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곳에서도 표표하게 빛난다. 컨버터블 ID 백.
컨버터블 ID는 안토니 바카렐로가 처음 만든 생 로랑의 첫 번째 남자 가방이다. 이미 작년부터 생 로랑 매장 대리석 선반에 올려져 있었지만, 그땐 송아지와 악어 무늬 가죽, 캔버스 소재가 전부였다. 이번엔 송가지 가죽에 광택을 좀 넣은 모로더 가죽이다. 빗방울쯤이야 경쾌하게 튕겨낼 수 있고, 가로등불빛 아래선 별빛처럼 반짝인다. 뭐니 뭐니 해도 이 가방의 가장 큰 매력은 기분에 따라, 목적지에 따라 모양을 바꿀 수 있는 거다. 우선 가방의 버클을 다 풀면 종이처럼 납작한 직사각형이 되는데, 딱 수트 케이스 크기다. 얼핏 스케치북이나 포트폴리오를 넣은 건축학도 가방처럼도 보인다. 다음으로 밑바닥의 버클만 채우면 사다리꼴로 변하는데, 이건 여행용 더플백으로 좋겠다. 또 놀랄 만큼 가벼워서, 여벌로 청바지 하나를 슬며시 더 챙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위쪽 버클까지 채우면 완전한 컨버터블 ID 모양이 된다. 크기는 휙 줄고, 멋은 확 산다. 어깨끈도 달려 있어 토트와 숄더백으로 두루 활용이 가능하다. 가격은 2백만원대. 가방 세 개를 한번에 샀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조금 되지 싶다.
- 에디터
- 박나나
- 포토그래퍼
- 이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