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러닝화의 장인’이라는 말은 낯선 말이네요. 러너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해요. 선수의 발 사이즈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관절, 근육, 주법을 철저히 분석하는 거죠. 약한 부분을 강화하고 불편한 부분은 개선해줘요. 테이핑으로 해결되는 증상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훈련해 고치도록 하고요. 문제를 보완하도록 신발을 재제작하는 건 내 특기 중 하나죠.
아디다스에서 맡은 역할은 뭔가요? 상품 개발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어요. 처음 계약한 2010년 1월에 이런 제안을 했어요. 일본에서 직접 신발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거였죠. 정확히 2년 뒤, 함께 개발한 아디제로 타쿠미 센을 출시했어요.
다른 러닝화와는 뭐가 다르죠? 전부 다요. 핵심은 ‘피팅’이에요. 아주 발에 착 맞죠. 모든 부분을 급격히 경량화하고, 내구성은 높였죠. 꺾였다 펴지는 탄력도 아주 적절해요.
러닝화를 연구하는 수많은 전문가 사이에서 ‘장인’으로 불리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소신, ‘자기 만족을 하지 않는다’예요. 목표를 달성한다고 끝나는 것 아무 것도 없어요. ‘완성품’이란 건 존재하지 않죠.
많은 선수들을 만났겠죠? 누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시드니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한 선수. 왼쪽과 오른쪽 다리 길이가 달랐어요. 허리와 다리가 자주 아프고, 물집도 잘 잡혔죠. 그래서 일부러 한쪽 신발을 두껍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선수는 원치 않았어요. ‘짝짝이 신발’에 대한 위화감을 느낀 거죠. 원래대로 해달라고 했지만 포기할 순 없었어요. 양쪽이 다른 신발을 몰래 다시 줬어요. 아무도 눈치를 못 챘고 결국 금메달을 땄어요.
측정하는 절차를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나요? 한번 직접 해볼래요? 15분이면 충분해요. (측정을 마친 뒤) 어디 보자, 균형은 상당히 좋네요. 발을 차는 힘도 양쪽 비슷하고요. 그런데 착지를 할 때 체중을 오른쪽에 많이 싣는 편이라서 오른쪽 무릎이 쉽게 피로해질 거에요.
아, 맞아요. 평지는 괜찮지만 내리막에서는 달리기가 어려울 거에요. 복숭아뼈가 아프기 쉽고, 정강이 앞쪽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정말 그래요! 내리막에서 항상 불안하거든요. 신발은 쿠션이 두꺼운 것보단 얇은 게 좋아요. 마침 타쿠미 센이 딱 그런 신발이죠.
당신도 이걸 신나요? 러닝화는 이것만 신어요.
신고 달리기도 하고요? 이래봬도 마라톤 선수 출신이에요. 전성기 기록이면 올림픽 여자 마라톤 동메달 정도는 거뜬히 딸 수 있어요.
요즘엔 어딜 달리나요? 카쿠가와에 있는 회사 근처에 하천을 따라 만든 코스가 있어요. 거길 매일 40분씩 뛰어요.
같이 뛰어보고 싶네요. 카쿠가와는 유명한 ‘고베규’ 산지기도 해요. 언제든지 놀러와요. 고베의 1/4 가격으로 고베규를 먹을 수도 있으니까.
- 에디터
- 박나나(PARK, NA NA)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