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장 흥분한 일이 있다면 뭔가요? 컴백과 드라마 < 혼술남녀 > 촬영요. 컴백에 대해서는 엄청 신경이 곤두서 있기도 했어요. 드라마 연기는 처음 해보는 거라 다른 일할 때와 기분이 조금 달라요. 지금 새로운 일을 하게 됐다는 것, 전 그게 좋아요.
머리는 왜 그런 스타일로 잘랐어요? 기억에 안 남을까 봐요.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요소들이 다 설득력이 있으면 좋겠거든요. 본인은 세련됐다고 생각하고 멋 부리는데 사람들은 인정해주지 않는 느낌을 주려고 그런 헤어스타일을 했어요. 작가님은 제가 세련된 공시생을 연기하길 바랐지만 금수저 공시생이라고 해서 구찌 트랙 수트를 입을 것 같진 않았어요. 차라리 아디다스가 수십 벌 있으면 있겠죠. 제가 옷을 좋아한다고 극 중 상황과 상관없이 계속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현실감이 떨어지잖아요. 멋쟁이들은 그러지 않을 것 같아요.
항상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했죠. 스스로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저의 장점은 이미 이 업계에서 활동을 8년 했다는 거죠.
인지도를 말하는 건가요? 아니요. 이런저런 촬영을 많이 해봐서, 현장이 어색하지 않아요. 대사가 물리면 안 된다거나 동선이 겹치면 안 된다거나 그런 걸 잘 알죠. 스태프를 불편하게 할 일이 없죠.
너무 소극적인 장점인데요? 전 그게 되게 크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람들이 눈치채는 장점은 아닐 거예요. 그걸 몰랐을 때만 눈치채는 거니까요. 저를 캐스팅하는 이유를 잘 얘기해주지 않으셔서 뭐가 장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왜 아직도 이지나 선생님이 연극 < 지구를 지켜라 >에 저를 캐스팅하셨는지 의문이에요.(웃음)
뮤지컬, 연극, 드라마 등 다양하게 했잖아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요? 이 모든 게 제 계획이 아니었어요. 스물두 살에 첫 기회가 찾아왔어요. 어느 누가 스물 두 살에 강단 있게 결정하겠어요. 전 그냥 기회가 왔으니까 한 거고 그게 인연이 돼서 뮤지컬에 계속 출연한 거예요. 그냥 순간에 충실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네요.
좀 의외네요. 자기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 같아서 지속적으로 뮤지컬과 연기를 하는 데는 뭔가 커다란 동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는 유독 조심스러워요. “이렇게 하면 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연기잖아요.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 시청자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우면 그건 부담스러운 연기니까요.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전혀 계획을 세울 수 없어요. 사람들은 보통 “나중에 영화 한번 찍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저는 그런 말도 못하겠어요.
예전에 < 키스 노하우 >란 프로그램에 뮤지컬 < 체스 > 첫 공연 끝나고 울컥한 모습이 담겼죠. 연기를 하면서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나요? <체스>는 10회 공연했는데 10회 내내 매일 울었어요. 너무 힘들어서요. 20대 초반에 뮤지컬을 시작해서 그냥 들어오는 대로 다 했던 거죠. 그 실수를 < 체스 > 때 처음 경험했어요. 아나톨리는 냉전 시대의 러시아 체스 선수에, 40대 유부남이에요. 제가 이해할 수 없었던 거죠. 내용이 우울했던 것도 영향을 준 것 같고요.
그 작품을 실수라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부끄러운 과거는 아니에요. < 체스 >에 출연한 배우 분들이 제가 이렇게 말하는 걸 섭섭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는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 체스 >를 했을 거예요. 그리고 힘들어했겠죠. 그 작품으로 인해 제가 확신을 갖고 < 지구를 지켜라 >나 < 인 더 하이츠 >를 한 것 같아요. 이젠 더 강단 있게 결정할 수 있게 됐고 아닌 건 정말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제가 먼저 나서겠다는 생각이 잘 없었어요. < 혼술남녀 >의 경우도 먼저 연락이 왔어요. 하지만 미팅 때 잘 못했다는 소문이 나는 건 원치 않거든요. 일단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대본과 달리 사투리 버전도 준비해갔죠.”
또 기억할 만한 실수가 있나요? 엄청 많죠. 지금도 매일매일이 ‘이러면 안 되겠구나’의 연속이에요. 이번 샤이니 콘서트 의상을 준비하면서도 실수가 많았어요. 준비한 오프닝 의상이 너무 마음에 안 들게 나와서 공연 당일에 제가 옷을 사와야 했어요.
2010년 < GQ > 인터뷰 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시간이 천천히 가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기억나요. 지금도 그래요. 제 몸이 10개였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 제 몸이 10개였다면 의상 소재와 가봉까지 충분히 봤겠죠. 제가 못 본 게 실수죠. 전 하루가 24시간인 것도 원망스러워요.
전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10명이서 2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하려고 그러나요? (웃음) 드라마 대본도 봐야 하고 촬영도 해야 하고 컴백 안무 연습도 해야 하고 뮤직비디오도 찍어야 하고 잡지에 글도 써야 하고 대학원 공부도 해야 하고 영어 시험 준비도 해야 해요.
왜 이렇게 많은 일을 하죠? 일을 안 하면 불안한가요? 아뇨. 일이 들어오는 게 뿌듯해요. 그게 마치 제 능력처럼 느껴져요. 순간순간 열심히 해서 이뤄진 결과처럼 느껴져요. 그렇지 않은 시기를 거쳤으니까요. 솔직히 제가 데뷔 초부터 엄청 주목 받은 멤버는 아니었잖아요. 제 자신을 설명하기까지 참 긴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오래전부터 이렇게 바쁘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그럼 이제 자신에 대해 설명이 잘됐다고 느껴요? 아뇨. 아직 멀었어요. 제가 뭘 뚜렷하게 보여줬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 뭔가를 뒤흔들 만한 영향력은 없으니까요. 어떤 기회가 오든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은 있죠. 잘하고 있는 여느 선배들처럼 인정받는다면 기쁠 것 같아요.
대학원은 왜 갔어요? 연예인으로서 내가 옷 잘 입는 거 말고 또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예술적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을 알았어요. 특히 스타일링 교육이 청소년들에게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타일링 교육이 청소년들에게 미친 영향’이라는 논문을 쓰게 됐죠. 지금은 한류가 해외 친구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연구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소외 계층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나요? 그럼요.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기보단 이미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에 대해 밝혀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있어요. 가수가 그걸 이해하고 노래하는지 아닌지는 정말 중요해요. 음악의 언어로 인해 어쨌든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기쁨을 느낄 텐데, 우리도 모르게 행해지는 그 일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앞으로의 일을 계획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생각이 다음 음반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샤이니다운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음반을 낼 때마다 확고해요. ‘View’와는 다르게 해야 한다는 고민도 했죠. 더불어 요즘은 직업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직업의 본질은 생각보다 쉬운 거였어요. 가수는 노래를 통해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위로해주는 건데 전 제가 하고 싶은 것만 고집했던 것 같아요. 샤이니의 모든 타이틀곡이 다 마음에 들었다고는 할 수 없거든요.
매번 타이틀곡 말고 다른 곡이 좋다고 했죠. 네. 샤이니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린 퍼포먼스를 워낙 중시했죠. 근데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밝은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우리가 채워줬나?, 그런 부분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싶어요. 이번엔 너무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더 많은 세대를 아우르고, 샤이니라는 수식어를 떼고 봐도 좋은 걸 보여주고 싶어요. 한마디로, 대중적인 걸 찾는다는 얘기죠.
그러다가 대중을 위해 지나치게 타협했다는 평을 듣는 건 아니고요? 그럴 일은 없어요. 확실해요. 새롭고 특색 있으면서도 쉬운 음악이 될 거예요.
자신 있단 얘기죠? 자신 있다기보다는 안 부끄러울 것 같아요. 자신은 결과까지 담보하는 거니까요.
9년 차가 되면서 그간 샤이니 멤버 모두 큰 변화를 겪었어요. 이제는 각자 지향하는 목표가 조금씩 다를 텐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멤버들이 하는 걸 보면 뭘 원하는지 딱 감이 오죠. 그걸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게 멤버들이에요. 사실 많은 얘길 하진 않아요.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해요.
다음에 만났을 때는 어떤 질문을 해주면 좋겠나요? 전 인터뷰하는 게 즐거워요.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에도 제가 살면서 느낀 얘기들을 마구 쏟아낼 것 같아요. 다음에 만나면 “앞으로 샤이니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라고 물어봐 주세요. 물론 위트 있게요. 그때쯤에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얘기할 수 있을 거예요.
- 에디터
- 인터뷰 / 나지언(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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