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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대세였던 이 남자 헤어스타일, 싹 사라진 이유

2026.04.18.조서형, Tyler Chinn

페이드 컷의 시대는 끝났다. 모두가 열광하던 헤어스타일이 더 길고 유연한 스타일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Michael Houtz; Getty Images

2025년, 바버 줄리어스 아리올라는 자신의 고객인 스크릴렉스를 만났다. 본명은 소니 존 무어인 이 디제이는 보통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유지하는 언더컷을 주문하곤 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분명하게 말했다. “페이드는 절대 하지 마세요.”

헤어케어 브랜드 STMNT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한 아리올라는 그 말을 정확히 받아들였다. 그 결과는 같은 해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중간 길이의 텍스처 크롭 스타일. 헤드뱅잉을 해도 살아 있는 드라마틱한 움직임이 특징이었다. 이후 이 스타일은 빠르게 유행했고, 아리올라는 이제 많은 고객들이 이 디제이의 사진을 들고 와 참고한다고 말한다. 보이 뱅, 미니 멀렛, 샤기 같은 트렌디한 스타일이 떠오르면서 2026년은 페이드를 과거로 보내는 분위기다.

지난 10년 동안은 상황이 달랐다. 측면을 거의 피부에 가깝게 짧게 밀고 위로 갈수록 길어지는 타이트한 페이드, 정교하게 세운 퀴프, 그리고 하드 파트까지. 이 모든 것이 깔끔함을 상징하는 시대의 대표 스타일이었다. 데이비드 베컴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그 중심에 있던 스타일 아이콘이었다. 갓 이발을 하고 나온 듯한 시원한 두피의 느낌, 그리고 “페이드 깔끔하다”는 말은 최고의 칭찬이었다.

“페이드는 솔직히 멋있죠.” BLVD&CO. 브랜드 앰배서더이자 셀러브리티 헤어스타일리스트 제로드 로버츠의 말이다. “사람들이 그 갓 자른 느낌과 옆머리의 촉감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2025년 가을을 기점으로 변화가 감지됐다. 로버츠는 고객들이 점점 페이드에서 벗어나 더 긴 스타일을 원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페이드를 하던 고객들도 이제 머리를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어떤 긴 스타일이 가능한지 물어봅니다.”

이 변화는 서서히 진행됐다. 아리올라는 그 시작을 2020년 코로나 봉쇄 시기로 본다. 몇 달 동안 미용실을 가지 못하면서 사람들은 머리를 방치하거나, 혹은 직접 밀어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하게 됐다. 그리고 다시 미용실이 문을 열었을 때, 머리를 하나의 ‘캔버스’처럼 바라보기 시작했다.

“페이드의 죽음이라는 건 결국 기본값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아리올라는 말한다. “머리를 길러보면서 자신의 질감과 스타일을 이해하게 됐고, 이제는 무작정 기본 스타일로 돌아가기 전에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게 된 거죠.” 또한 페이드는 유지 관리가 까다롭다. 날렵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일주일 단위로 이발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자연스럽고 힘을 뺀 스타일이 패션 전반의 흐름이 된 지금, 더 손이 덜 가는 스타일을 찾는 것도 당연한 흐름이다.

“결국 태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리올라는 말한다. “우리는 결과물로 말하고 싶어 하고, 외적인 모습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두고 싶어 합니다.” 그는 겉보기에는 대충 입은 것 같지만 사실은 고가의 버켄스탁 슬리퍼와 빈티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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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요즘 가장 ‘핫한’ 헤어스타일은 막 자른 느낌이 전혀 없는 스타일이다. 로버츠와 아리올라 모두 샤기한 스타일이 유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하는 무드가 강하다. 커트 코베인의 머그샷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이나, 오아시스와 블러 전성기 시절을 연상시키는 자연스러운 베드헤드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물론 페이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때 유행이 지나간 멀렛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언젠가는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2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저는 여전히 페이드를 좋아합니다.” 아리올라는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짧게, 길게, 텍스처 있게, 웨이브로, 단정하게, 혹은 헝클어진 스타일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걸 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지금은 그야말로 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최고의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