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시즌2>가 끝났다. 9명의 필자들이 각자 응원했던 소년에 대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여섯 번째는 김사무엘이다.
2인조 힙합 그룹 ‘원펀치’의 무대를 생방송으로 딱 한 번 봤었다. 아마도 <엠카운트다운>이었던 것 같고, 당시만 하더라도 재능은 확실해 보였지만, 그 무대를 채우기엔 둘이라는 숫자는 조금 버거워 보였다. 저 그룹이 성공하긴 힘들 것 같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려는데 한 멤버가 눈에 들어왔다. 뭐지, 저 날아다니는 발놀림과 이런 발놀림 따위야 아침운동 삼아 하는 것이라는 표정의 꼬마는? ‘원펀치’의 펀치. 사무엘이었다.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첫 방송을 보고 많은 이들이 사무엘의 우승을 점쳤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출연자들에게 ‘아이돌 연습생 맞아?’하는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모는 카메라 마사지를 못 받은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빛났으며, ‘원펀치’ 시절의 앳된 모습도 많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감히 생각했다. 어차피 우승은 사무엘 아닐까? 물론 결과는 아니었다. 국민 프로듀서의 상당수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가 사무엘이 가진 아이돌로서의 균형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얼굴. 흔히 우리는 잘생긴 얼굴로 서구적 인물, 쉽게 말해 백인에 가까운 이목구비를 떠올린다. 사무엘의 아버지는 스페인계 미국인이다. 외모 센터를 자임할 수 있는 확실한 눈, 코, 입을 사무엘이 가진 것은 당연지사. 거기에 그의 성장판은 아직 열려 있을 있을 것이요, 스치듯 보아도 비율 또한 남다르다. 사무엘은 신체적, 물리적으로 타고난 아이돌인 것이다.
사무엘의 댄스는 <프로듀스 101 시즌2> 방송 곳곳에서 시원한 눈요기거리로 많이 쓰였다. 잘못 추면 굉장히 허술해 보인다는 ‘댑 댄스’를 사무엘은 왼손으로 턱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딸깍 대는 것처럼 소화한다. 사무엘의 춤은 억지스러운 고난도 동작이 없으며 무리하게 몸을 꺾거나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일 없이 그저 자연스럽다. 안무를 딸 수 있는 재능 또한 남다르다.
방송에서는 고음이 되지 않는 사무엘을 집중 조명(?)했지만 아이돌 그룹에서 고음 전문가는 따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무엘의 목소리는 메인 보컬은 아니겠지만 댄스-팝의 보컬로는 충분하다. 리듬감이 온몸에 묻어 있는 사무엘은 노래와 랩을 넘나들며 갖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사무엘의 매력을 한 곡에 담아내야 하는 프로듀서(국민 말고 그냥 프로듀서)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사무엘은 만능이다. 아이돌이 갖춰야 할 건 다 있다. 이러한 사무엘의 견고한 균형감은 어쩐지 열렬한 지지를 얻는 데 되레 방해 요소가 된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사무엘을 지지한 이유 또한 바로 이 균형감에 있다. 가운데 혹은 가운데 바로 옆에서 팀의 균형을 잡아준다. 외모, 춤, 노래, 랩, 호감도 등을 조합하여 이를 ‘실력’이라고 한다면 사무엘은 고른 실력자다. 이런 실력자야말로 아이돌 그룹에 필수적이다. 또한 이런 실력자라야 솔로 데뷔까지도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사무엘을 지지한다. 이제까지, 앞으로도.
그가 최종 11인에 들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만큼 솔로 데뷔가 빨라진 건 반갑다. 사무엘은 센터가 됐든 안 됐든, 갑자기 순위가 떨어지든 올라가든, 현장 투표에서 꼴찌를 했든 아니든 울지 않았다. 사무엘은 입을 앙다물며 혹은 ‘예스, 굿!’ 웃으며 더 잘하겠다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아이다(겨우 열 여섯 살인데도 말이다!). 무엇이든 다 잘해내는 만능성은 사무엘을 어느 곡에서나 센터 혹은 센터 후보가 되게 했다. 같은 이유로 방송 안에서의 극적인 반전의 기회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무엘의 본 방송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제 진짜 펀치를 날릴 시간이 된 것이다. 쇼 타임, 나는 맞을 준비가 되었고 사무엘의 솔로 무대를 간절히 기다릴 따름이다.
- 에디터
- 글 / 서효인(시인)
- 사진
- <프로듀스 101 시즌2>
- 그래픽
-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