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질문을 한다면 당신은 게으른 사람일 확률보다 성실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열심히 일하고, 운동도 다녀와서, 해야 할 일까지 해결했는데 잠들기 전엔 찜찜하다. SNS 속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모닝 루틴을 수행하고, 사이드 잡까지 성공하고, 그것도 부족해 부동산 공부까지 하는 사람들이 끝없이 등장하니까. 그들을 보면 나는 100%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처럼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심리학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노력은 시간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그리고 스스로 납득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열심히 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아래 기준으로 스스로를 점검해보자.
1. 의욕이 없는데도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다음 항목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미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한다는 말에 의욕적인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행동과학에서는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오래 지속되는 성과는 동기부여보다 습관과 자기조절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원고 쓸 기분이 아니라도 컴퓨터를 켠다거나 운동이 귀찮은 날에도 일단 헬스장에 간다. 이런 행동은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이런 평범한 반복이 결국 가장 강력한 성과를 만든다.
자기결정성이론을 제시한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은 지속적인 행동은 순간적인 의욕보다 자율성과 내적 동기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오래가는 사람은 매일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 의욕이 없는 날에도 움직이는 사람이다.
2. 1년 전의 나와 비교해보라
사람은 비교 대상을 잘못 선택하면 아무리 성장해도 만족하기 어렵다. 인스타그램 속 화려한 릴스에 눈을 돌리지 말고, 1년 전보다 저금한 양이 많아졌는가, 작년보다 일에 만족하는가, 건강이 나아졌는가를 비교하자.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면 10년 전과 비교해도 좋다. 성장 속도는 눈에 보이지 않게 천천히 진행된다. 어제와 비교하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 멀리 봤을 때 확연히 느껴지는 차이를 찾아보자. 열심히 산다는 것은 남보다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보다 나아지는 과정이다.
3. 쉬는 날엔 마음이 편하다
쉬는 날까지 죄책감이 든다면, 오히려 무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맛있는 걸 먹고 낮잠을 자고 소파에서 유튜브를 보며 쉰 날 저녁 “운동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영화 말고 책을 읽을 걸. 시간을 버린 것 같네.” 같은 생각이 반복된다면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이다. 회복을 위한 쉼은 다음 노력을 위한 투자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도 회복은 훈련과 같은 비중으로 다뤄진다. 휴식이 부족하면 집중력과 수행 능력 모두 떨어진다. 열심히 사는 사람일수록 쉬는 것도 일정에 포함시킨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있다면,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마음 편히 다녀오자.
4. 과정이 쌓이고 있다면 방향은 맞다
노력은 결과보다 먼저 나타난다. 결과가 보이지 않아 ‘방향이 이게 맞아?’ 고민 된다면, 쌓인 과정을 보자. 운동을 일주일 다닌다고 눈에 보이게 근육이 올라오지 않듯, 열심히 일한다고 연봉이 바로 오르지 않듯 말이다. 콘텐츠 역시 수십 편을 만들었을 때 하나가 화제가 된다. 요즘 화제의 그룹 리센느 역시 과거에 ‘안한 게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끊임없이 라이브 방송을 하며 팬들과 소통을 해왔다. 사람들은 결과만 기억하지만 실제 성공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작은 행동은 눈에 띄지 않아도 분명히 누적된다. 당장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의 방향이 틀린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면, 먼저
5. 실패한 다음 날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꾸준한 사람이다
‘나는 왜 이렇게 뭘 진득하게 하질 못하지?’ 자책하는 사람 중 대부분은 하루 무너진 루틴을 붙들고 슬퍼하는 중일 것이다. 하루 수업이나 운동을 빼먹었거나, 식단이 무너졌다면 그날은 잊고 빠르게 원래 루틴으로 돌아가자. 열심히 사는 사람은 그렇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50만 부가 팔린 ‘그릿’의 저자이자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가 말하는 끈기 역시 완벽함을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 오랫동안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틀어지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힘에 가깝다. 메타분석에서도 성취에는 끈기와 성실성이 일정한 관련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6. 불안 때문에 움직이는지 확인하라
불안한 마음 때문인지, 원하는 바가 있어서 인지 겉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둘다 바쁘고 열심히 사는 삶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까보면 그 속은 완전히 다르다. 누군가는 뒤처질까 두려워 허겁지겁 따라 운동하고 누군가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서, 땀 흘리는 즐거움에 운동한다. 남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운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결정성이론은 자율적으로 선택한 목표일수록 더 오래 지속되고, 행복감과 수행 능력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억지로 하는 노력은 오래 버티기 어렵지만, 스스로 의미를 느끼는 노력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
7. 오래 달릴 수 있는 속도를 유지한다.
지독하게 노력했으나 번아웃이 오는 사람은 결국 끝까지 갈 수 없다. 잠을 줄이고, 식사를 거르고, 주변과 나를 차단하며 몸과 마음이 망가질 때까지 일하는 사람은 계속 해나갈 수 없다. 실제로 오래 성과를 내는 사람을 보면 속도를 조절할 줄 안다. 전력 질주를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은 고도로 훈련된 사람 뿐이다. 트레일 러너 염주호 선수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면 뛰다가 멈춰도 돼. 완주든 완주가 아니든 그 다음 날에 다시 일어나서 또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게, 계속 도전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오늘 조금 덜 해도 내일 다시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 그게 가장 현실적인 성실함이다.
어제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는지 돌아보고, 그렇다면 속도를 의심하지 말자. 열심히 산다는 건 남들보다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오래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