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문묘 은행나무가 새잎을 내놓았다. 4백 몇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 봄은 서울에도 왔다. 서울의 산에, 서울의 물에, 서울의 길, 서울의 꽃, 서울의 방, 서울의 창, 서울의 몸, 서울의 빛에….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10인의 사진가가 봄을 맞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서울의 몸 오늘도 ‘인스타 훈남’들은 백 장 찍어 한 장 고른 ‘셀카’를 올리며 #못생김 따위의 해시태그를 단다. 허구한 날 그러고 있다. 대세에 속했으니 그걸로 땡. 더 지향하는 바는 없다. 그러니 맨날 똑같은 사진을 올리고, 맨날 똑같은 ‘좋아요’를 얻으며 만족한다. 거리를 보라. 어차피 다 ‘유니클로’를 입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안심. 어떤 정체. 그런가 하면 ‘젊은’ 사진가들이 찍은 인물 사진에는 온통 마른 몸, 건조한 몸, 버석거리는 몸, 숫제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몸뿐이다. 그런 채 얼굴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표정을 다루지 않는다. 피한다. 감당하지 않는다. ‘인스타 훈남’들이 계속해서 똑같은 자기 얼굴을 복사하는 동안, 작은 방의 사진가들은 계속해서 피사체의 얼굴을 잘라낸다. 이 야릇한 대립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 에디터
-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