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가 권혁근이 세 번째 개인전 <바람이 손을 놓으면>을 연다.
권혁근은 실체가 없지만 잠시 머무는 존재를 말한다.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는 마음의 바람에도 주목한다. 그리고 따른다. 순간의 감정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나 끊는 법은 없다. 그의 언어는 그의 그림과 닮아 한 번의 호흡으로 결론 없는 마지막을 향한다.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바람의 속성 때문일까. 그는 붓놀림 대신 손놀림으로 캔버스를 마주한다. 국경없이 뻗은 손동작 뒤에는 질감, 명암, 양감이 뒤엉키며 우연한 충돌을 만든다. 내면의 침묵부터 요동까지 귀를 기울이는 감정은 캔버스 위에서 춤을 춘다.
권혁근은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난해한 추상화도 그의 터치를 거치면 친숙한 동양화 냄새가 난다. 의도적으로 동양화의 기법이나 정서를 작품에 녹여내지는 않는다. 작가의 스타일대로 여러 색의 물감을 겹치면, 수묵화처럼 농담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작품의 일부가 된다. 그 사람의 작품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속성 중 하나로서. 동쪽으로 불다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향을 트는 남풍처럼, 목적지가 어디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바람과 같아서 사람의 감정이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권혁근이 ‘바람이 손을 놓으면’을 지금까지 그려왔듯이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말하는 건 그런 연유에서다. 그림 앞에 서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마음에 고요한 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6월 8일부터 7월 7일까지. 청담동 조은숙 갤러리 choeunsookgallery.com
- 에디터
- 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