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주변 없는 사람이 오히려 낫다! 전문가가 말하는, 좋은 대화의 조건 7

2026.05.20.유해강

7%. 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에게. 예상보다 한참 적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소통을 잘하기 위해 ‘말 잘하는 법’을 배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나머지 93%를 적절히 채운다면 말주변이 좀 모자라도 성공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테니까. 현란한 말솜씨를 타고나지 못한 나로서는 다행인 일이다. 이 소중한 93%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터치와 눈 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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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심리학자이자 ‘에디톨로지’의 저자인 김정운은 최근 새로 펴낸 책 ‘말하지 않고 말하기’에서 소통의 주요 조건 6가지를 소개했는데(당연히, ‘유창한 말솜씨’ 같은 건 없다). 그중에서 우리가 대면 대화의 순간에서 맨 먼저 맞닥뜨리는 건 바로 ‘터치’ 그리고 ‘눈 맞춤’이다. 먼저 터치에는 상대와 악수하거나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는 것 등이 해당한다. 나와 상대방이 서로의 앞에 존재함을 알아보고 승인하는 것이 터치의 핵심이다. 눈 맞춤도 비슷하다.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봄으로써 내가 상대를, 상대가 나를 보다 선명히 인식하기 때문이다.

정서 조율

서로를 인식했다면 이제는 ‘우리 대화하는 것 맞지?’라는 상호 간 사인을 주고받을 차례. 마주 앉아 있을 뿐, 서로 다른 곳을 보거나 핸드폰을 쓴다면 그걸더러 ‘소통이 되고 있다’고 하지 않는다. 상대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제스쳐를 은근히 흉내 낼 때, 두 사람은 정서적으로 조율되가며 연결된다. 눈치 챘겠지만, 앞서 언급한 터치와 눈 맞춤 그리고 정서 조율 모두 비언어적 표현에 해당한다. 미국심리학회는 비언어적 표현이 경찰 조사부터 문화적 교류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순서 바꾸기

누군가 말하면 누군가는 들어야 한다. 이게 계속 한 방향으로만 흐르면 안 된다. 대화 중에는 내가 말할 때도 있고, 상대방이 자기 얘기를 해야 할 타이밍도 있다. 이 순서는 눈빛이나 몸짓, 억양 등으로 서로 적절히 맞춰야 한다. 상대가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무시하고 자신의 말만 늘어놓으면 대화가 단절될 수 있다.

함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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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요소들이 모두 충족됐을 때, 본격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유의미한 정보가 담긴 내용을 공유한다. 상대는 이에 호응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서로의 결이 유사하다면 자연스러운 ‘핑퐁’이 오갈 수 있겠지만, 어느 한쪽이 거부한다면 그 정보에 대한 풍부하고 깊이 있는 대화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관점 바꾸기

위의 ‘함께 보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치자. 그렇다면 마지막 단계인 ‘관점 바꾸기’에 다다르기 마련이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좀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알게 된 것을 넘어 보다 넓고 깊은 시각을 얻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시선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며, 둘의 시선을 통합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와튼스쿨 비지니스 저널도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려 할 때, 우리 뇌 안에서 창의적 사고 및 탐색과 관련한 신경망이 활성화된다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유해강

유해강

프리랜스 에디터

유해강은 남자 시계와 자기 계발, 건강, 문화 등 생활 상식 전반을 다루는 프리랜스 에디터입니다. 동국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불교학을 전공했습니다. 2022년 여름부터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로 일했고, 씨네플레이 에디터를 겸해 영화 리뷰·큐레이션·배우 필모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한겨레신문 토요판 ESC 섹션의 커버스토리 기사 작성 경험도 있습니다. 유의미한 정보값을 가독성 있게 정리해 많은 독자에게 읽히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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