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 랄프 로렌은 한결같이 젊고 건강하고 정직한 남자 옷을 만들었다. 그 모든 날들의 집대성이 바로 올가을이다. 이번 가을 폴로 랄프 로렌 남성복은 한마디로 ‘베스트 오브 폴로’. 50주년을 기념해 초창기의 상징적인 룩들을 다시 선보인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정수에 품질과 헤리티지를 더한이 옷들이야말로 어디에 있건 어떤 상황이건 괜찮은 남자가 되는 핵심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근처의 소박하고 작은 집, 배우 가렛 헤드룬드를 그 집으로 불렀다. 축복받은 캘리포니아의 햇빛, 아기가 유니콘 튜브를 타고 놀기 좋은 소형 수영장, 시간이 저절로 그늘을 만드는 크고 울창한 나무가 있는 집이었다. 구두창이 나무 바닥을 울리는 선명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가렛이 도착했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걸어 들어왔다. 거친 수염은 짧게 다듬어져 있었다. 손바닥을 바지에 쓰윽 한 번 문지르고 모든 스태프에게 크고 차가운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특별히 여자 스태프들에게는 환한 미소도 보탰다. 할리우드의 신사답게. 왼손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 쓰인 스타벅스 아이스 라테 벤티 사이즈가 들려 있었다. 늘어진 티셔츠와 블랙 진, 닳아서 투박해진 구두. 계절만 다를 뿐, 드레스룸에 준비한 오늘 촬영용 의상인 폴로 랄프 로렌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촬영 내내 가렛은 촬영용 의상을 좋아했다. 코냑색 스웨이드 블루종, 허릿단을 돌려서 여미는 치노 팬츠, 두 치수는 커 보이는 헤링본 코트, 그리고 의외로 테디 베어가 그려진 니트를 좋아했다. 평소에도 카고 팬츠와 구깃한 데님 셔츠를 즐겨 입는 그에게 오늘의 옷들은 꽤 친숙했으니까.
하지만 요사이 가렛은 블랙 수트를 입고 앞코가 반짝이는 구두를 신어야 할 일이 많아졌다. 11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는 영화 <머드바운드> 때문이다. 시사회와 영화제에 번갈아가며 참석했고,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리면 점잖게 인사도 했다. <머드바운드>는 힐러리 조던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로, 가렛은 캐리 멀리건, 제이슨 클라크, 제이슨 미첼, 조나단 반스 등과 출연한다.화려한 출연진 외에 이 영화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여자 스티브 맥퀸이라 불리는 흑인 여자 감독 디 리스의 영화라는 것과,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흑인들이 겪은 인종 차별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노예 12년>, <문라이트>처럼 온전히 흑인 사회가 주를 이루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머드바운드>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선댄스 영화제에서 시사회를 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넷플렉스가 판권을 샀다.
내년 초에는 두 편의 영화가 더 개봉한다. 영화 <모자이크>는 <오션스시리즈>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스테판 소더버그 감독이 맡은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할리우드에서 기대치가 높다. 게다가 상대 여배우는 샤론 스톤. 여기에 HBO와 함께 애플리케이션과 연계해 관객들이 결말을 결정하는 이색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점도 꽤 흥미롭다.
또 하나의 영화 <버든>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를 다룬다. 하지만 의외로 큰 주제는 러브 스토리다. 가렛과 러브 스토리라니…. 전사가 되고 싶은 페트로클루스, 자살 충동에 괴로워하는 토마스, 피터 팬과 한 패인 후크 선장,컴퓨터 천재 샘 플린을 떠올리면 글쎄, 상상이 잘 안 된다. 8월의 태양 같은 딘 모리아티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에 가렛은 포레스트 휘태커, 톰 윌킨스처럼 무게와 존재감이 남다른 배우들과 함께 출연한다. 그래도 그는 별로 긴장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고전 영화 대사를 읽고 클래식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하나의 역할만 파고드는 식의 독특한 연습 방식으로 연기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 시절의 그는 할리우드 신문을 읽으러 서점에 갔고,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없는 할리우드 에이전트에 끊임없이 전화를 했다.
누구보다 할리우드 배우가 되고 싶었던 아리조나의 고등학생 가렛 헤드룬드는 이제 할리우드에 완벽히 정착했다. 촬영이 끝나갈 무렵, 스태프가 GQ 200 초를 꽂은 촬영용 케이크를 가지고 왔다. 가렛은 자신도 곧 생일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할리우드 배우는 생일엔 ‘누구’와 함께 있는지, ‘무얼’ 하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물었어도 기대하는 답은 듣지 못했을 거다. 가렛은 서른셋, 주로 할리우드에 머물고 배우가 직업인 잘 생기고 매력적인 남자다. 그런 그에게 비밀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
- 에디터
- 강지영, 박나나
- 포토그래퍼
- 신선혜
- 모델
- Garrett Hedlund
- 헤어 & 메이크업
- Mira Chai Hyde at the Wall Group using Routine For Men Skincare and Shu Uemura Hair Care
- 프로듀서
- Park In Young at Visual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