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부터 테일러 스위프트의 약혼 카르티에까지. 작년 한해 시계 업계를 뒤흔든 타임피스와 사건, 그리고 장면들이 올해 시계 시장에 미친 영향들.

원래는 이 기사의 제목을 ‘작년 시계 업계에 있었던 최고의 시계 순간들’이라고 붙이려 했다. 그러다 관세를 떠올렸다. 이 무거운 세금은 올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시계 산업 위에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었고, 아마도 2025년을 대표하는 가장 큰 이야기일 것이다.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해야 했고, 감세를 기대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으며, 8월에 진짜로 살인적인 관세가 적용되기 전 미국 내 재고를 최대한 쌓아두는 데 혈안이 됐다. 그래서 정정한다. 이것은 ‘최고’가 아니라 2025년의 가장 큰 시계 순간들이다.
다행히도, 이 압도적인 관세 이슈만 넘기고 나면 축하하고 구경할 만한 장면들이 아주 많다. 트렌드를 만든 셀럽 착용샷부터 브랜드의 부활, 역사적인 경매 기록, 판도를 바꾼 신작까지. 아래는 순서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작년 시계 업계를 정의한 순간들이다.
관세! 관세! 관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는 타이밍부터가 기가 막혔다. 시계 업계 최대 무역 박람회인 워치스 앤 원더스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뉴스가 터진 것이다. 매년 행사가 열리는 제네바 팔렉스포 전시장의 공기는 순식간에 뒤틀렸다. 카메라를 든 로이터 기자들이 빈티지 시계 숍 로이 & 사샤 다비도프 S.A.의 공동 운영자 사샤 다비도프를 붙잡고 의견을 묻는 장면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은 중단됐고, 대화의 주제는 ‘이 사태에 업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로 급선회했다. 이미 시나리오를 준비해둔 브랜드도 있었고, 윗선에서는 “트럼프가 마음을 바꿀 것”이라 장담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실제로 대통령이 곧바로 90일 유예를 선언하며 그 예측은 한때 맞는 듯 보였다.
하지만 관세가 그냥 사라질 거라 기대한 건 착각이었다. 새로운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뒤, 미국은 스위스산 제품에 무려 39%의 관세를 적용했다. 업계 전체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수치였다. “39% 관세는 스위스 시계의 미국 수입을 즉각 멈춰 세우는 수준입니다.” 스위스워치엑스포 CEO 유진 투투니코프의 말이다. “이건 시장이 성립되지 않아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스위스 시계 업계는 전방위적인 ‘매력 공세’에 나섰다. 롤렉스는 US 오픈 남자 결승전에서 트럼프를 VIP 스위트로 초대했고, 여러 스위스 시계 브랜드 임원들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동했다. 롤렉스는 선물도 남겼다. 데이트저스트 데스크 클록이었다. 결국 바람은 바뀌었고, 11월 관세는 ‘그나마’ 15%로 낮아졌다. 브랜드들은 이미 이에 맞춰 가격을 다시 조정 중이다.
파텍 필립이 공들여 만든 시계, 전세계 단 네 점

파텍 필립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시계 중 하나는 레퍼런스 1518 스틸 버전이다. 1518은 1941년, 퍼페추얼 캘린더와 크로노그래프를 최초로 결합한 시계다.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운 도전이어서, 이후 수십 년간 다른 브랜드들은 이를 재현하지 못했다. 이런 초고난도 시계는 당연히 가장 값비싼 소재에만 허락됐고, 대부분 골드 케이스로 제작됐다. 그래서 스틸 1518은 존재 자체가 모순에 가까운 희귀종이다.
2월, 모나코 레전드 그룹은 스틸 1518 한 점을 프라이빗 세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몇 달 뒤, 또 다른 한 점이 필립스 경매에 등장했다. 즉, 전 세계에 존재하는 스틸 1518의 절반이 동시에 시장에 나온 것이다. 더 미친 건 그다음이다. 연초부터 시장에 나와 있던 두 점 모두, 11월 단 한 주말 사이에 팔렸다. 모나코 레전드는 자신들이 보유한, 수집가들 사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던 개체를 필립스 경매 직전에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필립스의 결과는? 1,760만 달러. 2017년 폴 뉴먼의 롤렉스 데이토나가 세운 기록과 불과 수십만 달러 차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약혼 까르띠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약혼을 축하한다. 아니, 그녀의 시계를 축하한다고 해야 할까? 약혼 사진에서 스위프트는 늘 차던 까르티에 산토스 드무아젤을 착용했고, 그 순간 인터넷은 폭발했다. 빈티지 딜러들은 순식간에 재고를 털어냈다.
5시간짜리 롤렉스 팟캐스트 공개
솔직히 말해, 올해 어떤 시계 이슈보다도 내 휴대폰을 미친 듯이 울린 사건이다. 5시간짜리 롤렉스 에피소드.
그 ‘Acquired’ 팟캐스트에서. 반응은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 공동 진행자 데이비드 로젠탈은 공개 48시간 만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만든 어떤 에피소드보다도 크게 될 거라는 건 100% 확신합니다.”
월턴 고긴스가 찾아낸 예거 르쿨트르 시계

〈화이트 로투스〉 주연 이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선 월턴 고긴스는, 막 공개된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핑크 골드를 착용했다. 올해 가장 완벽했던 ‘사람과 시계의 만남’ 중 하나였다. 둘 다 각자의 영역에서 정점에 있었다. 고긴스는 SNL에서 왕관을 쓰진 않았지만, 이 시계면 충분히 대신할 수 있었다.
사라졌던 역사적 브랜드 부활시킨, 티모시 샬라메

어반 위르겐센은 250년 역사 동안 수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지금의 어반 위르겐센은 출범한 지 몇 달밖에 안 됐지만, 닷지 챌린저처럼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핵심은 이렇다. 마스터 워치메이커 카리 부티라이넨이 디자인을 총괄하고, 첫 라인업은 브랜드 전설적인 포켓 워치를 손목시계로 재해석한 모델을 포함한다. 그중 하나는 이미 티모시 샬라메의 최애가 됐다. 게다가 GPHG에서 최고 남성 시계상까지 수상했다. 반년 만에 이룬 성과로는 과분할 정도다.
시계의 중심, 두바이로 휴가를 가다
11월 중순 열린 두바이 워치 위크는 한때 중동 한정 에디션 중심의 니치 행사였다. 이제는 격년제로 열리는, 시계 캘린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이벤트다. 올해도 많은 브랜드가 일반 출시작에서 뛰어난 결과물을 내놨다. 예컨대 튜더의 새로운 ‘듄’ 레인저는 결코 한정된 취향의 시계가 아니다.
롤렉스와 로저 페더러, 판에 뛰어들다
2년 전 오메가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손목에 미공개 화이트 다이얼 스피드마스터를 채워 넣고, 추측과 소문이 자연스럽게 퍼지도록 놔뒀다. 이후 이 전략은 업계의 공식처럼 됐다. 브라이틀링은 오스틴 버틀러로, 오데마 피게는 존 메이어로 같은 수를 썼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건, 늘 비밀주의의 상징이던 롤렉스가 3월 로저 페더러와 함께 랜드-드웰러를 ‘유출’한 사건이다. 이는 롤렉스가 이 신작의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했고, 새 모델을 밀어붙이기보다 ‘히트곡’을 듣고 싶어 하는 컬렉터들의 호의를 얻어야 한다는 걸 이해했다는 신호다.
랜드-드웰러는 진짜 ‘사건’이다
나는 약 40명의 전문가에게 “2025년을 정복한 브랜드는 어디인가”를 물었다. 압도적인 1위는 롤렉스였다. 이유는 거의 전적으로 랜드-드웰러 덕분이다. 이 시계는 동력 전달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 이스케이프먼트에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 300년 가까이 스위스 시계업계는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해왔다. 랜드-드웰러에는 롤렉스가 다이나펄스라 명명한 새로운 구조가 들어갔다. “완전히 새로운 이스케이프먼트를 만든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필립스 미주 총괄 폴 부트로스의 말이다. “롤렉스는 여기서 자기들만의 길을 택했죠.”
F.P. 주른, 독립 브랜드의 한계를 깨다

12월 초,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를 위해 제작된 F.P. 주른 시계가 경매에서 약 1,100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는 독립 시계 브랜드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참고로, 랩 가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오데마 피게의 최고가는 최근 770만 달러였다.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1,000만 달러를 넘긴 브랜드는 파텍 필립과 롤렉스뿐이었다. 이제 FPJ가 그 성층권에 진입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팀 롤렉스 합류
롤렉스는 디카프리오를 새로운 롤렉스식 홍보대사인 테스티모니로 영입했다. 늘 그렇듯, 팬들은 오스카 시즌 롤렉스 광고에서 그를 보고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롤렉스는 즉시 그에게 스페셜 에디션 데이토나와, 발표 첫 주의 랜드-드웰러를 채워줬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한 주에 받은 신생 워치메이커
인디 브랜드가 주목 받고 싶다면 존 메이어와 에드 시런이 같은 주에 당신의 시계를 착용해주는 것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가 있을까? 없다. 뱅가트가 그 해답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클 조던까지 뱅가트의 SF 같은 오브를 착용했다.
브래드 피트가 영화에서 마법을 건 시계

〈F1〉에서 브래드 피트는 소품팀에 모든 걸 맡기지 않았다. 그가 찬 IWC 인제니어는 클로이스터와 협업해 재해석한 빈티지 모델이었다. 이 피트 버전은 IWC가 실제 판매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피트와 그의 단골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꽤 진지한 시계 애호가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