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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아날로그 시계

2017.09.05이재현

센터페시아의 아날로그 시계는 차의 본성을 동력 삼아 예리한 바늘을 돌린다.

메르세데스-벤츠 C63 쿠페 AMG ‘원 맨 원 엔진 One Man One Engine’이라는 AMG의 제조 과정만으로 C63 쿠페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너른 면 사이로 뻗은 선이 조성하는 긴장감, 보닛 아래 숨은 V8 엔진의 맥박이 생성하는 리듬감이야말로 C63의 야수적 본능이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들여 넣은 IWC 시계는 AMG의 거친 성미를 조율하려는 듯 침착한 얼굴로 중심을 잡는다.

 

롤스로이스 던 인스파이어드 바이 패션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컬렉션으로 탄생한 던 인스파이어드 바이 패션의 인테리어는 세 가지 색으로 이루어졌다. 피아노 건반처럼 흑과 백이 단호한 대비를 이루고, 적색 스티치가 둘의 경계를 따라 흐른다. 은빛으로 윤을 더한 하얀 대시보드는 여명을 맞아 반짝이는 바다 같은데, 시계는 그 한쪽에 조용히 누워 있다.

 

벤틀리 벤테이가 벤틀리와 브라이틀링은 알파벳 ‘B’가 강렬하게 떠오르는 브랜드다. 시계를 통해 몇 번의 협업을 했던 둘이 벤테이가에서 다시 만났다. 대신 브라이틀링의 로고가 사라지고 벤틀리의 배지가 붙었다. 보이는 것만으로 둘의 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처럼. 붉은 시침과 분침이 12를 감쌌을 때, 벤테이가의 엔진은 V6 둘을 붙여 만든 W12라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마세라티 르반떼 기존에 만들던 자동차와는 달리 키를 훌쩍 높인 르반떼는 마세라티 최초의 SUV다. 덩치는 커졌어도 삼지창이 붙어서인지 전방을 겨냥하고 달리는 것 같은 날카로움은 여전하다. 대시보드에 비스듬히 솟은 르반떼의 시계는 시침, 분침 외에 초침의 움직임도 표현한다. 마세라티 앰블럼 창끝에 달린 뾰족한 촉은 2개가 아니라 3개라는 걸 분명히 하려는 듯이.

 

재규어 XJ 맹수는 강하고, 빠르고 포악하다. XJ도 재규어로 태어났지만,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춘 차다. 특히 허리를 길게 늘린 XJL은 차에 오른 모두를 감싸 안을 만큼 속내마저 푸근하다. 하지만 영원히 길들일 수 있는 맹수는 없다. 밤 사냥에 나선 재규어가 눈을 번뜩이는 것처럼, 시동을 거는 순간 시계는 푸르게 물든다. 본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