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점점 커지고 있을까, 아니면 작아지고 있을까? 지금 가장 인기 있는 다이얼 컬러는 무엇일까? 데이터가 말해준다.

이번 주에는 연구실로 함께 들어가 보자.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공개된 주요 브랜드의 신제품 123개를 모두 정리해 시계 업계에서 무엇이 떠오르고 있고 무엇이 내려가고 있는지 분석해봤다. 숫자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다. 그래프를 그리고, 계산하고, 수치를 돌리고,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숫자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다이얼은 좋아하는 마일스 데이비스 음반과 같다
아니, ‘비치스 브루’는 아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는 매년 블루가 가장 지배적인 다이얼 컬러일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올해도 그 색은 어디에나 있었다. 무려 32개의 신작에 적용됐는데,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수치다. 그 지배력은 쇼파드의 인기 모델 L.U.C에서 잘 드러난다. 올해 이 모델은 기존의 살몬 다이얼을 깊은 블루로 바꿨다. GQ에서 이 시계를 다룬 토니 트레이나는 이 변화가 가장 흥미로운 업데이트는 아닐 수 있지만, 일상에서 착용하기 훨씬 쉬운 시계로 만들어준다고 썼다. 그래서 브랜드들이 이 색을 계속 선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그린 다이얼이 떠오르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다. 데이터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총 16개의 모델이 이 생동감 있는 그린 컬러를 사용했다. 여기에 전통적인 뉴트럴 컬러들도 뒤따른다. 화이트, 크림, 아이보리 계열이 16개, 블랙이 15개, 브라운이나 베이지가 13개였다.
다이얼 전쟁의 숨은 승자
모든 신제품을 한데 모아봤을 때 가장 눈에 띈 건 스켈레톤과 오픈워크 다이얼의 비중이었다. 이를 하나의 ‘다이얼 색상’으로 본다면 블루 다음으로 많은, 20개 이상의 모델이 내부 구조를 드러내고 있었다. 앞으로 데이터를 더 들여다볼수록 반복해서 보게 될 트렌드지만, 시계 브랜드들은 점점 더 화려한 소재, 더 복잡한 기능, 더 높은 가격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스켈레톤 디자인은 시계를 더 고급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이 전략은 가격대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파텍 필립의 19만 달러, 약 2억 6,200만 원짜리 큐비투스부터 태그호이어의 2만 5천 달러, 약 3,450만 원짜리 모나코 에버그래프까지 다양하다. 파네라이, 예거 르쿨트르, 제니스, 에르메스, 쇼파드, 샤넬, 까르띠에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이제 다이얼을 열어 내부를 보여주는 것은 기존 아이콘 모델을 더 비싼 시장에 맞추기 위한 대표적인 버튼이 된 듯하다.
빛나는 건 모두 금이다
브랜드들이 점점 더 고가 시장으로 이동하는 또 하나의 증거는 바로 금이다.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는 스틸보다 금 시계가 더 많이 등장했다. 120개 이상의 모델 중 47개가 금으로 만들어졌고, 스틸은 46개였다.
이 데이터는 업계의 현재 상태를 명확히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모건 스탠리 보고서를 보면 스위스 시계 수출량은 줄었지만 총 수출 금액은 증가했다. 즉, 더 적게 팔지만 더 비싸게 파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가 IWC의 인제니어다. 이제 투르비용이 들어간 솔리드 골드 모델로 15만 9천 달러, 약 2억 1,900만 원에 판매된다. 비교적 합리적인 브랜드로 알려진 노모스도 올해 탄젠테를 골드 버전으로 출시하며 가격을 4,690달러, 약 647만 원에서 1만 6,100달러, 약 2,220만 원으로 끌어올렸다.
가장 인기 있는 금 소재는 화이트 골드와 옐로 골드로, 각각 16개 모델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티타늄 역시 상승세다. 올해 24개 모델이 이 가볍고 착용감 좋은 소재를 사용했다. 보통은 스틸보다 저렴한 소재로 여겨지지만, 이제는 율리스 나르당의 39만 3,600달러, 약 5억 4,300만 원짜리 슈퍼 프릭이나 바쉐론 콘스탄틴의 4만 1천 달러, 약 5,660만 원짜리 오버시즈 듀얼 타임 같은 고급 모델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 숫자들을 적어서 테이블 위에 밀어보자
나쁜 소식부터 말하자면, 중간 가격대는 거의 사라졌다. 1만 달러에서 2만 5천 달러 사이 모델은 19개뿐이고, 7천에서 1만 2천 달러 구간은 단 9개에 불과하다. 6천 달러 이하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계를 모으는 것조차 올해는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가격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평균 가격은 무려 6만 6,232달러, 약 9,140만 원이다. 초고가 모델들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다. 중앙값도 만만치 않다. 3만 1천 달러, 약 4,280만 원 수준이다.
완벽한 사이즈 찾기

123개 시계의 케이스 사이즈를 평균 내보니 놀랍게도 정확히 40mm가 나왔다. 현대 소비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크기로 여겨지는 수치가 이렇게 깔끔하게 데이터로 드러난 점이 흥미롭다.
또한 분포 역시 매우 균형 잡혀 있다. 34~36mm 모델이 11개, 37~39mm가 28개였다. 이는 41~42mm 28개, 43~44mm 15개와 거의 대칭을 이룬다. 가장 이상적인 구간은 37~42mm로, 전체의 약 62.5%가 이 범위에 속했다.
기타 의견
얇은 시계가 새로운 럭셔리로 떠오르고 있다. 초박형 무브먼트를 개발하고 강조하는 브랜드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바쉐론 콘스탄틴, 파텍 필립, 쇼파드, 까르띠에, 불가리, 피아제 등이 이를 강조했다. 사진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 착용자에게는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주는 요소다.
복잡 기능 역시 고급화 전략의 일부다.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투르비용 모델 수가 크로노그래프와 거의 비슷했다. 크로노그래프가 가장 대표적인 복잡 기능이었지만, 퍼페추얼과 투르비용이 각각 2~3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는 브랜드들이 고급 시계와 스포츠 시계를 동시에 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파텍 필립과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 같은 브랜드의 크로노그래프도 수천만 원대에 이른다.
스톤 다이얼 트렌드는 꺾이는 중일지도 모른다. 제니스 G.F.J나 롤렉스 데이데이트 같은 화제작에 적용되긴 했지만, 전체에서 단 6개 모델에 불과했다. 과거의 높은 관심도를 생각하면 꽤 낮은 수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