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빈 냉장고에도 달걀 한 알쯤은 꼭 있다. 제대로 익히는 법만 익혀두면 된다.
달걀 프라이 우리는 달걀을 올린 음식 사진의 시대에 살고 있다. 토스트에서부터 파스타, 샐러드까지…. 이쯤 되면 달걀을 두고 그저 아침 식사용이라고 하긴 좀 아쉽다. ‘올데이 슈퍼스타’라 부르면 모를까. 으스러지는 달걀 프라이에서부터 노른자가 잼처럼 녹아내리는 반숙 달걀까지, 셰프처럼 능숙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샅샅이 뒤졌다.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건 달걀 프라이다. 깔끔하게 달걀을 깨고 출렁거리는 달걀 흰자와 춤추는 노른자를 느끼면서 바싹 굽는다.
어디에? 치맛살 스테이크 위에, 햄버거 속에, 볶음밥 덮는 이불처럼, BLT 샌드위치 속에.
TIP 프라이팬 위에 달걀을 떨어뜨리기 전에 반드시 기름이 뜨거운지를 확인한다. 기름에서 연기가 나기 직전에 달걀을 투하하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코팅 팬이나 잘 길들여진 무쇠 팬을 쓰지 않을 땐 더더욱 온도에 신경 쓴다. 애매하게 달궈진 기름과 스테인리스 팬이라면, 흰자가 온통 들러붙고 말 것이다.
HOW TO
1 코팅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열을 충분히 가한다. 이때 기름은 프라이팬 바닥을 다 덮을 정도로 넉넉히 두른다. 기름이 좀 많다 싶겠지만, 그 정도가 적당하다. 기름이 충분히 달구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2 달걀 두 알을 깨뜨려 넣는다. 두 개가 들러 붙으려고 하면 프라이팬을 슬쩍 흔들어준다.
3 달걀이 바닥에 붙었나 싶을 때도 프라이팬을 슬쩍 흔든다. 실리콘 스패출러로 바닥을 떼어줘도 좋다. 약 2분간 끄트머리가 갈색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4 프라이팬을 내 쪽으로 기울여 기름을 모은 뒤 숟가락으로 퍼 올려 다시 달걀 위에 뿌린다. 투명한 기운이 남아 있는 곳에 집중해서 뿌리되 노른자에는 피한다. 소금은 가장 마지막에 뿌린다.
완숙 달걀 완숙 달걀을 일컫는 영어 단어는 ‘하드보일드 에그’지만 말처럼 완전히 펄펄 끓어 넘치는 물에 익히는 게 아니다. 100도를 약간 웃도는 상태, 자글자글 끓는 상태로 물의 온도를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10분간 익힌 달걀은 완전히 ‘하드한’ 상태라기보다는 한가운데가 약간 크리미한 상태가 된다. 샐러드에 넣기 딱 좋은 익힘이다. 반숙 달걀처럼 눈으로 보는 순간 침이 줄줄 흐르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어떤 소스와도 어울리는 요리가 되고, 싱크대에 그냥 서서 후딱 먹을 수 있는 초간단 간식이 되기도 한다.
HOW TO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채우고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천천히 달걀을 물 속으로 집어넣는다. 이때 맨손으로는 아무리 천천히 넣어도 떨어지면서 깨질 확률이 높으니 국자나 구멍 뚫린 뜰채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 약 10분 뒤에 달걀을 건져서 얼음물이나 냉수에 집어넣는다. 이 과정을 거쳐야 잔열로 달걀이 계속 익는 것을 막고, 껍질도 수월하게 깔 수 있다. 삶은 달걀은 냉장고에서 일주일 정도 거뜬하니 미리 몇 알 만들어두는 것도 좋다.
달걀 피클
1 작은 소스 냄비에 식초 1컵, 소금 2테이블스푼, 황설탕 2테이블스푼을 넣고 녹인다.
2 달걀에 입히고 싶은 색을 정해 재료를 더한다. 사진 속처럼 붉은색을 원한다면 비트 적당량을 얇게 갈아서 넣는다. 블랙베리 1컵을 쓰면 보랏빛을 낼 수 있다.
3 소스 냄비를 중불에 올려 한소끔 끓인 뒤 식힌다.
4 삶은 달걀의 껍질을 벗기지 말고, 바닥에 굴려 으스러뜨린 다음 만들어둔 피클용 액체에 최소 8시간에서 최대 3일 정도 둔다. 그 이후 껍질을 벗기면 사진과 같은 비트색 달걀 피클이 완성된다.
완숙 달걀 드레싱
1 다진 코니숑(작은 사이즈의 오이 피클) 6개, 올리브 오일 1/3컵, 화이트 와인 식초 2테이블스푼, 홀그레인 머스터드 1테이블스푼, 다진 케이퍼 1테이블 스푼을 볼에 넣고 거품기로 섞어준다.
2 소금, 후추를 넣고 유화가 일어나도록 두드리면서 섞어준다.
3 칼로 듬성듬성 다진 삶은 달걀 3개와 다진 이탤리언 파슬리 2테이블스푼을 추가하고 휘퍼로 힘차게 섞어준다.
4 간을 보고 모자라면 소금과 후추를 더한다.
어디에? 얇게 저며서 샌드위치 속에 체에 내려서 샐러드 위에 흩뿌리는 용도로.
TIP 오래된 달걀일수록 삶으면 껍질이 한 번에 우르르 잘 까진다. 신선한 달걀의 유일한 문제점을 꼽자면 까기 힘들다는 것이다. 삶아서 얼음물에 담가둔 달걀인데도 껍질이 잘 까지지 않는다면, 흐르는 물 아래 놓고 까본다.
수란 완벽한 수란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수란을 터뜨릴 때는 이 따뜻하고 선명한 노른자가 주워담을 수 없는 금은보화처럼 좀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수란은 사실 이 맛에 먹는 요리다. 바삭하게 잘 구운 토스트 위에 노른자가 흘러내릴 때, 잘 구운 채소 더미 위에 노른자가 코팅될 때, 흰 쌀밥 위에 노른자가 녹아들 때, 어쩐지 좀 마법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만들기가 마법만큼 힘든 건 아니다.
어디에? 토스트 위에 미끄러지듯이, 에그 베네딕트로, 비빔밥 위에.
HOW TO
1 커다란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인다. 끓기를 기다리면서 달걀을 준비한다. 작은 볼 위에 고운 체를 올리고 그 위에 달걀을 깨 올린 뒤, 천천히 체를 뒤집어 작은 볼 속으로 달걀을 넣는다.
2 냄비 속 물에 숟가락을 넣고 휘저어 잔잔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볼을 가져가 달걀을 떨어뜨린다. 숟가락으로 계속 소용돌이를 만들어준다.
3 흰자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출 때까지 물속에서 익힌다. 2분 30초 정도가 적당하다. 건질 때는 구멍이 있는 파스타 국자나 뜰채로 떠낸다.
4 따뜻할 때 소금, 후추 간을 더하고 음식 위에 바로 올려서 낸다. 바로 식탁에 내지 않는다면 차가운 얼음물에 담가둔다.
반숙 달걀 6분 30초. 6분도 아니고 7분도 아닌 그 시간만큼만 익히면 반숙 달걀이 완성된다. 잼처럼 걸쭉한 노른자, 후르륵 벗겨지는 흰자는 반숙 달걀의 생명이니까. 6분 익히면 흰자가 너무 풀리고, 7분 익히면 노른자가 좀 굳는다. 일본식 라면에 올라가는 완벽한 반숙 달걀을 상상하면서 요리한다.
양파와 반숙 달걀을 올린 옥수수죽
1 우유 1컵과 물 1컵을 냄비에 넣고 끓인다. 그리츠(굵게 빻은 옥수수) 1/2컵을 더하고 휘퍼로 저어가며 25~35분간 약불에 천천히 익힌다.
2 곱게 간 체더치즈 3온스, 무염 버터 2테이블스푼을 넣고 뒤적이며 익힌다.
3 죽이 익는 동안 다른 팬에 기름을 두르고 채 썬 양파와 채 썬 할라피뇨를 색이 날 때까지 볶는다.
4 완성된 옥수수죽을 그릇에 담고 반숙 달걀과 3의 채소를 올린다.
어디에? 곡물 샐러드 위에, 일본식 라면이나 소바 위에.
- 에디터
- 글 / 크리스 모로코(Chris Morocco), 아미엘 스타넥(Amiel Stanek)
- 포토그래퍼
- TED CAVANA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