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뱅크시가 만든 호텔

2017.03.20GQ

영국의 얼굴 없는 아티스트 뱅크시가 분쟁 지역에 호텔을 오픈했다. 호텔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에 세운 8미터짜리 장벽과 다섯 발자국 떨어져 있다.

이름 벽에 가로막힌 호텔 (The Walled Off Hotel)

가격 하룻밤에 30달러(약 3만4천원)짜리 도미토리부터 965달러(약 110만원)짜리 프레지덴셜 스위트까지.

기본 정보 영국의 유명 아티스트 뱅크시가 100% 본인의 돈과 의지로 지은 호텔. 아트 디렉터도 겸했다. 이 3층짜리 호텔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에 설치한 높이 8m ‘웨스트 뱅크 장벽’ 바로 앞에 위치한다. 그래서 객실에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시간이 하루에 25분뿐이며 뱅크시 자신도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전망이 나쁜 호텔”이라고 명명했다.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팔레스타인 민간인인데 그들은 뱅크시의 호텔 덕분에 기본권과 이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웨스트 뱅크의 비참한 현실이 세계적으로 알려질 거라 기대하고 있다. 뱅크시는 호텔 개장 후 호텔 시설을 팔레스타인 지역 사회에 기부했다.

위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 지대이자 중동의 화약고인 웨스트 뱅크 지역에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구분하는 ‘웨스트 뱅크 장벽’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예루살렘 내 이슬람 성지를 방문할 수도 없고 친척이나 친구를 방문할 수도 없다. 참고로 유엔은 웨스트 뱅크와 동예루살렘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유엔의 결정을 무시한 채 작년 11월 팔레스타인들의 사유지를 몰수하고 국제법을 어긴 수백 채의 건물을 허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객실 객실은 도미토리와 스위트룸을 포함해 단 10개뿐. 전체적으로 식민지 통치 시절의 영국식 인테리어를 복각했는데 뱅크시의 상징과도 같은 스텐실 아트도 복도와 침실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특히 ‘아티스트 룸’의 침대 머리맡에 그려진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베개 싸움을 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고가의 스위트룸엔 사해의 물로 목욕할 수 있는 온수 욕조와 서재, 옥상 정원이 갖춰져 있으며, 가장 저렴한 도미토리는 군대 막사를 연상시키는 벙커 스타일로 꾸며놓았다.

부대 시설

● 카페 ‘피아노 바’: 고전적인 영국식 티룸에서 스콘과 차를 즐길 수 있다. 혼자서 연주하는 피아노와 최루탄 가스에 질식하는 것처럼 보이는 흉상도 장식해놓았다.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훔무스를 곁들인 월 오프 샐러드(The Walled Off Salad)를 판매한다.

● 아트 갤러리: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 아티스트의 작품을 독점적으로 선보이는 갤러리. 5월까지 아니사 아쉬카르(Anisa Ashkar)의 개인전이 열린다.

● 박물관: 웨스트 뱅크 장벽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의 역사를 기록해 둔 작은 박물관. 영국 정부가 제1차 세계 대전 때 이 지역을 지배할 당시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민족국가를 수립하는 데 동의한다’는 ‘발포어 선언’에 사인하고 있는 모습도 전시되어 있다.

● 월 마트(Wall*Mart): 그래피티 용품 판매점. 호텔에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웨스트 뱅크 장벽에 낙서할 수 있도록 관련 도구를 판매한다.

뱅크시의 초댓말 “이 호텔은 어떤 정치 단체와도 무관한, 완전히 독립적인 레저 시설입니다.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어느 쪽 사람이든 투숙을 환영합니다. 신이 지구를 방문할 때마다 이 지역을 이용하는 까닭은 풍광과 건물이 아름답고, 음식이 훌륭하며, 현재의 대치 상황이 매우 인상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에서 투숙객이 실망하진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주소 및 예약문의
182 Caritas Street, Bethlehem, Palestine, reception@walledoffhotel.com, banksy.co.uk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banksy.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