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5월의 마지막 산책

2017.05.24장우철

5월도 이제 막바지, 서둘러 정한 주말 산책 코스를 소개한다.

시작은 광화문 서울역사박물관이다. 경희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이곳은 내외로 널찍해서 사람이 적든 많든 공간감에 제법 여유가 있다. 지금은 한영수 사진전 <내가 자란 서울>이 열리고 있으니, 근대성과 세련미라는 두 개의 단어로 질문을 만들면서 전시를 본다. 맞은편 시네큐브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언제나 이 도시에서 드물도록 여유를 만드는 일. 오직 여기에서만 상영하는 이번 주말의 영화는 <댄서> <나는 부정한다> <로스트 인 파리> 등이다. 조금 걸어서 광화문 네거리로 가면 일민미술관 전시 <do it 2017>에 ‘참여’할 수 있다. 굳이 관람이 아니라 참여라는 말이 마땅한 젊은 전시다. 그러고는 청계천을 따라 걷는다. 처음에 물길을 다시 여는 공사를 할 땐 이래저래 탈도 많아 보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나무가 자라고 수풀이 우거지니 자연스러운 그늘도 생겼다. (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로7017’은 시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계속 물소리가 따라오니까 그건 어쩔 수없이 좋은 일. 동대문 지나 동묘쯤 가면, 위로 올라가 서울의 벼룩시장을 구경한다. 동묘부터 서울풍물시장까지 골목마다 즐비한 가게에서 별의별 물건을 별의별 가격에 사본다. 그리고 점심이나 저녁으로는 용두동 개성집을 추천한다. 오래된 양옥을 그대로 식당으로 쓰는데, 들어가자마자 이 집의 역사와 활력을 짐작하게 해준다. 음식은 개성식 요리를 선보인다. 떡국과 육전, 만두와 순대에는 어디와도 다른 풍미가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메뉴로 ‘오이’라는 게 있다. 오이를 성큼성큼 썰어 칼집을 넣은 뒤 거기에 곱게 다진 양념을 넣어 담근 일종의 물김치인데, 살짝 살얼음이 진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포장으로는 판매하지 않는다. 비교가 어울릴는지 모르겠으나, 그 맛은 가히 그 동안 평양냉면으로 길들여진 ‘시원하다’는 감각에 일대 지진을 일으킬 만큼 새롭고 멋지다.

 

    에디터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