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TREND REPORT <1>

2014.03.12GQ

2014 S/S 시즌이 시작된다. 꽃보다 아름다운 옷이 차고 넘친다.

1 – Full Bloom
꽃이 폭발하듯 내려와 여기저기 아름다운 흔적을 남긴다. 하와이안 프린트부터 로코코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섬세한 잎사귀까지. 1930년대 벽지처럼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교묘히 섞여 향락에 젖는다. 마치 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웃는다. 이 유행은 여름이 가면 끝나겠지. 꽃은 태양이 있어야 예쁜 색을 얻으니까. 가장 격렬한 시즌으로 기억될 올해 봄엔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혹은 기능적인 옷 입기는 잠시 잊어야 한다. 실크처럼 탐스럽고 윤택한 소재가 더해져 뜻밖의 호사를 맛볼 수밖에 없으니까. 밤이고 낮이고 꽃처럼 피고 싶다면 프라다의 하와이안 프린트 셔츠 하나쯤 미리 사두시라.

[ITEMS] 1. 올해는 이만큼 어울리는 옷도 없다. 2. 생경한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 3. 목에 걸다 날이 추워지면 벽에 건다. 4. 가장 아름다운 파란색. 5. 천국에 어울리는 스카프가 있다면.

[ITEMS] 1. 올해는 이만큼 어울리는 옷도 없다. 2. 생경한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 3. 목에 걸다 날이 추워지면 벽에 건다. 4. 가장 아름다운 파란색. 5. 천국에 어울리는 스카프가 있다면.

UMIT BENAN 유밋 베넌의 마지막 밀란 컬렉션.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이스탄불의 기묘한 아름다움이 망막을 달군다. 유밋 베넌을 두고 최신 유행을 논하는 건 의미 없다. 이번엔 만개했다 시들기 직전의 한숨 같은 색깔만으로 옷을 만들었다. 그의 강건한 발걸음은 이제 파리로 이어진다.

UMIT BENAN 유밋 베넌의 마지막 밀란 컬렉션.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이스탄불의 기묘한 아름다움이 망막을 달군다. 유밋 베넌을 두고 최신 유행을 논하는 건 의미 없다. 이번엔 만개했다 시들기 직전의 한숨 같은 색깔만으로 옷을 만들었다. 그의 강건한 발걸음은 이제 파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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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Beautiful Boy
찬란한 시절, 소년이라 부른다. 낭비되는 시간조차 아름답다. 보이스카우트부터 대학생까지 모두 모였다. 미성숙한 아름다움과 채우지 않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룩.

DRIES VAN NOTEN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을 보면 유행의 거대한 흐름이 보인다. 지난겨울 눈을 감고 입은 듯 흩어진 이브닝 룩을 선보이더니, 올해는 관능적인 꽃만 썼다. 그 유명한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도 눈에 차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꽃무늬 옷으로 넘실댄다. 고요한 마음이 낮게 쌓이면 이렇게 단숨에 폭발하는구나. 입으면 훨씬 예쁘다.

DRIES VAN NOTEN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을 보면 유행의 거대한 흐름이 보인다. 지난겨울 눈을 감고 입은 듯 흩어진 이브닝 룩을 선보이더니, 올해는 관능적인 꽃만 썼다. 그 유명한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도 눈에 차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꽃무늬 옷으로 넘실댄다. 고요한 마음이 낮게 쌓이면 이렇게 단숨에 폭발하는구나. 입으면 훨씬 예쁘다.

3 – T-Shirts
흰색 티셔츠는 1만원짜리도 예쁘다. 남자의 특권이랄까. 구겨지면 구겨진 대로 멋있고, 더럽거나 헤져도 나름의 분위기가 있다. 이런저런 얼굴을 갖고 있어서, 여덟 가지 얼굴을 가진 활달한 그리스 할머니 같다. 세상에서 가장 간결한 옷이 흰색 티셔츠라지만 단순한 옷을 잘 만드는 건 백자를 빗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모든 게 그렇듯 덜어내기란 쉽지 않으니까. 올해는 지나치게 잘 만든 흰색 티셔츠가 많다. 랑방, 에르메스, 발렌티노처럼 대부분 좀 값이 나가는 것들이지만. 머리만 쏙 넣어 어깨에 걸치면 별다른 장치 없이도 마라케시의 정원보다 은밀하고, 졸부의 샹들리에보다 화려해 보인다.

[ITEMS]

[ITEMS]

GUCCI 프리다 지아니니는 화려한 꽃 문양을 적극 사용해 극적인 분위기를 내고, 그 외에 레깅스와 백팩도 등장시켜 활기찬 남자를 위한 옷을 만들었다. 이런 놀라운 변화 때문에 자칫 정신줄을 놓으면 구찌의 아름다운 수트를 못 볼까 봐 얼른 골랐다. 디자이너 영감과 브랜드의 숙련된 테일러링이 만나면 이런 수트가 나온다.

GUCCI 프리다 지아니니는 화려한 꽃 문양을 적극 사용해 극적인 분위기를 내고, 그 외에 레깅스와 백팩도 등장시켜 활기찬 남자를 위한 옷을 만들었다. 이런 놀라운 변화 때문에 자칫 정신줄을 놓으면 구찌의 아름다운 수트를 못 볼까 봐 얼른 골랐다. 디자이너 영감과 브랜드의 숙련된 테일러링이 만나면 이런 수트가 나온다.

4 – Blouson
블루종은 경쾌하고 무겁지 않으니, 낮을 위한 이브닝 재킷이라 부르고 싶다. 다 늘어진 민소매 티셔츠와 입어도 경박하지 않고 셔츠에 타이를 매도 예쁘다. 특히 스웨이드로 만든 파란색 블루종을 입은 남자는 다듬지 않은 원석처럼 숭고하기만 하다. 캘빈클라인 컬렉션과 하이더 아커만의 블루종은 소재와 색깔이 거의 몽환적인 조화를 이룬다. 블루종은 전통적인 방식대로 짧고 딱 붙게 입으면 고상해 보이지만, 알렉산더 왕이나 발망이 만든 것처럼 넉넉하게 입으면 느긋해진다. 좀 긴 트레이닝 점퍼나 후디와 입으면 베를린에 사는 청년 같기도 하고.

[ITEMS]

[ITEMS]

MISSONI 미쏘니를 책임지고 있는 안젤라 미쏘니는 겉멋만 잔뜩 든 건 절대 만들지 않는다. 매년 조금씩 다른 색깔을 쓰고 문양을 조합하며 단단한 브랜드를 윤기 나게 닦는다. 그래서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아함은 여전하다. 올해는 서아프리카의 분위기를 살짝 빌려왔는데, 고전적인 스웨터나 오픈 넥 셔츠와 기절하도록 어울린다.

MISSONI 미쏘니를 책임지고 있는 안젤라 미쏘니는 겉멋만 잔뜩 든 건 절대 만들지 않는다. 매년 조금씩 다른 색깔을 쓰고 문양을 조합하며 단단한 브랜드를 윤기 나게 닦는다. 그래서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아함은 여전하다. 올해는 서아프리카의 분위기를 살짝 빌려왔는데, 고전적인 스웨터나 오픈 넥 셔츠와 기절하도록 어울린다.

5 – Jump Suit
너무 흔해서 유행이라고 단정 지을 옷이 아니다.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선택함으로써 논의되는 옷과는 다른 이유로 아름답다. 고급스러운 시계가 어울리고, 바람 부는 밤의 대리석 바닥이 어울리는 점프 수트. 랑방, 에르메스, 발망처럼 프랑스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메종에선 이 옷을 테일러링 수트 사이에 두었다. 새로운 점프 수트의 존재감 때문에. 랑방이 만든 실크에 가죽을 덧댄 점프 수트를 보고 있으면 남성복의 새로운 방향이 보인다. 갖춰 입는 나폴리식보단 흩어진 멋을 아는 파리식 남자에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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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올해 킴 존스의 텍사스 소년들에게 마음을 뺏겼다가는 그의 드라마틱한 이브닝웨어를 깜빡할 수도 있다. 검정색 숄칼라 턱시도는 눈이 시리도록 훌륭하지만, 그보다 더 멋진 건 청명한 봄볕이 새벽을 만났을 때 피는 연한 분홍색 턱시도. 게다가 자세히 보면 찬물로 빤 듯 거친 소재라서 더 ‘쿨’해 보인다.

LOUIS VUITTON 올해 킴 존스의 텍사스 소년들에게 마음을 뺏겼다가는 그의 드라마틱한 이브닝웨어를 깜빡할 수도 있다. 검정색 숄칼라 턱시도는 눈이 시리도록 훌륭하지만, 그보다 더 멋진 건 청명한 봄볕이 새벽을 만났을 때 피는 연한 분홍색 턱시도. 게다가 자세히 보면 찬물로 빤 듯 거친 소재라서 더 ‘쿨’해 보인다.

    에디터
    오충환
    기타
    COURTESY OF GETTYIMAGES/ MULTIBITS, IN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