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재하다. 지금도, 앞으로도. 폴스미스의 옷이 그렇게 말한다.
피티 워모가 열리는 1월이면 피렌체 전체가 들썩인다. 바짓단은 몇 센티미터로 접을지, 셔츠 소매는 몇 번이나 걷을지 거울 앞에서 이십 분쯤 고민했을 게 분명한 남자들이 철저하게 계산된 옷차림을 뽐내기 위해 몰려드니까. 그래서 피부처럼 몸에 꼭 맞는 수트와 칼로 재단한 듯한 셔츠는 오히려 평범해 보인다. 대신 가볍고,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옷들이 더 눈에 띈다. PS 바이 폴스미스의 2017 A/W 컬렉션은 굉장히 젊고 에너지가 넘친다. 폴스미스 특유의 대담한 색깔과 강렬한 프린트, 장난스러운 디테일은 그대로 두고, 스포티한 디자인과 기능성 소재를 더했기 때문에. 프레젠테이션의 분위기도 달랐다. 데이비드 보위, 조지 마이클, 프린스의 노래가 가득 울려 퍼지고, PS 바이 폴스미스의 옷을 입은 여덟 명의 안무가는 스트리트 댄스와 발레, 아크로바틱 체조로 컬렉션의 다채로움을 표현했다. 시티 사이클링 수트를 입은 모델들도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모든 옷이 건강하고 선명했다. 일흔 살이 넘은 폴스미스는 그 어떤 디자이너보다 생생해 보였다. 나이가 대수냐며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 에디터
- 윤웅희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PS BY PAUL SM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