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호텔스는 좋은 환경을 가진 안락한 호텔을 제안하는 호텔 에이전시로, 여행의 우선순위가 목적지보다 호텔이 먼저여도 된다는 확신을 주는 곳이다. 호텔을 만든 사람의 생각을 듣고, 호텔의 이웃을 두루 살피고, 호텔 루프톱에서 석양을 담아 칵테일을 마셔본 다음, 확신이 생기면 디자인호텔스 명패를 달아준다. 그러니까 이 명패가 달렸다는 건, 그냥 믿고 가도 되는 호텔이라는 얘기다.
사람들은 전 세계 1백만여 개의 호텔 리스트를 가진 호텔 에이전시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그들에게 276개의 호텔 리스트뿐인 디자인호텔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비범한 여행에 대한 욕구와, 나만 아는 고유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호텔 제안 서비스다. 많은 호텔이 아니라 특별한 호텔만 추천한다는 게 그들과 다르다.
호텔 편집숍, 셀렉트숍이라고 해도 될까? 아마도. 호텔의 별 개수나 투숙객의 리뷰보다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호텔을 찾아 제안한다. 호텔방과 호텔 밖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디자인호텔스를 미슐랭과 비교하기도 한다. 디자인호텔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호텔은 10퍼센트도 안 된다고 들었다. 대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호텔 뒤에 있는 사람을 먼저 본다. 호텔 주인이나 건축가의 생각을 유심히 듣는다. 더 중요한 건 콘셉트다. 호텔과 주변이 어떻게 어울리나, 타깃은 누군가, 독특한 점은 뭔가, 투숙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가 명확해야 한다.
그럼 디자인호텔스 멤버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호텔을 만드는 데 들인 수고와 독창성에 대한 인정이다. 동시에 수준 높은 호텔 플랫폼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호텔에도 유행이 있다. 지금의 유행은 뭔가? 유행은 고객의 욕구에 의해 결정된다. 요즘 여행객은 한 번에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 문화와 라이프스타일과 레저. 한마디로 협업이다.
디자인호텔스도 협업이 있었나? 툴룸의 파파야 플라야, 생 조르지오 미코노스, 리우의 산타 마리아 테레자 등과 협업했다. 최근에는 라 그랑하 이비사와 함께했다. 환락과 쾌락이 전부인 줄 알았던 이비사에서 1백 년 넘은 농가와 건물을 보고 좋은 생각들이 났다. 마침 이비사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이 늘고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평소엔 슬로 푸드와 명상을 즐기고, 자연 속에서 음악에 빠지는, 관광과 교육과 휴식이 어우러지는 호텔이 가능했다.
한국은 지금 호텔 전쟁 중이다. 룸이 하나인 부티크 호텔부터 유명한 체인 호텔까지. 한국 호텔 중에서 디자인호텔스가 네스트와 글래드 호텔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은 디자인 도시라는 타이틀과 어울리는 호텔이 늘 부족했다. 네스트와 글래드의 대표와 디자이너들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침 한국에 우리를 알릴 기회를 찾고 있었고, 그들도 국제적인 플랫폼에 오를 방법이 필요했다. 물론 서로의 이해관계만 있었던 건 아니다. 네스트 호텔은 문을 열기도 전, 현장 점검과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이미 디자인호텔스 리스트에 올렸다. 한국에는 드문 독창성이 있어서다.
얼마 전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글에서 디자인호텔스로 바꿨다. 컴퓨터를 켤 때마다 그림 같은 호텔 사진을 보고 싶어서다. 그만큼 디자인호텔스는 웹사이트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같은 호텔 사진도 디자인호텔스에선 훨씬 세련돼 보이는데, 그게 아주 효과가 있다. 또 어떤 페이지는 잡지를 보는 것도 같다. 좋은 호텔을 찾는 것만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까에 대해서도 늘 생각한다. 견고하고 수준 높은 크리에이티브 팀이 전체 비주얼을 만들고 발전시킨다. 당신이 말했듯 디자인호텔스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호텔 가격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디자인호텔스에서 좋은 호텔을 추천받았다고 해도 실제 예약은 파격적인 가격을 제안하는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솔깃해할 만한 제안은 없나? 디자인호텔스 커뮤니티 회원이 되면 새로 문을 연 호텔을 반 가격에 예약할 수 있다. 장기 투숙객과 얼리 버드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디자인호텔스에서 예약하지 않을 이유는 없고, 예약해야 할 이유는 많다.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어딘가? 집과 회사가 있는 베를린은 아닐 것 같은데. 이탈리아 움브리아의 에레미토 호텔에서 막 돌아왔다. 그전엔 로마의 지-러프 호텔에 있었다.
당신이 경험한 최고의 호텔은? 빅투알리엔 시장이 내려다보이는 뮌헨 루이스, 서비스에 감탄하게 되는 런던 햄 야드, 뜻밖의 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파리 레 뱅, 한없이 늘어져도 좋은 생 조르지오 미코노스.
숨겨진 여행지만큼 덜 대중적인 호텔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소호하우스나 아만처럼 호텔 예약 사이트에는 나와 있지 않은 보석 같은 호텔이 있나? 이탈리아 움브리아의 에레미토 인 파라노.
영화 < 샤이닝 >처럼 석 달을 한 호텔에 있어야 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잭 니콜슨처럼 되면 안 되겠지만. 파리의 르 뱅. 컬트적인 클럽, 전설적인 바, 색다른 음식이 있는 식당에 적응하려면 석 달도 부족하다.
영화 < Youth >를 보고, 나를 찾는 사람과 할 일이 거의 없어질 때쯤엔 호텔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만나는 사람과 매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섞여 있지만 분주하지 않고 따뜻한 호텔, 어디 없을까? 도시의 활발한 리듬과 전원의 단순한 고요가 균형을 이루는 지중해와 가까운 마을의 호텔. 하지만 아직 그런 곳은 못 찾았다. 뉴욕 그래머시 파크 호텔와 그리스 코코맡 세리포스를 합쳐놓으면 얼추 비슷하겠다.
당신을 귀찮게 하는게 아무것도 없는 3일이 주어진다면, 어디로 가겠나? 캔버라의 호텔 호텔. 극장, 서점, 팝업 스토어, 음반 가게, 카페, 바가 있는 캔버라의 문화, 정서, 지성을 포용하는 곳이다.
마음에 쏙 드는 호텔을 찾기는 쉽지 않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디자인호텔스에서 시작한다. 그러다 다른 호텔 예약 사이트도 가게 되겠지만, 결국엔 디자인호텔스로 돌아오게 될 거다.
디자인호텔스의 277번째 호텔은 어디가 될까? 리스본의 메무 프링시피 헤아우. 41개의 방이 언덕 꼭대기에 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도시 전망도 끝내준다.
- 에디터
- 박나나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DESIGNHOTELS.COM
- 일러스트레이터
- 조성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