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가 열어주는 길.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 임윤찬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꾸며내서는 이를 수 없는 순수함. 기교를 부려서는 만들 수 없는 맑음. 그 까다로움 때문인지 역사적인 예술가들의 전당이라 불리는 카네기홀에서도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이 연주된 것은 1964년 하노크 그린펠트 무대가 마지막이다. 그 기록을 임윤찬이 다시 연다. 올해 10월을 시작으로 2027년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카네기홀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18곡 전곡을 연주한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인터뷰에서 임윤찬은 음악가로서 근본이 되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오랜 시간 고민했다며, 언젠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이나 모차르트 협주곡·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게 피아니스트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말한 바 있다. 그때 그는 이 말을 덧붙였다. “더 나아가 대단한 연주자는 보육원이나 호스피스 병동 등 음악을 듣지 못하는 사정에 놓인 관객에게 찾아가 연주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임윤찬이 꼽은 꼭 해야 하는 일들 사이의 교집합 자리에 모차르트 피아노 곡에 대해 피아니스트 슈나벨이 남긴 한마디를 여기 놓아둔다.
한마디 “모차르트 곡은 아이들에게는 아주 쉽지만 예술가에게는 너무 어렵다.”
장소 미국 뉴욕 카네기홀
일정 2026년 10월 21일, 2026년 12월 14일, 2027년 3월 24일, 5월 24일
박완서 타계 15주년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다섯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한 명의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틈틈이 어두운 방에 혼자 엎드려 <나목>을 썼고 마흔에 등단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시기는 없다는 듯 박완서는 어느 때고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걸음에는 혼란한 현실에서도 잊지않으려는 균형 감각과 인간에 대한 애정, 그렇기에 차가이 내리칠 수 있는 회초리와 다정한 목소리가 함께였다. 타계 15주년을 맞아 작가의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 박완서 아카이브 전시를 조성했다. <나목> 초판본부터 타계 이틀 전까지 쓴 10여 년간의 일기, 편지, 앞뜰을 일구던 호미 등 박완서를 이루는 조각 470여 점을 실제 작가의 서재와 마당을 재현한 공간에 모아두었다. 소박하고도 단정한 사물들과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모래알만 한 진 실이라도>, 박완서가 남긴 수십 권의 책등을 훑고 있노라면 생전 인터뷰를 모은 책 <박완서의 말>에 남은 큰따옴표가 맴돈다. “나는 사실 ‘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합니다.”
한마디 “높이높이 띄운 건 남의 힘이지만 땅을 딛는 건 제 힘이어야 합니다.”
장소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본관
일정 2월 9일부터 4월 30일까지
김구 탄생 150주년 <바다, 독립의 염원을 잇다>

2026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해다. 지난 3월 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창작 판소리 <백범 김구> 공연을 시작으로 우표 발행,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올해 열릴 예정이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에서는 오는 4월 26일까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과 공동 기획한 전시가 열린다. 인천은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복수로 일본 장교를 살해한 김구 선생이 옥살이 고초를 겪은 곳이다. 1896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사형 선고를 받았던 청년 김창수는 감옥에서 독서와 사색을 하며 독립운동가 김구로서 단단해진다. 이번 전시에는 김구 선생이 한인애국단의 투쟁상을 중국인에게 알리려 1932년에 저술한 역사서 <도왜실기>도 선보이는데 목차를 훑는 것만으로도 고개가 떨구어진다. 동경폭탄 사건의 진상(이봉창 의사), 상해 폭탄 사건의 진상(윤봉길 의사), 대련 폭탄 사건의 진상(최흥식, 유상근 의사)···. 죽음을 불사한다는 말을 실현한 독립 투사들의 기록, 그들 덕분에.
한마디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장소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일정 4월 26일까지
안토니 가우디 타계 100주년 <NAKED meets 가우디>

2026년은 안토니 가우디 타계 100주년이자 그의 미완의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착공 144년 만에 완공 예정인 해다. 지난 2월 성당의 중앙 첨탑이자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탑 꼭대기에 십자가 상단 부분이 설치되면서 성당 최고 높이가 172.5미터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됐다. 가우디는 이곳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종교 건축물이 되기를 의도했으나 ‘하느님의 창조물’인 173미터 높이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 따라 그보다 낮게 설계했다 전해진다. 일본에서는 가우디 타계 100주년 공식 인증을 받은 국제 전시 프로젝트가 열린다.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로서 설계 도면, 자필 노트, 제작 도구 등 최초 공개 자료들이 놓인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백색 유약 도자기와 유리를 활용해 낮과 밤 모두 십자가가 빛나도록 설계했다. 하늘 아래 그의 상상은 무한하고 자유로워서 가우디가 남긴 유기체적인 건축은 바르셀로나에, 그로부터 파생되는 영감은 세계 곳곳에서 호흡한다.
한마디 “독창성이란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장소 오사카 VS. 뮤지엄
일정 4월 17일부터 6월 15일까지
유영국 탄생 110주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 근대 거장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유영국 화백이다.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을 개최한다. 생전 색깔이 없는 그림은 상상할 수도 없다던 작가는 강렬한 색채를 구현했는데, 동시에 “산을 그리다 보면 그 속에 굽이굽이 길이 있고, 그것이 인생인 것 같아서 내 그림의 산 속에는 여러 모양의 인생이 숨어 있다” 말했다. 눈을 감아도 타오르듯 잔상이 남는 선명한 색의 조화들 안에서도 어딘가 마음이 침잠하는 정경과 마주하는 기분이 드는 연유는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라던 작가가 쥔 붓의 힘이 오롯이 전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심상의 산을 구축해온 유영국의 예술 세계를 미공개 작품을 포함해 폭넓게 산책할 수 있는 자리다.
한마디 “ 단순화는 복합성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일정 5월 19일부터 10월 25일까지
박경리 탄생 100주년 <조금 늦게 도착한 시간>

박경리 작가가 <토지>를 완간하고 말년을 보낸 원주의 시립중앙도서관에서 작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2월까지 여는 박경리 아카이브 도서전 <백년의 시간 속으로>도 알차지만, 지리산 자락 옛 외양간을 고쳐 만든 문화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 소식도 흥미롭다. 갤러리빈산이 자리한 하동 악양면 상신마을은 <토지>의 주요 배경지다. 3월부터 12월까지 연속 기획전 형식으로 열리는 박경리 특별전의 첫 번째 전시는 사진가 문슬의 사진전이다. 본 기획에 부쳐온 편지에는 이리 적혀 있다. “문슬은 진주에서 나고 자랐다. 남강의 바람이 ‘가족’의 서사를 만들었다. 박경리 작가는 통영에서 났으나 진주에서 여고 시절을 보냈다. 남해의 바닷바람이 ‘가족’의 밑동을 만들었다. 그들에게 모두 가족은 안락한 쉼터나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갤러리빈산의 장윤희 관장은 말한다. “가족은 우리에게 굴레이면서 동시에 구원이라는 양가성을 지닌 존재지요.” 그럼에도 살아낸 것. 피워낸 것. 바라본 것. 박경리가 활자로 남긴 생의 기록이 다른 장르와 만나 새로운 향을 피워낸다. 매 계절 지리산 풍경과 함께 변해갈 특별전이 고대된다.
한마디 “생 존하는 것 이상의 진실은 없어요. 그것만이 하나의 진실이고 다른 건 모두 추구해가는 과정이에요.”
장소 갤러리빈산
일정 3월 31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