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댈러스를 소개하기는 쉽지 않다. 디지털 플랫폼을 무대 삼아 자신을 연기하는 사람. 디지털 슈퍼스타.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냅챗, 유튜브, 바인 등을 통틀어 4천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요즘 남자 그 자체.
인터뷰를 위해 캐머런 댈러스와 호텔방 탁자에 마주 앉았다. PR 담당자가 동석했다. 갑자기 캐머런이 전날 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제 갑자기 와이파이가 안되는 거예요. 그래서 케이티(PR 담당자)에게 SOS를 보냈죠. 근데 답이 없는 거죠. 그 즉시 케이티 방으로 뛰쳐 들어갔어요. 내 방에 귀신이 있다고 소리치면서요. 무서워 죽겠다고요.(웃음)” 그러는 사이 캐머런이 주문한 샴페인이 도착했다. 오전 9시 반의 샴페인이라니. 리스본의 가장 휘황찬란한 호텔인 페스타나 팰리스에서 인터뷰는 이어졌다.
디지털 인플루언서. 그게 뭘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소셜 미디어와 함께 자란 새로운 세대를 지칭하는 것 아닐까? 소셜 미디어는 그냥 하나의 플랫폼을 일컫는다기보다는 여러 플랫폼을 통칭하는 말이다. 새로운 세계를 사는 새로운 세대들이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곳 말이다.
그들의 영향력은 어디에서 오나? 설명하자면 이런거다. 특정한 콘텐츠를 플랫폼에 올리면, 팔로워를 얻는다. 당신을 좋아한다는 뜻이고, 당신과 연결되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진화한다. 팔로워들이 팬이 되고, 팬들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전통적인 무대에서 배우들이 영향력을 얻는 것과 같다.
일종의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모델인 셈인가? 소셜 미이더 모델? 맞는 말이지만 뭐, 요즘 시대의 배우라고 볼 수도 있다. 버드와이저에서 브래드 피트에게 모델료를 주며 “전 버드와이저를 마셔요”라고 말하게 하는 건 브래드 피트가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인플루언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의 현대화된 방식이다.
그럼 다른 디지털 인플루언서와 당신은 어떻게 다른가? 다른 인플루언서들이라…. 다들 쿨하다. 나는 그보단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더 능한 것 같다. 내 팬들 말이다. 그들과의 차별점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그냥 ‘소통’이 나의 가장 강력한 면이다.
성격이 좋단 뜻인가? 그렇게 말하는 건 좀 부정확하고, 팬들과 연결되는 부분을 제일 신경 쓴다는 게 맞을 거다.
온라인상에서뿐만 아니라, 직접 만나기도 하나? 직접 얼굴을 보지 않아도 개별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트위터엔 다이렉트 메시지가 있고, 유튜브는 코멘트 기능이 있다. 인스타그램은 둘 다 있고. 그리고 난 ‘Magcon’이라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일종의 컨벤션 대행사다. 디지털 인플루언서나 아티스트들을 챙긴다. 그들과 팬들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일한다.
왜 그런 행사를 하나? 얼굴을 직접 보는 것이 중요한가? 중요하다. 어젯밤에도 수백 명의 팬을 만났다. 그들은 정오부터 밤까지 줄 서서 기다렸다. 심지어 이 동네에 살지도 않는다. 그래서 팬들과의 만남을 계획적이고 탄탄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나를 만나는 기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말이다.
팬들 앞에 당신이 나타나면 어떻게 되나? 팬들 앞에 그냥 나타나면, 팬들에 둘러싸여 제대로 걸을 수도 없다. 어제처럼 내 주위를 경찰들이 에워싸고 그 와중에 난 팬들과 ‘셀피’를 찍어주려고 하고…. 그러다 질서가 무너지면 차를 타고 가야한다. 그래서 내가 ‘Magcon’을 만든 거다. 하나의 잘 차려진 행사처럼 팬들과 만나고 싶어서. 그러니까, 코첼라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도 무대에 DJ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콘서트. 쿨한 콘셉트 아닌가?
지금처럼 유명해진 건 어떤 전략이 있어서일까? 난 새로운 시도를 좋아한다. 그것도 한꺼번에 여러 개를. 소셜 미디어상에서 사람들에게 새롭고 쿨한 일들을 계속 보여준다. 모델 일도 그중 하나다. 이탈리아 카프리에서 돌체&가바나 광고를 찍고 왔다. 캘빈클라인 모델도 했다. 2011년인가, 트위터에 “캘빈클라인 모델이 되고 싶다”고 썼다. 그리고 지금 그게 정말 이루어졌다. 이런 예가 많다. 예전에 쇼핑몰 ‘에어로포스테일’에서 일한 적이 있다. 결국 잘렸지만. 하지만 지금은 내가 만드는 의류 브랜드가 거기 입점해 있다. 내가 제일 처음 모델 일을 했을 때 찍은 광고가 넷플릭스다. TV를 보는 가족 중 하나로 등장했는데 뒤통수만 보였다. 그게 2012년인가 2013년인데, 지금은 내가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체이싱 캐머런>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다. 신기하지 않나?
그 다큐멘터리는 어떤 건가? 대본이 없는 리얼리티 쇼다. 내 생각엔 전통적인 미디어와 지금의 소셜 미디어는 갭이 크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소셜 미디어에서 재미있게 노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 세대차이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회사 이야기도 있고 다른 인플루언서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정말 그 많은 소셜 미디어를 직접 다 운영하나? 물론이다. 진짜 웃긴 게 요즘은 회사들이나 브랜드들이 소셜 미디어상에서 하나의 일관된 정체성과 캐릭터를 유지하는 법에 대해 교육 받는다. 50명의 직원이 나눠서 관리하면서! 그래 놓고 나한테 계정을 누가 도와주냐고 묻는다. 내 대답은 하나다. “내가 한다.”
이 엄청난 유명세를 통해 어떻게 돈을 만드나? 아까도 말했지만, 브래드 피트와 비슷하다. 브랜드 광고를 하는 배우의 신세대 버전이랄까? 좀 다른 게 있다면, 유튜브처럼 대중과의 접점이 확실하다 보니 구글 애드센스 같은 것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
소셜 미디어상에 제품을 홍보하고 돈을 받기도 하나? 소셜 미디어상에 제품을 홍보하고 돈을 받기도 하나? 내가 정말 좋다고 믿는 것들만. 돈은 받기도 하고 안 받기도 한다. 돌체&가바나도 내가 좋아서 많이 올렸고, 작년에 받은 ‘GQ Men Of The Year’도 너무 좋아서 열심히 홍보했다. 내가 정말 좋다고 믿는 것들만. 돈은 받기도 하고 안 받기도 한다. 돌체&가바나도 내가 좋아서 많이 올렸고, 작년에 받은 ‘GQ Men Of The Year’도 너무 좋아서 열심히 홍보했다.
팔로워들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한가, 그들을 애타게 만드는 게 중요한가? 요즘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골라 팔로우한다. 유행도 없고, 압박도 없다.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다. 그냥 자기 맘에 맞는 사람을 고른다. 그래서 나도 나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나의 팔로워들도 내가 나다워서 좋아한다.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나? 물론이다. 앞으로 나의 캐릭터와 성격도 바뀌겠지. 문신을 많이 할 수도 있고, 갑자기 나쁜 남자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 그게 더 잘 팔려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
마지막 질문. 부모님은 당신의 유명세를 이해하나? 넷플릭스의 <체이싱 캐머런>을 보고 나서 좀 이해 하시는 것 같다. 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던 사람들도 그 다큐를 보고 나서야 “이 정도였어? 미친 인기인데?”라고 한다. 아버지는 꽤 무서운 분이다. 대학을 꼭 가라고 하셨고, 내가 지금 버는 돈이 대학을 다니는 것보다 가치 있지 않다고 하셨다. 그래서 하루는 “제가 얼마 버는지 알고 하시는 말씀이신가요?”라고 아버지에게 되물었다. 아버지는 액수를 듣고 꽤 놀라셨지만, “그래도 대학 나오면 더 벌 수 있어”라고 약간 더듬거리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있었다.
What if? <지큐 코리아>가 언제나 ‘온라인’인 캐머런 댈러스에게 몇 가지 더 물었다.
그 많은 소셜 미디어 중에서 단 하나만 골라 운영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이 아닐까? 내가 가진 콘텐츠를 사진, 비디오, 라이브, 스토리(여러 장의 사진을 올리는 기능)로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플랫폼이니까. 게다가 코멘트도 제한 없이 아주 길게 쓸 수 있다.
과거와 미래에 국한되지 않고 원하는 나이에 머물러 살 수 있다면, 몇 살로 살고 싶나? 지금. 지금 내 나이! 하지만 몇 년 뒤에 나한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은 좀 달라질 수도 있다.
브랜드나 옷 말고, 지금 열렬히 누군가를 지지해야 한다면 누가 떠오르나? 오늘의 나에게 질문하는 거라면, (10년 전도 아니고 10년 후도 아니고 지금) 나는 크리스 프랫을 지지하겠다. 그와 함께 일하고 싶다. 진짜 쿨한 사람인 것 같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완전히 빠져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지 않을 땐, 어떤 걸 가장 많이 손에 쥐고 있나? 음식. 언제나 음식.
모든 걸 탈탈 털어 보여주지만, 그 어떤 소셜 미디어나 매체를 통해서도 절대 중계되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은? 가족들과 있는 나의 모습. 가족들과 함께 많은 것을 경험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건 사적인 영역으로 놔두고 싶다.
- 에디터
- 글 / 디에고 아르메스(Diego Armes), 손기은
- 포토그래퍼
- BRANISLAV SIMONC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