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틀넥은 여름의 축축함에 이완된 근육을 다시 단단히 잡아준다.
적절한 낱말 하나가 옹색한 글을 살리듯 터틀넥은 어떤 어수룩한 옷차림도 단숨에 우아하게 만든다. 검정색 터틀넥을 입으면 석탄 같은 머리도 비단처럼 부드러워 보이고, 움푹 팬 뺨은 고풍스러운 광대뼈를 오르는 먹먹한 그림자 섬처럼 보인다. 작가나 배우의 프로필 사진에 터틀넥이 빈번히 나오는덴 다 이유가 있다. 게다가 목을 단단히 조이면 몸 전체에 비범한 긴장이 흐른다. 바짝 선 몸엔 재킷이든 코트든 더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올해처럼 우아한 옷차림이 인기라면 터틀넥이 다시 회자되는 건 물처럼 당연한 일. 특히 셔츠 안에서 터틀넥이 만들어내는 형태와 색깔은 예리하고도 극적인 효과를 만든다. 이 점을 가장 잘 이용한 건 랑방 컬렉션. 전통적인 테일러드 코트에 재킷 대신 터틀넥을 입었다. 이 밖에도 많은 디자이너가 턱시도, 수트, 블루종에 거침없이 터틀넥을 사용했다. 물론! 터틀넥이야말로 약속된 아름다움이니까
YVES SAINT LAURENT
이브 생 로랑은 일찍이 터틀넥의 우아함을 간파했다. 이브닝 재킷에 셔츠 대신 흰색 터틀넥을 진작 사용한데다, 전 세계에 트렌치코트를 전염시킬 때는 검정색 터틀넥을 선택했다. 형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그는 우아함의 전제 조건으로 언제나 터틀넥을 들었다. 이후 종종 터틀넥과 피크트 라펠 수트를 입기도 했고, 1992년 카트린 드뇌브와 마라케시 별장으로 휴가를 떠날 때조차 터틀넥만은 꼭 챙겼다.
- 에디터
- 오충환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 MULTIBITS KIM WESTON ARN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