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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집, 캠핑카

2017.04.14정우영

솔라티 캠프와 보트밴이 또 하나의 집을 제안한다.

언젠가 딜러도 아닌 친구가 자동차 구매를 권하면서 말했다. “집이 아닌 네 공간이 하나 더 생기는 거야.” 지금까지 들어본 것 중 가장 근사한 설득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자동차를 집처럼 사용하는 예는 만화 <호문쿨루스>의 ‘카푸어’ 나코시처럼 비참한 경우뿐이었으니까. “어디에나 가져다놓을 수 있는 공간, 일과 가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공간, 오로지 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 그에게 이 자동차를 소개해주고 싶다. 솔라티 캠프는 자동차가 또 하나의 집이라는 개념을 현실로 구현한 캠핑카다.

(좌) 2열 출입문으로 들어서서 뒤쪽을 바라본 모습 | 2열 좌석 뒤쪽이 주방이고, 좌측에 보이는 수납장이 와인 셀러다. (우) 뒷문에서 바라본 모습 | 2층 침대가 눈에 들어온다. 좌측이 화장실인데, 가변형 문을 통해 샤워 부스로 변신한다.

사람들에겐 낯설 테지만, 성우모터스는 2002년 창립 이후 국내 특수구급차 90퍼센트에 해당하는 물량을 생산해온 특장차 전문 업체다. 즉, 자동차의 목적에 충실하게 내부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알고 있달까. 솔라티 캠프는 현대자동차의 미니 버스 솔라티를 기반으로 했다. 기존 스타렉스 베이스 캠핑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축적이고 효율적인 공간 설계가 돋보이는 배경이다.

싱크대, 화장실, 샤워 부스, 와인 셀러, 탁자, 침대, 소파, 19인치 모니터, 에어컨, 냉장고, 가스레인지, 수납장, 선루프를 갖췄다. 내 집이라고 더 필요한 게 있을까? 비단 혼자가 아니라 4인 이상이 함께하는 것도 거뜬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180도 회전해 2열 좌석과 마주 보고 앉을 수 있으며, 2열 좌석 앞에 휴대용 테이블을 설치해 식탁으로, 2열 좌석을 변형시켜 침대로 만들 수도 있다. 이와 별개로 뒤쪽에는 국내 캠핑카 최초의 2층 침대를 설치했다. (이 2층 침대 또한 변형시켜 간이의자로 사용할 수 있다.) 가족이 함께하는 곳이 집이고, 솔라티 캠프도 다르지 않다.

보트밴 내부 | 테이블을 기준으로 좌석이 좌우로 나뉘어 있다. 이 좌석을 변형해 킹 사이즈 침대를 만들 수 있다. 우측 좌석 뒤쪽으로 보트밴의 일체형 싱크대와 버너가 보인다.

듣기만 하면 빽빽할 것 같은 구성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여유롭다. 샤워 부스에 가변형 문을 설치해 뒷문을 통한 출입이 가능하고 자전거 등을 실을 수 있다. 최대한 실용적으로 실내를 디자인하면서도 개방감을 고려한 결과다. 무시동 히터와 보조 배터리, 태양전지 모듈 장착으로 집이 아닌 자동차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불편도 최소화했다. 여행이, 집을 떠나 차를 운전해서 가는 여정이라기보다 집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휴식일 것이다.

보트밴은 솔라티 캠프의 휴식을 강까지 이어놓는다. 한국처럼 거대한 강줄기가 여럿인 나라에서 카누/ 카약만 즐기는 건 자원 방치였다. 보트밴은 수륙양용 카라반으로서 자동차에 연결해서 이동할 수 있고, 선외기를 장착하면 물 위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 공차 중량 750킬로그램 이하기 때문에 5마력 이하의 선외기를 사용할 경우 별도의 일반 조종 면허도 필요 없다. 그야말로 간편하게 지상을 연장한다.

보트밴 뒤쪽에서 바라본 모습 | 뒤쪽 문을 열면 사진처럼 보트 데크로 변한다. 수상 레저 스포츠를 즐기기 쉬운 실외 공간이다. 팝업 루프 구조의 상단도 보인다.

보트밴에는 보트와 트레일러의 장점이 잘 모아져 있다. 유선형 디자인과 완벽한 방수 구조, 낚시와 수상 레저 활동을 감안해 보트데크가 되도록 가변설계한 후면부의 게이트 도어는 보트로서 손색이 없다. 팝업 루프 구조를 포함한 실내는, 하나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솔라티 캠프처럼 구석구석 알차다. 좌우 시트의 하단부는 수납 공간이고, 취침 시 간단하게 일체형 베드로 바꿀 수 있다. 태양열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로 조명 및 오디오 등의 전기 장치를 쓸 수 있고, 일체형 싱크대와 버너를 포함해 취사도 무리 없다. 누군가를 초대해 강 위에서 휴식과 식사를 즐겨도 좋을 것이다. 나와 가족만이 아니라 손님도 들일 수 있는 집이라는 점에서 솔라티 캠프와 보트밴은 닮았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