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문묘 은행나무가 새잎을 내놓았다. 4백 몇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 봄은 서울에도 왔다. 서울의 산에, 서울의 물에, 서울의 길, 서울의 꽃, 서울의 방, 서울의 창, 서울의 몸, 서울의 빛에….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10인의 사진가가 봄을 맞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서울의 방 집이라는 말보다 방이라는 말이 더 와 닿는다. 우리는 서울에서, 대체로 가난한 줄도 모르고 가난하게, 임시라는 듯이, 큰 집에 관한 별다른 이상도 갖지 않으며, 세를 받지 않고, 세를 내며 살고 있다. 서울의 방은 점점 작아지니, 가구다운 가구, 접시다운 접시, 스피커다운 스피커는 방이 아니라 널찍한 카페에 가야 있다. 방에서는 무인양품과 이케아면 충분하다. ‘열두 자 장롱’이니 ‘이태리 가구’니 하는 말은 대체 어느 시절의 것일까? 이제 서울의 방이 지닌 정체성은 잠을 잘 수는 있다는 기능뿐일까? 아니,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작아도, 앞뒤로 막혔어도, 방에는 창이 있고, 창에는 바람이 인다.
- 에디터
-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