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주목받아온 L.U.C 1860. 실용적인 형태로 돌아왔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블루 다이얼을 갖춘 시계 자체는 겉으로 보면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평범한 요소들을 가지고도 컬렉터들이 사랑하는 시계를 만들어내는 쇼파드의 능력이 더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쇼파드는 2023년, 살몬 코퍼 다이얼을 적용한 엘유씨 1860을 출시하며 이미 한 차례 이 마법을 보여준 바 있다. 그해 지큐의 시계 업계 설문에서 이 모델은 올해 최고의 시계 중 하나로 선정됐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인상적인 모델이었다. 워치스 앤 원더스 현장에서 다시 묻는다면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현대 시계로 꼽을 것이다.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쇼파드는 ‘아뢰즈 블루’ 다이얼을 적용한 새로운 엘유씨 1860을 선보였다. 이 다이얼은 스위스 플뢰리에에 있는 쇼파드 매뉴팩처 인근을 흐르는 아뢰즈 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그 강을 본 적은 없지만,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방식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 요즘, 이 다이얼만큼 아름답다면 한 번쯤 뛰어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그런 설정도 충분히 납득된다. 살몬 다이얼 모델의 성공 이후, 특별한 날에만 어울리는 시계가 아닌 후속작이 필요했는데, 캐주얼한 블루 다이얼과 스테인리스 스틸 조합은 매일 착용할 수 있는 1860을 완성했다.
아뢰즈 강 근처에 자리한 쇼파드 매뉴팩처는 L.U.C 1860의 이야기가 시작된 곳이다. 1990년대, 1963년부터 쇼파드를 이끌어온 가문의 일원인 칼 프리드리히 쇼이펠레는 브랜드의 생존을 위해 자체 제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업계 최고의 인물들을 불러 모았다. 훗날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를 이끄는 독립 시계 제작자 미셸 파르미지아니, 그리고 현재 롤렉스 최고경영자인 장 프레데릭 뒤푸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과 함께 2년에 걸쳐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 제작 시설을 구축했다.

1996년, 쇼파드는 그 결과물을 공개했다. 칼리버 1.96이다. 시계 애호가들에게는 모든 조건을 갖춘 무브먼트다.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고, 제네바 씰도 획득했다. 얇고 아름답게 마감된 마이크로로터 무브먼트로, 쇼파드는 이를 엘유씨 1860에 탑재했다. 이는 스위스 매뉴팩처에서 자체 제작한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새로운 컬렉션의 시작이었다.
쇼파드는 해피 다이아몬드, 알파인 이글, 밀레 밀리아 등 다양한 시계를 만든다. 하지만 엘유씨 컬렉션은 그 안에서도 별도의 연구소 같은 존재다. 정교한 장인정신에 집중하며 연간 수천 개 수준만 생산하고, 품질은 아 랑에 운트 죄네나 파텍 필립과 비교될 정도다.
마니아층에서는 L.U.C를 매우 높게 평가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쇼파드가 대중적인 ‘전성기’를 맞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야 진가가 드러나는 시계를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우아한 디자인을 가장 균형 있게 결합하는 브랜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L.U.C 96.01 무브먼트는 여전히 최상급이며, 최신 L.U.C 1860에도 탑재된다. 이 슬림한 무브먼트 덕분에 케이스 크기는 36.5밀리미터에 두께 8밀리미터로, 클래식 드레스 워치로서 거의 완벽한 비율을 갖는다.
이후 쇼파드는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미닛 리피터 등 다양한 복잡 기능을 L.U.C 컬렉션에 추가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을 표시하는 L.U.C 1860은 여전히 컬렉션의 중심이다. 쇼파드는 1996년 이후 엘유씨 1860을 간헐적으로 생산해왔다. 초기 모델들은 지금도 컬렉터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중고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중형 세단 가격대에 거래된다. 다만 매물이 자주 나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2023년, 쇼파드는 1860의 본질을 다시 꺼내 들었다. 36.5밀리미터로 줄어든 케이스, 수작업 기요셰 다이얼, 그리고 인하우스 마이크로로터 무브먼트까지, 원형에 충실하면서도 중요한 변화가 더해졌다. 특히 루센트 스틸 소재를 처음 적용해 보다 현대적인 인상을 주고, 케이스에 브러시 마감을 더해 1990년대 골드와 플래티넘 모델보다 덜 격식 있는 분위기를 완성했다. 또한 6시 방향의 날짜 창을 제거했다. 이 정도 시계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날짜 표시가 굳이 필요할까.
1990년대 L.U.C 1860은 대부분 실버 다이얼로 출시됐다. 지금 봐도 아름답지만, 다소 고전적인 느낌이 강하다. 당시 블루 다이얼 모델도 존재했지만 매우 희귀해 거의 볼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의 컬렉터를 위한 새로운 블루 다이얼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이번 L.U.C 1860 아뢰즈 블루는 과거 모델과 아주 미묘한 차이를 두면서도 그 정체성을 이어간다. 이제 물에 뛰어들 준비가 된 사람은 누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