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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애호가라면 알아야 할 시계 박람회

2015.01.25GQ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나라는 단연 스위스다. 그리고 그들은 만약 여건이 되고 시간이 된다면 매년 1월과 3~4월에 열리는 시계 박람회에 직접 참관하고 싶어 한다. 매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SIHH와 3~4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바젤월드가 그리고 매년 9월 홍콩에서 열리는 워치스 앤 원더스가 바로 그것이다. 자동차 업계에 모터쇼가 있고, 패션 업계에 컬렉션이 있다면 시계 업계에는 SIHH와 바젤월드 그리고 워치스 앤 원더스가 있다.

바젤월드 전경.

바젤월드 전경. 

 

 

세계 최대의 규모의 시계 전시회, 바젤월드

시계 박람회 중 역사와 규모 면에서 더 큰 것은 바젤월드다. 매년 6월 열리는 ‘아트 바젤’로 더 유명한 도시인 스위스 바젤에서 매년 3~4월에 8일 동안 열린다. 바젤월드의 역사는 1917년 바젤에서 열린 스위스 표준 박람회(The Swiss Industries Fair·MUBA)에서 시계와 주얼리 부문을 개설한 것에서 시작됐다. 1931년부터는 독립 부스를 두어 시계와 주얼리를 소개했고, 1973년에는 유럽 시계 주얼리 쇼(EUSM)로 발전해 지금의 독립적인 박람회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스위스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 아시아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박람회 이름을 ‘바젤 86’으로 변경한 1986년부터다. 2003년 지금의 ‘바젤월드’란 공식 이름을 가지게 됐고, 2007년 전 세계 100개국 10만여명이 참가하는 기록을 처음 달성했다. 바젤월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계 브랜드뿐 아니라 무브먼트회사, 시곗바늘을 만드는 회사, 시곗줄 회사, 시계를 넣는 케이스 회사 등 시계와 주얼리 산업에 관련된 모든 업체가 참가한다. 100개국 10만명의 관람객을 기록한 2007년 이후 매년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람한다. 바젤월드에 참여하는 업체 수는 45개국 1800여개에 달한다. 70여개국 3000여명의 저널리스트들도 매년 바젤월드를 찾는다. 2014년에는 15만명이 바젤월드를 찾았다.

이 때문에 바젤월드가 열리는 기간기면 바젤 시내의 호텔 뿐 아니라 바젤과 인접한 거리의 소도시 숙소까지 모두 동이 난다. 바젤의 유서 깊은 호텔 몇 개의 호텔방은 매년 바젤월드 기간에 묶는 고객이 정해져 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호텔은 고객을 바꾸지 않을 정도다. 물론 스위스 시계 산업을 움직이는 큰 손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2013년부터는 약 5천4백억원 투자해 22개월에 걸쳐 새롭게 리뉴얼한 전시 공간에서 바젤월드가 열리고 있다. 총 5개의 전시장으로 이뤄진 바젤월드의 총 면적은 14만6백㎡에 이른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파텍 필립과 롤렉스, 브레게, 태그호이어 등이 모여 있는 1관 1층이다. 1관 1층의 맨 중앙에는 브레게와 블랑팡을 비롯해 오메가와 라도, 론진, 티쏘 등 스와치그룹 소속의 브랜드 전시장이 모여 있다. 바로 이 점이 바젤월드에 스와치그룹의 영향력을 그대로 나타내는 포인트다. 바젤월드 전시장 중 1관 1층에 브랜드 전시부스를 마련한다는 것은 곧 브랜드 파워가 막강하다는 증거다.기존의 브랜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돈을 낸다 하더라도 바젤월드 내 1층 1관의 주요 자리는 새로운 브랜드가 차지할 수 없다. 매년 같은 브랜드가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의 전시 부스를 설치한다. 8일간의 전시 기간에 세워졌다가 사라지는 각 브랜드의 자재들은 바젤 인근의 창고에 별도로 보관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러나 바젤월드는 1년치 매출이 결정되는 시계업계 최고의 행사이기 때문에 브랜드들은 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매년 바젤월드에 참가한다.

2013년 브랜드가 없어지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던 바젤월드 내 1관 1의 배치가 달라졌다. 전시관 확장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넓어진 공간에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오고, 그동안 다소 좁게 쓰던 브랜드들이 더 큰 전시 부스를 설치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모바도와 코룸, 콩코드 같은 브랜드가 사라지고 불가리가 입구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들어선 것. 그 외에도 태그호이어, 위블로, 제니스까지 LVMH 그룹 브래드들이 전시관 가장 앞쪽에 자리 잡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바젤월드에서 전시장의 위치는 곧 브래드의 위상과도 같다. 불가리와 태그호이어, 위블로, 제니스 등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LVMH 그룹이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부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바젤월드에 들어서는 입구는 흡사 코엑스나 킨덱스에 입장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그러나 입장하는 순간 그곳은 전세계 최고급 시계 부티크들이 모여 있는 럭셔리한 광장으로 변한다. 단층이 아니라 3~4층으로 꾸민 화려한 부스는 방돔 광장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보다도 더 웅장하다.

스위스 시계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스위스 국민들도 주말이면 바젤월드를 구경하러 온다.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애완견과 함께 바젤월드를 보러 오는 스위스인을 보면 스위스와 시계 산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명품 중의 명품 전시장, SIHH

바젤월드와 견줄 만한 시계 박람회는 매년 1월 스위스 제네바 팔엑스포에서 열리는 고급시계박람회 SIHH(www.sihh.org)다. 바젤월드가 완성 시계 브랜드부터 시계 제조에 필요한 모든 산업이 참여하는 행사인 데 비해 SIHH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고급 시계 브랜드 몇 곳만 참여한다.바젤월드가 스와치그룹과 주요 시계 브랜드 위주라면 SIHH는 리치몬트그룹 산하의 시계와 주얼리 브랜드를 주축으로 오데마 피게나 파르미지아니 같은 독립 시계 브랜드가 참여한다. 1991년 까르띠에, 피아제, 제랄드 젠타, 다니엘 로스, 보메 메르시에 등 5개 브랜드로 시작한 살롱 쇼가 SIHH의 시초다. 10년째인 2000년에는 17개 브랜드가 참가했고 이후 약간의 변화만 있을 뿐 18~19개 브랜드가 매년 참여한다. 2000년대 이후 리치몬트그룹이 예거 르쿨트르, 로저 드뷔 등을 인수하면서 그 규모가 더욱 커졌다. 2011년에는 19개의 브랜드가 참가했다가 2013년에는 16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바젤월드는 각 브랜드 전시 부스가 아닌 내부는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약 50프랑 미만의 돈을 주고 입장권을 끊으면 하루 동안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IHH는 출입이 철저히 제안된다. 미리 초대받은 바이어나 브랜드 VIP, 저널리스트, 기자들만 출입할 수 있다. 해마다 SIHH가 열리는 기간이면 제네바 공항엔 정기 항공편 이에외 전세계에서 날아온 전용기들을 쉽게 볼 수 잇는데 중동과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부호들이 최고급 시계들을 제일 먼저 구경하고, 주문하기 위해 직접 전용기를 타고 날아오기 때문이다. 일부 브랜드는 극소수의 VIP를 위해 제네바로 향하는 퍼스트 클래스 티켓은 물론 특급 호텔 스위스룸 객실료까지 모든 비용을 치르면서 특별한 고객을 초대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홍보 모델인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이 참여하는 파티가 매일 밤 열리기 때문에 시계뿐 아니라 사교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SIHH에 초대된 선택받는 소수의 관람객을 위한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람회가 열리는 제네바 팔렉스포 역시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박람회장이라기 보다는 고급 아트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조용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로 초대객을 맞는다. 전시장 안에 마련된 테이블에서는 음료와 식사가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뿐만아니라 각 브랜드가 별도로 예약한 제네바 시내의 호텔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비용은 각 브랜드 지사나 에이전시에서 차후에 지불하기 때문에 초대받은 VIP나 기자의 입장에서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기회임에 틀림없다.

SIHH는 원래 바젤월드와 비슷한 시기인 3~4월에 개최됐었다. 각국에서 모인 시계업계 관계자들은 바젤월드와 SIHH에 함께 참가하기 위해 스위스를 찾았다. 2009년 제네바 팔엑스포에서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와 개최 시기가 겹치자 서로 절충해 1월로 옮겼다. 이후 올해까지 매년 1월에 개최하고 있다. 처음엔 바젤월드와 기간이 다르면 각국 바이어와 기자들이 찾아오기 힘들어져, 규모가 작아지거나 판매량이 줄어들까 염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바젤월드와 독립적으로 비쳐지고 고급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치게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1월에 열릴 전망이다.

 

아시아의 힘을 보여주는 워치스 앤 원더스

최근 아시아 시장이 커지자 아시아의 바이어와 기자들을 위해 제네바에서 열린 SIHH를 홍콩에서 다시 한 번 개최하는 것이 논의가 몇 년째 계속됐다. 그리고 2013년 9월, 아시아에서 열리는 SIHH라 할 수 있는 제1회 워치스 앤 원더스가 열렸다. 중국과 한국, 싱가포르, 태국, 인도 그리고 호주 등 아시아 지역의 딜러와 VIP, 기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시계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리치몬트 그룹을 주축으로 13개 브랜드가 참석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같은 리치몬트 그룹이 주축이다 보니, 2013년 처음 워치스 앤 원더스가 열렸을 때 일각에서는 1월에 열린 SIHH와 별로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과 딜러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워치스 앤 원더스의 파워는 행사 기간이 아닌 이 후 홍콩 주요 부티크에서 나왔다. 국경절 연휴 때 홍콩을 찾은 중국과 아시아의 VIP들이 워치스 앤 원더스를 위해 홍콩에 온 하이엔드 피스들을 구입해 갔기 때문이다. 2014년에도 워치스 앤 원더스는 중국 국경절 연휴 바로 전에 홍콩에서 열렸고, 구매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워치스 앤 워더스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최고급 시계 박람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스위스보다 가깝고, 제품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워치스 앤 원더스는 시계 업계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행사이자 동시에 시계를 좋아하는 아시아 인을 위한 최고의 행사임에 틀림 없다.

    에디터
    이은경(GQ Watch online Dir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