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싸 스틸리아니를 만나 브랜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불가리에 대해 말하는 그의 눈빛은 브랜드에 대한 애정으로 별처럼 반짝였다.

우선 <지큐> 독자들에게 당신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2001년부터 불가리와 인연을 맺은 당신을 궁금해할테니까요.
저는 불가리의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싸 스틸리아니입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났고, 로마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토리노에 있는 자동차 제조사 피아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그곳에서 디자인과 산업, 기술이 어떻게 하나의 언어로 만나는지 깊이 배울 수 있었고, 실무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경험을 쌓았죠. 이후 워치 디자인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불가리에서 일하며, 시계 디자인 분야에서 시각과 전문성을 계속 발전시켜 오고 있는 중입니다.
다시 방문한 한국은 어때요?
지금 한국은 문화, 패션,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흥미롭고 관심이 집중되는 나라입니다. 한국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매우 활기차고 역동적이라고 느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여러 곳을 둘러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조금 더 깊이 경험했습니다. 한국은 정말 고유한 매력을 지닌 나라라고 생각해요. 역동적이면서도 뚜렷한 개성을 지닌 곳이기 때문이죠. 서울도 무척 아름답고요. 또한 시계에 깊은 열정을 가진 분들, 그리고 문화적 소양이 높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예술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것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유럽 문화와는 분명히 다른 결을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서 매우 흥미롭고 독창적인 조화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 커리어가 자동차 회사였죠? 산업 디자인과 자동차 회사에서 일한 배경이 불가리에서 어떻게 드러났나요?
단순한 형태 안에 정교한 디테일을 담는 일에 열정이 있어요. 그 점에서 피아트에서 일한 경험은 매우 중요했죠. 자동차는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매우 복합적인 대상이기 때문이고, 시계 역시 복잡한 메커니즘을 지니지만, 완전히 다른 스케일 안에서 구현된다는 점이 차별되고 흥미로워요.

당신에게 옥토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처음 옥토 워치를 마주했던 기억을 말해주세요.
첫인상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우리 팀은 이 워치가 기존의 시계들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곧바로 느꼈어요. 특히 옥토 안에 담긴 예술적인 감각이 매우 매력적이었죠.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인 스타일을 지닌 워치메이킹이었고, 그 두 요소가 결합된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남성 수트의 커프에 쏙 감춰지는 옥토의 두께는 분명 특별해요. 어떤 발상으로 접근했어요?
우리의 목표는 매일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일체형 브레이슬릿과 가독성 높은 기능 등 일반적인 시계의 특성을 갖추면서도, 무엇보다 울트라-씬 워치를 손목 위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옥토와 같은 남성용 컬렉션을 보면 불가리의 간결한 미학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성용 제품과 세르펜티 같은 여성용 주얼리 워치를 디자인할 때 차이점이 있나요?
본질적으로는 같아요. 불가리의 DNA에 충실하되, 매번 그 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자 합니다. 불가리는 매우 다채로운 브랜드입니다. 이러한 DNA는 우리에게 서로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줍니다.

올해 신제품에 대해 애기할까요?
옥토 피니씨모의 사이즈를 40밀리미터에서 37밀리미터로 다듬었어요. 옥토 피니씨모 37밀리미터는 40밀리미터와 다른 특징을 지닌 워치입니다. 우리는 보다 폭넓은 활용성을 추구했고, 조금 다른 비율을 가진 타임피스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어떤 손목에나 어우러지는 워치가 되도록요.
사이즈가 줄어들면서 여성들도 보다 손쉽게 접근 가능할 것 같고요.
맞습니다. 어떤 손목에나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균형이 잘 잡혀 있죠.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어울리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드레코드를 경신하는 옥토의 여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기록이 있을까요?
아직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하하. 옥토 피니씨모 37밀리미터를 선보인 지 몇 달 되지 않았고, 아직 모든 컬렉션이 매장에 전개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죠. 다만, 앞으로도 옥토 피니씨모를 위한 매우 흥미로운 계획들은 준비 중입니다.
불가리에 기대하는 건 수학과 과학처럼 메커니즘만으로 이루어진 워치메이킹만이 아닙니다. 고객은 미학과 스토리도 원하는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나요? 이탈리아에서 우리가 사물을 만들고 바라보는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우리는 아름다움이 주는 즐거움에 집중합니다. 이탈리아인에게 아름다움은 매우 본질적인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떤 오브제가 매력적이지 않고 순수하게 기술적인 기능에만 머문다면, 그것은 우리의 방식이 아닙니다. 반대로 단지 미적인 아름다움에만 그치는 것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불가리 워치를 착용한 남자는 어떤 이미지를 가졌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취향을 지니고, 시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자신만의 워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완성도와 미학적 가치를 모두 이해하는 진정한 애호가가 아닐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좋은 시계란 결국 어떤 오브제일까요?
좋은 시계란 분명 기존과는 다른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손목 위에 착용하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탁월한 워치란 고유한 캐릭터와 기술적 정교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