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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이상! 요즘 난리난 아이팟, 집에 예전 물건 찾아봐야 하는 이유 5

2026.04.14.김현유

아이팟의 생산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이후에도 리퍼비시 아이팟 판매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왔다. 단순히 Z세대가 ‘감성’을 좇아 벌어진 일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 우리에게는 ‘MP3 플레이어’가 있었다. 각양각색의 디자인을 자랑하는 만큼, 브랜드와 모델도 다양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점유율이 높았던 건 단연 애플의 아이팟이었다. 2005년 기준 전 세계 매출점유율 60%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시작되며 MP3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아이팟도 피해갈 수 없었고, MP3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과거의 유물이 됐다.

2026년의 분위기는 다르다. 아이팟 거래량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리퍼브 전자제품 판매 브랜드인 백마켓에 따르면, 아이팟의 생산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2022년 이후 리퍼비시 아이팟 판매량은 매년 평균 15.6% 증가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팔린 4억5000만대의 아이팟이 현재 중고 시장 물량의 기반이 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여러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아이팟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실제 판매도 이전보다 활성화된 모양새다. 가격은 모델별로 다르지만, 10만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왜 아이팟을 구매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걸까?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이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아래에서 살펴보자.

디지털 디톡스

음악을 들으려고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가 친구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 쇼츠를 감상한 뒤 이어진 광고에 홀려 원래의 목적은 잊고 한참 동안 시간을 낭비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부터 벗어나는 ‘디지털 디톡스’가 각광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음악마저 들을 수 없는 건 다소 가혹한 상황.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기기가 바로 아이팟이었다는 설명이다. 아예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으니, 다른 자극 없이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화된 플레이리스트

MP3로 음악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컴퓨터에 음원을 다운로드받고, MP3를 USB 포트로 연결한 뒤, 해당 폴더에 음원 파일을 수동으로 옮기는 식이다. 이런 번거로움은 MP3가 사라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은 이를 모두 생략해도 순식간에 음악 재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불편한 과정이 이제는 아이팟의 인기를 견인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엄선한 곡으로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이 ‘온전한 나만의 기기’라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이 고른 노래만 들을 수 있는 것도 선호 포인트라고 한다.

향수

Z세대가 레트로에 빠져 아이팟을 구입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실제 MP3 플레이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Z세대는 32%에 불과했다. 나머지 68%는 그보다 나이가 많다는 뜻이다. 사실 아이팟은 1980~90년대생들의 학창 시절 및 대학 시기에 등장한 기기다. 그 시기에 실제 아이팟을 쓴 적이 없더라도, 아이팟에 대한 로망을 가진 이들은 많았다. Z세대가 아닌 그 윗세대에 훨씬 소구하는 부분이 큰 셈이다. 아이팟 구매 후기를 남긴 한 유튜버의 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학창 시절에는 살 수 없던 기기를 스스로 살 수 있다는 어른이 된 만족감이 있어요.”

감성적인 디자인

아이팟이 2000년대 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디자인이었다. 아이팟의 성공 이후 수많은 후발 기업들이 이를 따라 다양한 카피 디자인을 출시했으나, 결코 원조의 감성을 구현할 수는 없었다. 아이팟의 인기가 부활한 데에는 디자인도 큰 역할을 했다. 천편일률적인 스마트폰 디자인 사이 모델에 따라 형태가 완전히 다른 아이팟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 또 구형 모델인 아이팟 클래식이나 아이팟 나노에 적용된 휠 조작 방식은 스마트폰 액정을 두드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줘, 묘한 ‘아날로그 감성’을 깨운다.

은근한 실용성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아이팟은 중고이거나 리퍼비시 제품이다. 배터리 용량이 현재의 스마트폰에 비해 떨어질 것 같지만, 막상 실제 이용자들에 따르면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잡다한 작업을 수행하는 대신 오로지 음악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된다는 것이다. 장시간 비행기를 탈 때 상당히 용이하며, 스마트폰보다 가볍기 때문에 암 밴드를 착용하고 달리기를 할 때도 편리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