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에게. 예상보다 한참 적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소통을 잘하기 위해 ‘말 잘하는 법’을 배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나머지 93%를 적절히 채운다면 말주변이 좀 모자라도 성공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테니까. 현란한 말솜씨를 타고나지 못한 나로서는 다행인 일이다. 이 소중한 93%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터치와 눈 맞춤

문화심리학자이자 ‘에디톨로지’의 저자인 김정운은 최근 새로 펴낸 책 ‘말하지 않고 말하기’에서 소통의 주요 조건 6가지를 소개했는데(당연히, ‘유창한 말솜씨’ 같은 건 없다). 그중에서 우리가 대면 대화의 순간에서 맨 먼저 맞닥뜨리는 건 바로 ‘터치’ 그리고 ‘눈 맞춤’이다. 먼저 터치에는 상대와 악수하거나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는 것 등이 해당한다. 나와 상대방이 서로의 앞에 존재함을 알아보고 승인하는 것이 터치의 핵심이다. 눈 맞춤도 비슷하다.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봄으로써 내가 상대를, 상대가 나를 보다 선명히 인식하기 때문이다.
정서 조율
서로를 인식했다면 이제는 ‘우리 대화하는 것 맞지?’라는 상호 간 사인을 주고받을 차례. 마주 앉아 있을 뿐, 서로 다른 곳을 보거나 핸드폰을 쓴다면 그걸더러 ‘소통이 되고 있다’고 하지 않는다. 상대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제스쳐를 은근히 흉내 낼 때, 두 사람은 정서적으로 조율되가며 연결된다. 눈치 챘겠지만, 앞서 언급한 터치와 눈 맞춤 그리고 정서 조율 모두 비언어적 표현에 해당한다. 미국심리학회는 비언어적 표현이 경찰 조사부터 문화적 교류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순서 바꾸기
누군가 말하면 누군가는 들어야 한다. 이게 계속 한 방향으로만 흐르면 안 된다. 대화 중에는 내가 말할 때도 있고, 상대방이 자기 얘기를 해야 할 타이밍도 있다. 이 순서는 눈빛이나 몸짓, 억양 등으로 서로 적절히 맞춰야 한다. 상대가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무시하고 자신의 말만 늘어놓으면 대화가 단절될 수 있다.
함께 보기

위 요소들이 모두 충족됐을 때, 본격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유의미한 정보가 담긴 내용을 공유한다. 상대는 이에 호응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서로의 결이 유사하다면 자연스러운 ‘핑퐁’이 오갈 수 있겠지만, 어느 한쪽이 거부한다면 그 정보에 대한 풍부하고 깊이 있는 대화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관점 바꾸기
위의 ‘함께 보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치자. 그렇다면 마지막 단계인 ‘관점 바꾸기’에 다다르기 마련이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좀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알게 된 것을 넘어 보다 넓고 깊은 시각을 얻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시선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며, 둘의 시선을 통합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와튼스쿨 비지니스 저널도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려 할 때, 우리 뇌 안에서 창의적 사고 및 탐색과 관련한 신경망이 활성화된다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