 남자. 늘 최고를 원해서 오히려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남자.
운동을 하지 않는 남자도 SATISFY를 즐길 수 있을까? 물론이다. 팀원 대부분이 SATISFY 전에 패션 업계에서 일했기 때문에 옷 하나하나에 스타일을 넣는 게 자연스럽다. SATISFY는 기능성이 가장 우선이다. 하지만 동시에 멋있어야 한다. 스포츠도 패션이니까.
SATISFY에서 가장 ‘만족’할 만한 옷은 무엇인가? 자연 소재로 된 기능성 티셔츠와 팬츠. 방수 기능이 있는 더블 후드 알루미늄 재킷도 좋다.
당신은 나이키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나이키와 SATISFY에서의 칼리 보멜은 어떻게 다른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르다. 나이키는 맘모스 같았다. 모든 게 어마어마했고, 더 성공하는 게 목표였다. 그때가 운동화를 신고도 미슐랭 스타 식당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막 생겨날 때라 필요한 기술을 찾아 어디든 뛰어다녔던 것 같다. 반면 SATISFY는 모든 게 처음이다. 발전이 아닌 완전한 창조. 더 개인적이기도 하다. 평소 브라이스와 나눈 얘기들을 떠올리며 세부를 만들고 디자인을 하면 몇 시간 후에 결과를 볼 수 있다. 바이어들과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수정이나 보완도 자유롭고. 스포츠웨어라는 점은 닮았지만 타깃도 조금 다르다. SATISFY는 캐릭터가 분명한 색다른 사람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파트너 브라이스에게도 늘 말한다. SATISFY는 나의 남자 버전이라고. 아무튼 둘을 비교하긴 힘들지만, 나이키에서의 경험이 SATISFY에 많은 도움을 준 건 사실이다.
스포츠 패션이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다. 왜일까? 모든 게 바쁘고 빨라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두루 잘 어울리고 간편한 옷을 찾게 된다. 스포츠 패션은 그런 매력이 있다. 트레이닝팬츠에 셔츠도 좋고, 윈드 브레이커에 테일러드 팬츠도 어울리니까. 복잡하고 어렵지 않으니까.
이 유행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스포츠 패션과 반대로 정통 클래식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다. 맞춰 입고 갖춰 입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의 조합에 익숙해져 있다. 지하철 계단을 두 칸씩 오르내리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입을 수 있는 옷. 얼마나 편하고 멋진가. 스포츠와 클래식. 그런 의미에서 아마 영원하지 않을까? 나의 바람이기도 하고.
여자로서, 스포츠 광으로서, 스포츠 패션 디자이너로서 언제 남자의 몸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꾸미지 않았을 때. 클래식과 오리지널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화이트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할 때의 당신 ‘패션’을 알고 싶다. 블랙을 좋아한다. 원래 SATISFY의 첫 아이디어도 올블랙이었을 정도다. 여기에 기능성 반바지나 타이츠를 입는다. 특히 유럽 날씨는 워낙 변덕스러워서 겹겹이 껴입어야 한다. 마지막은 나이키 에어맥스나 아식스 젤 님부스.
남자가 단 하나의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면 뭘까? 아식스 젤 님부스 17. 아버지께서 조깅할 때 신으시던 운동화다. 두 번째는 나이키 플라이니트 루나 3. 지금 살 수 있는 가장 혁명적인 운동화다.
운동도 패션처럼 유행이 있다. 지금의 유행은 뭔가? 여전히 크로스핏이다. 한 장소만 고집할 필요도 없고, 특별한 기구를 옮겨야 하는 불편함도 없으니까. 무엇보다 그 에너지를 따라올 운동이 아직 없다.
그럼 앞으로는 어떤 운동이 유행할까? 일이나 여행이 많아지면서 규칙적으로 뭔가를 하는 게 힘들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조깅은 계속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어디 있든 운동화와 이어폰만 있으면 되니까.
뛸 땐 어떤 음악을 듣나? 재즈와 로큰롤과 랩을 좋아한다. 특히 운동할 땐 펑크록만 한 게 없다. 요즘은 DMX, 투팍, 비기 같은 올드 스쿨도 듣는다.
당신 집으로 옮겨놓고 싶은 운동 장소는 어디인가? 산책로와 연결된 비치.
요즘 운동복 만드는 일만큼 미쳐 있는 게 또 있나? 등산을 좋아한다. 마추픽추, 로키 마운틴, 그랜드 캐니언 등. 시간이 없어서 문제다. 빵 만드는 걸 좋아해 코르동 블루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운동만큼 신나더라. 아, 그리고 팽 오 쇼콜라. 파리로 오면서 새로 생긴 ‘중독’이다.
그럼 운동도 ‘중독’인가? 출장 가서도 뭐든 찾아서 한다. 홍콩 호텔 옥상에서 새벽 6시에 태국 무술을 하고, 델리에선 요가를, 런던에선 도시를 막 뛰어다녔다. 나 중독인가?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운동 말인데…. 꼭 해야 할까? 안 하면 게으른 걸까? 몸을 만들거나 살을 뺀다는 목적과 별개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좀 나을 거다. 그리고 운동 좀 안 한다고 게으른 건 절대 아니다. 그건 진짜 게으른 사람을 못 봐서 하는 소리다.
- 에디터
- 박나나
- 일러스트
- 조성흠
- 출처
- SATISFY, AS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