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한파, 우선 귀여운 양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11월의 아침 기온은 하얀 편지지처럼 창백하고 얇다. 추위가 아직 두툼하고 탁해지기 전의 초겨울. 머리카락이 바짝 일어서는 뾰족한 추위에 정신은 번쩍 들지만, 뭐든 더 입어야겠다는 약한 마음도 동시에 든다. 그러나 코트는 아직 민망하고 패딩 역시 곤란하다. 도톰한 울 블루종과 통통한 보머 점퍼 정도면 알맞겠지만, 미흡한 구석이 있다. 바로 이때,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부드러운 솜뭉치 같은 양들이 있다. 울타리를 뛰어넘어 짧은 다리로 구르듯 달려와 와락 안긴다. 폭신하고 따뜻하고 부드럽다. 곧 마음이 평온해진다. 양을 데려올 수 없다면 시어링이라는 대안이 있다. 양털을 짧게 깎아 옷의 칼라에 달고 안감에도 덧댄다. 칼라에만 양털을 덧댄 보머 재킷을 몇 벌 골랐다. 양털을 조촐하게 쓴 신발도 함께. 이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따뜻하니 양의 털을 몽땅 뺏을 필요는 없다.
- 에디터
- 강지영
- 포토그래퍼
- 이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