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크루 없어도 괜찮다, 혼자 뛰는 게 더 좋은 진짜 이유 4

2026.06.16.박한빛누리

러닝 크루에서 뛴 지 10년이 넘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사람들과 달렸다. 뛰고 나서 저녁을 먹는 재미도 있었다. 근데 요즘은 혼자 뛰는 게 더 좋아졌다.

Getty Images

몇 년 전만 해도 한강에 나가면 혼자 뛰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는 러닝앱을 켜지도 않고 음악만 들으며 곧잘 뛰었다. 러닝 붐이 일면서 가장 활기가 도는 모임이 바로 러닝크루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크루를 찾고, 함께 달린다. 실제로 러닝크루는 운동을 꾸준히 하게 만드는 좋은 장치다. 함께 뛰면 덜 외롭고, 기록도 훨씬 좋아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러닝을 오래 한 사람 중에는 다시 혼자 뛰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내 페이스대로 뛸 수 있다

러닝크루를 나가보면 생각보다 가장 어려운 게 페이스다. 누군가에게는 워밍업 수준인 속도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터벌 훈련이 된다. 반대로 너무 느려서 답답한 사람도 있다.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운동도 마찬가지다. 혼자 뛰면 눈치볼 필요가 없다.

Getty Images

머리가 정리된다

기사를 쓰는 날은 그나마 좀 덜한데, 큰 촬영을 하는 날에는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난다. 하루 종일 기가 쏙 빨린다. 그 사이에 메시지를 확인하고 전화도 받는다. 퇴근하면 SNS도 본다.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계속 뭔가를 하니, 뇌가 쉴 틈이 없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건강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은 책 ‘움직임의 힘’에서 “운동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정신적 회복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혼자 달리다 보면 비슷한 경험을 한다. 처음에는 잡생각을 하다가, 내일 해야 할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답답했던 고민이 정리되기 시작한다. 러닝크루에서는 얻기 어려운 시간이다. 사람들과 함께 뛰면 즐겁지만, 혼자 뛰면 생각할 수 있다.

비교하지 않게 된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러닝 크루에 나가면 비교할 거리가 생긴다. 저 친구는 기록이 빨라서 부럽고, 저 친구는 새로 나온 신상 러닝화를 신고 있어서 부럽다. 어떤 친구는 잘생기고 키가 커서 부럽다. 나만 빼고 모여서 뛰고 사진 찍은 걸 SNS에서 봤을 때도 부럽다. 취미로 뛰는 건데, 가끔은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비교하며 판단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교가 많아질수록 만족감은 줄어든다는 점이다. 러닝크루는 좋은 자극을 주지만 동시에 비교의 장이 되기도 한다. 반면 혼자 뛰면 비교 대상은 나뿐이다. 오늘이 어제보다 조금 덜 힘들었는지, 조금 더 멀리 갔는지만 느끼면 된다. 생각보다 이 단순함이 오래간다.

Backgrid

러닝의 본질에 집중하게 된다

처음 러닝을 시작한 이유는 외로워서였다. 10여 년 전, 천안에서 상경한 나는 서울에 친구가 별로 없었다. 심심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건강해지고 싶어서 뛰었다. 몇 년이 지나니, 이런 이유는 희미해졌다. 기록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달린 거리를 SNS 남겼다. 근데 생각해 보면 결국 러닝은 혼자 하는 운동이다. 마라톤 대회에 가보면 수만 명이 함께 출발한다. 그런데 20km를 넘기면 모두 혼자가 된다. 다리가 아픈 것도 혼자 견뎌야 하고, 숨이 차는 것도 혼자 버텨야 한다. 누가 대신 뛰어줄 수는 없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인간이 가장 깊은 만족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과 과제에 완전히 집중할 때”라고 설명했다. 러닝도 비슷하다. 어느 순간 주변 소음이 사라지고 발소리와 호흡만 남는다. 그때 묘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아마 많은 러너가 계속 뛰는 이유도 그 순간 때문이 아닐까.

박한빛누리

박한빛누리

프리랜스 에디터

박한빛누리는 러닝을 비롯한 스포츠 및 건강, 연애, 대중문화까지 폭넓은 콘텐츠를 다루는 15년 차 프리랜스 에디터입니다. 'GQ KOREA', 'W KOREA', 'MARIE CLAIRE KOREA', 'COSMOPOLITAN KOREA'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셀러브리티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아이돌 화보집과 브랜드 매거진 총괄을 맡아 편집해 온 경력이 있습니다. 패션, 러닝, 축구, 스노보드에 관심이 많으며, 인스타그램에 일상과 작업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에디터
박한빛누리(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