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겨울, 대부분의 런웨이에 터틀넥이 등장했다. 그중 고르고 고른 다섯 벌.
1 CHUNKY 도저히 목이 갑갑해서 터틀넥은 엄두도 못 내는 남자들에게 권한다. 1백 퍼센트 울로 성글게 짜서 보들보들한데 쉽게 늘어지진 않는다.무엇보다 좋은 건 목에 찰싹 붙지 않아서다. 쇼에서는 새파란 실크 바지에 풍성한 여우 목도리를 두르고 호화롭게 입었지만, 실제로 보면 밝은 오렌지색이 아닌 묵직한 귤색이라 어디에 입어도 무난하다. 목과 등 길이가 기니까 톰슨가젤 같거나 덩치가 큰 남자에게 잘 어울린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 티셔츠 위에 마구 걸쳐 입기에도 딱 좋다.
2 BASIC 길이도 품도 적당하고, 색도 단정한 기본형 터틀넥. 1백 퍼센트 버진 울인데다 ‘메이드인’ 이탈리아다. 이런 종류의 터틀넥은 하나 사면 평생 입는다. 목과 손목, 허리의 리브 단이 다른 것보다 쫄깃쫄깃해서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짙은 고동색이니까 밝은 미색 재킷이나 반대로 짙은 검정색 수트와 입으면, 열이면 열 여자 모두 힐끔거릴 거다. 휴양지라면 재킷은 빼고 반바지와 입는다. 뚱뚱해서 폼이 안 나는 몸매라도 완곡한 양감이라 충분히 배를 감싸준다.
3 PRACTICAL 엄선된 파인 메리노 울로 만들어 인증 마크를 받았다. 순모 19.5마이크론이라는 극세섬유을 사용해 부드러운 촉감을 살리고, 보온성은 높였다. 궁극의 쾌적함 에어리즘을 만든 브랜드답게 통풍에도 신경을 썼고, 소매와 옷자락 리브 짜임이 너무 조이지 않도록 편하게 만들었다. 합리적인 가격인데다가 색깔이 무지개만큼 다양하지만 특별히 파란색을 골랐다. 산뜻하고 ‘캐주얼’하게 입기 그만이라서.
4 LIGHT 말로만 듣던 1백 퍼센트 캐시미어다. 놀랄 정도로 보드랍고 가볍다. 그래서 까끌까끌하거나 알 수 없게 목이 답답하지 않다. 목이나 어깨 절개선 역시 있는 듯 없는 듯 부드럽게 꿰매서 속옷을 입은 것처럼 편하다. 새하얀 휘핑크림색이 약간 부담스럽지만, 스치듯이라도 한 번 만져보면 금세 푹 빠진다. 이런 옷을 입고 연인과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부모님께 선물하면 두고두고 효자 소리 듣는다.
5 COLORFUL 적색 혹은 자두색, 포도주색이라 불리는 짙은 붉은색 계열은 올 가을겨울 유행 경향이다. 우유처럼 하얀 피부나 검게 그을린 피부 모두 잘 어울린다. 짙고 깊은 색처럼 완벽한 보온을 자랑한다. 두툼하고 튼실한 실로 짜서 뼛속까지 바람이 들어오는 한겨울, 셔츠 위에 입으면 든든하다. 그리고 밑단과 손목 리브 단이 길어 마른 남자들이 입으면 강건해 보인다.
- 에디터
- 김경민
- 포토그래퍼
- 정우영
- 어시스턴트
- 남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