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단 하나의 스니커를 골라야 한다면 나이키 코르테즈다.
<빽 투더 퓨처>의 나이키와 피자헛, 펩시,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과 페덱스, 그리고 <포레스트 검프>의 나이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의 대표 브랜드라는 것 그리고 모두 로버트 저메키스의 영화에 나왔다는 것이다. 헐리우드를 통틀어 로버트 저메키스보다 더 PPL을 적재적소,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감독이 또 있을까? 그의 영화속에 등장하는 브랜드는 그게 어떤 브랜드이건 머릿속에 콱 박힌 후, 어떻게든 갖고 싶고, 먹고 싶고, 써보고 싶게 만든다(심지어 페덱스마저).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포레스트 검프>의 나이키 코르테즈다. 포레스트 검프는 그에게 절대적인 존재이자 구원자인 제니에게 나이키 코르테즈를 선물로 받고, 그녀가 떠난 후 포레스트 검프는 그걸 신고 미 대륙을 달리기로 횡단한다. 나이키 오리지널 박스에서 꺼낸 새하얀 코르테즈의 모습과 수백 킬로미터를 달린 후 너덜너덜해진 코르테즈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선명하다.
코르테즈는 사실 나이키의 역사보다 오래된 모델이다. 대학 시절 육상 선수로 활약한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재학 당시 선수들의 신발을 잘 고쳐주던 코치, 빌 바우어만과 함께 현 오니츠카 타이거의 운동화를 미국에 독점 수입하는 사업을 꾸렸다. 사업은 점차 커지고 두 창업자는 타이거의 기술을 도입해 직접 운동화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탄생한 모델이 첫 코르테즈인 ‘타이거 코르테즈’다. 1972년도의 일. 필 나이트와 빌 바우먼은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키라는 스포츠 브랜드를 설립하게 된다. 나이키의 초창기 빈티지 제품이 오니츠카 타이거의 디자인과 닮은 건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최초의 코르테즈는 지금 흔히 떠올리는 코르테즈의 디자인과 조금 달랐다. 정확하게는 지금의 ‘코르테즈 72’ 모델이 코르테즈 최초의 디자인이다. 지금보다 더 납작하고 더 넓적했다. 나이키의 승승장구 후 코르테즈는 진화를 거듭했다. <포레스트 검프> 속 코르테즈의 디자인을 갖춘 건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다.
이후 코르테즈는 몸집을 키우거나, 소재를 바꾸거나, 새로운 디자인과 갈래의 컬렉션으로 뻗어 나갔다. 지금까지 태어난 코르테즈의 색상과 디자인의 조합만 따져봐도 약 100가지가 훌쩍 넘는다. 벌써 탄생 45년, 코르테즈는 빈티지와 힙합, 각종 스타일의 아이콘 스니커 역할을 하기도 했다. 코르테즈에 얽힌 스타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 있을까? 록스타 커트 코베인도 힙합 신의 대부 닥터 드레와 에미넴도 코르테즈를 신었다. 라포 엘칸은 수트에 입으면 가장 멋진 스니커로 코르테즈를 꼽기도 했다. 코르테즈의 진화는 현재진행형. 특별히 올해는 70년대 빈티지 스타일의 귀환을 예상하는 바, 다시 한 번 코르테즈의 유행을 점쳐본다.
최근 나이키는 옛날 모습 그대로의 코르테즈를 다시 한번 재현했다. 바삭거리는 나일론에 얇은 고무 중창, 여기에 ‘프리미엄’이라는 단서를 더했다. 이름은 ‘나이키 클래식 코르테즈 나일론 프리미엄’. 얼핏 보기에는 흔한 코르테즈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겠지만, 앞 코가 뾰족한 오리지널 네이비 나일론 모델은 몇 년에 하나씩 출시하는 ‘희귀종’이다. 우연히 나이키 매장에서 발견한다면, 덮어두고 사는 게 좋다. 지금이 아니면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르니까.
- 에디터
- 장승호
- 출처
- Splash News, N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