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올 봄에는 정신 없는 답십리 고미술상가에 가서 조용한 옛 미술품을 구경해보는 건 어떨까.
박물관에서나 보던 조선 백자는 가격이 얼마쯤 하려나. <TV쇼 진품명품>에 나오는 이런저런 옛 물건들을 하나쯤 구해볼 수 있을까. 천년 된 신라 토기 한 점을 9만원에 샀다는 친구의 얘기는 사실일까. 계절처럼 가벼운 흥분을 안고 답십리 고미술상가에 간다. 답십리역 근처, 상가는 건물 하나에 모여있지 않고 드문드문 길을 따라 이어진다. 그리고 복도마다 수많은 가게가 빽빽하다. 처음엔 좀 어지러울 지도 모른다. 가게는 좁고, 물건은 많고, 취향은 나란하지 않고, 생각은 경사가 가파르다. 그러니 한 번에 ‘대단한 걸’ 건지겠다는 생각은 숫제 맞지 않는다. 몇 번이고 그것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려는 마음으로부터 과연 어울리는 한 점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금사리, 예명당, 삼보당, 희방, 대영, 정명당 같은 가게를 우선 추천한다. 한 지극한 콜렉터의 얘기를 담은 책 <조선예술에 미치다>도 함께 추천한다.
- 에디터
-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