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레스토랑에서 종종 경험이 적은 요리사에게 샐러드드레싱 임무를 맡긴다. 단련된 기술이 필요한 요리인데도 말이다.” 데이비드 타니스(전 셰 파니스 셰프, 음식저술가)
1 ― 드레싱 잘 입히기 샐러드는 풀 씹는 맛이라서 싫다? 혹 샐러드를 얕잡아보고 기본도 지키지 않았던 건 아닐까? 가스불 켜기 싫은 여름날, 잘 만든 샐러드는 보약이다.
1 채소를 잘 씻고 잘 턴다. 굳이 따지자면 샐러드는 라면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요리다. 채소를 씻는 시간과 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채소 사이사이 물을 머금은 채 드레싱을 뿌린다면 제 아무리 스타 세프가 와도 이 요리를 구원할 수 없다. 탈수기를 이용해 물기를 털거나 채반에 담아 일본 라멘 가게 주방장이 된 것처럼 채반을 잡고 중력을 이용해 위아래 움직여가며 물기를 빼낸다.
2 드레싱을 확실히 ‘유화(에멀션)’ 시킨다. 드레싱은 기본적으로 올리브 오일 같은 기름, 발사믹 식초 같은 산, 이 두 가지가 제대로 엉기고 섞여야 한다. 스테인리스 볼에 오일과 식초를 넣고 거품기(휘퍼)로 저어 물과 기름이 확실히 유화되도록 만든 뒤 채소와 함께 버무려야 맛이 난다. 유화가 잘 일어나지 않은 드레싱(기름과 식초가 층을 내며 분리된 상태)을 채소와 버무리면 잎이 기름에 절여지거나 식초에 뭉그러진다. 당연히 맛도 없다. 그러니 바쁘다고 채소에 올리브 오일을 흩뿌리고 발사믹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는 식으로 드레싱을 대신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3 채소에 소금, 후추 넣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싱싱한 샐러드 채소에 소금과 후추를 뿌리는 걸 보고 기겁하는 이들이 많은데, 채소도 식재료라서 간을 해줘야 더 맛있다. 드레싱에 버무릴 때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더하면 같은 채소라도 맛이 더 선명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4 도구가 아닌 손으로 살살 무친다. 채소의 물기를 잘 털고 드레싱도 잘 유화시켰다면 이 둘을 제대로 합쳐야 한다. 큰 볼에 두 손을 넣고 바닥에 있는 것을 뒤집어 엎어가며 무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드레싱이 잘 입혀져야 샐러드가 ‘풀’이 아닌 요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아무리 귀찮아도 포크나 스테인리스 집게로 버무리지 않는다. 손만큼 섬세할 수가 없는 데다 채소가 다 뭉그러진다.
5 드레싱을 버무리는 것까지가 요리다. 드레싱은 먹기 직전에 버무리는 게 좋다. 그렇다고 식탁 위에 샐러드 채소와 드레싱을 따로 내는 건 피한다. 간혹 식당에서 이렇게 서브될 때도 있는데, 고급 레스토랑에서 드레싱을 따로 냈다면 문제가 좀 있다. 어쩔 수 없이 드레싱이 따로 포장돼 있는 편의점이나 베이커리 샐러드는 용기를 셰이커처럼 흔들어서라도 최대한 잘 버무려 먹는다.
6 드레싱을 너무 많이 넣지 않는다. < Food Lab >의 저자 J. 켄지 로페즈- 알트는 사람들이 늘 내가 생각하는 양보다 조금 적은 양의 드레싱을 넣으면 딱 맞는다고 설명한다. 내 샐러드가 어딘지 싱겁다면 문제는 드레싱의 양이 아니라 앞서 말한 항목 중에서 놓친 것이 있어서일 테다.
2 ― 드레싱 준비물
1 샐러드 탈수기 채소에서 물기 빠지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물건. 전동도 아니고 최신 기술도 없지만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엄청나다.
2 스퀴즈 보틀 < Food Lab >의 저자 J. 켄지 로페즈-알트는 스퀴즈 보틀(흔히 양념통이라고 부르는)에 드레싱 재료의 양을 눈금으로 표시해 집에서 사용한다. 설거지를 최소화하는 아이디어.
3 비닐장갑 드레싱과 채소는 손으로 버무려야 빠르고 정확하다. 끈적하게 휘감기는 그 기분이 싫다면 비닐장갑을 끼고 하면 될 일.
4 큰 볼 넉넉한 크기의 볼이 있어야 드레싱과 채소가 잘 버무려진다. 네 명이 먹을 양의 샐러드라면 어지간히 큰 볼이 아니면 한 번에 만들기 힘들다. 그럴 땐 집 안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김장용 볼을 꺼낸다.
5 유리병 밀폐 유리용기가 있다면 스퀴즈 보틀의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다. 뚜껑을 꽉 닫고 셰이커 잡듯이 잡고 힘차게 흔들어 병 안에서 유화되게 한다.
6 휘퍼 위스크라고도 하고, 거품기라고도 부른다. 이 기구가 있어야 드레싱을 제대로 유화시킬 수 있다. 한 손으로 오일을 조금씩 부으면서 다른 한 손에 쥔 휘퍼로는 기름층을 잘게 쪼갠다는 느낌으로 쉼 없이 볼을 치면서 섞어야 한다.
3 ― 드레싱의 기본
비네그레트 기본 중의 기본. 오일과 식초를 배합해 진득한 드레싱을 만드는 게 포인트다. 오일과 식초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조합도 무궁무진하다. 특히 간장, 참기름 같은 동양식재료와 조화도 좋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볼에 오일을 제외한 다른 재료를 다 넣고 휘퍼로 바닥을 치면서 오일을 조금씩 더한다. 오일을 더할 때 휘퍼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 알알이 깨지는 오일이 눈에 보이다가 이내 로션처럼 진득해진다. 오일과
식초의 비율을 3:1로 잡으면 실패할 일은 없다.
마요네즈 비네그레트는 유화시킨 뒤 그대로 두면 금방 다시 오일과 식초가 분리된다. 이 분리를 잡으면서 크리미한 질감을 더한 드레싱이 마요네즈 계열이다. 분리를 막는 일등공신은 달걀노른자. 비네그레트를 만드는 방법대로 만들되, 달걀노른자와 머스터드를 추가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물론 마요네즈 질감이 나올 때까지 휘퍼를 치는 일은 고되다. 그래서 흔히 블렌더나 푸드 프로세서를 쓴다. 달걀 때문에 온도와 위생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마요네즈는 타르타르 소스, 아이올리 소스, 시저 드레싱처럼 추가하는 다른 재료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로 확 변할 수 있는 기본 드레싱이다.
4 ― 마트에서 찾은 드레싱
5 ― 샐러드 전문점에서 찾은 드레싱
페타 그릭 샐러드와 레드 와인 비네그레트 by 피그인더가든 페타 치즈, 그린빈, 적양파, 퀴노아, 병아리콩, 올리브, 토마토 등이 들어가는 신선하고 가벼운 샐러드. 그릭 샐러드의 제짝은 오래전부터 레드 와인 비네그레트였다. 이 비네그레트를 만들 때 오레가노 허브와 페타 치즈 조각을 조금 추가해 샐러드 채소와의 조화를 더 살렸다.
썸머 카프레제와 시크릿 가든 드레싱 by 피그인더가든 피그인더가든에서 특별히 시크릿 가든이라 이름 붙인 이 드레싱은 메이플 시럽과 고수 씨앗이 추가된 비네그레트 응용형으로 과일 샐러드에 잘 어울리는 달콤한 맛과 풍성한 향이 특징이다. 수박과 토마토가 생모차렐라 치즈와 어우러진 카프레제의 맛을 이 드레싱이 살린다.
영스 휘게와 요거트 허브 드레싱 by 샐러드영 로메인, 비타민, 라디치오 같은 채소를 기본으로 아보카도, 뮤즐리, 렌틸콩, 햄프시드, 구운 달걀, 파프리카, 콜리플라워 등을 다채롭게 올린 샐러드다. 여기엔 플레인 요구르트를 기본으로 한 드레싱을 썼다. 플레인 요구르트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드레싱 역할을 하는데, 허브로 풍성함을 더했다.
미니멀 유스와 흑임자 연두부 드레싱 by 샐러드영 영스 휘게와 비슷한 구성의 채소 위에 두부, 병아리콩, 사과, 견과류, 구운 달걀, 뮤즐리, 컬리플라워, 방울토마토 등이 올라갔다. 두부가 들어간 게 특징인 만큼 드레싱도 연두부를 활용했다. 특히 흑임자를 갈아 넣어 고소하고 녹진하게 만들었다. 밋밋할 틈이 없도록 드레싱이 돕는다.
6 ― 드레싱의 친구들
1 케이퍼 드레싱이 다 하지 못한 맛을 채워주는 절묘한 조력자. 케이퍼는 비네그레트 드레싱에 넣거나 마지막에 흩뿌려 새콤함을 더해도 좋다.
2 샬롯 작은 양파 모양인 샬롯은 파스타나 샐러드에서 ‘작지만 큰 차이’를 담당한다. 잘게 다져서 드레싱에 넣으면 맛이 한결 화사해진다. 다진 마늘 넣은 국처럼.
3 마늘 샬롯과 함께 향의 레이어를 보태는 식재료. 잘게 다져서 드레싱에 넣는데, 간장을 베이스로 하는 드레싱에 잘 어울린다.
4 안초비 파스타에만 안초비가 들어가는 게 아니다. 안초비를 조금 넣으면 드레싱의 감칠 맛과 깊은 맛이 폭발한다. 시저 샐러드에도 들어간다.
5 수란 드레싱과 채소만으론 어쩐지 좀 밋밋함이 느껴질 때, 수란을 만들어 샐러드 위에 올려본다. 잘 버무린 채소와 함께 수란에서 터져 나온 노른자를 살짝 곁들여 먹으면 순식간에 든든한 한 끼가 된다.
6 치즈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 샐러드가 좀 허전하다 싶을 때 치즈를 떠올려본다. 넙적하게 갈아서 크게 올려도 되고 그레이터로 잘게 갈아 눈처럼 흩뿌려도 좋다.
7 견과류 드레싱을 만들 때 각종 견과류를 추가해 씹는 맛을 더하는 것도 방법이다. 각종 씨앗류도 같은 역할을 한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