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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따라하고 싶은 그 시절 남자 패션

2026.05.13.조서형, Tyler Watamanuk

20년이 지나고 화려한 후속작까지 나온 지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공식적으로 거대한 패션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하지만 오리지널 영화는 남성 패션이 본격적으로 상향 평준화되기 직전의 중요한 순간을 포착했다.

20년 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하이패션 업계 내부의 모습을 전 세계 스크린에 비췄다. 화려함과 야망을 담은 이야기 아래에서, 2006년 작품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패트리샤 필드의 의상 디자인을 통해 2000년대 중반 ‘옷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여성 패션을 중심에 둔 영화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도시 남성들이 당시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를 의도치 않게도 매우 날카롭게 관찰해낸 작품이기도 하다.

2006년 미국 남성들은 얼마나 패셔너블했을까?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달랐다. 한쪽에는 의도적으로 잘 차려입는 남성이 있었다. 그들의 옷장과 그루밍 습관은 당시 점점 대중화되던 메트로섹슈얼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이들은 테일러링과 액세서리를 활용해 옷 입기를 일종의 미적 자기계발처럼 여겼다. 반면 훨씬 더 많은 남성들은 당시의 ‘평범한 남자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래픽 티셔츠, 헐렁한 플란넬 셔츠, 카고 쇼츠, 어딘가 핏이 애매한 데님 같은 것들이다. 2000년대 주드 애파토우 영화 주인공들을 떠올리면 된다. 지금 돌아보면, 오리지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이 두 가지 유형 사이의 전환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인터넷과 취향의 민주화가 남성 패션을 폭발적으로 변화시키기 직전의 순간 말이다.

구식 남성복 애호가 나이절 키플링 역의 스탠리 투치.

영화 속 가장 멋지게 차려입은 인물부터 보자. 스탠리 투치가 연기한 런웨이 매거진의 충성스러운 에디터 나이절 키플링이다. 나이절은 진정한 신봉자다. 그는 쓰리피스 수트와 그에 딸린 모든 요소들에 거의 종교적인 수준의 애정을 갖고 있다. 그의 수트 스타일은 유럽적인 감각을 띤다. 레이어링은 더 스타일링되어 있고 의도적이지만, 동시에 미국 회사 문화의 한계도 이해하고 있다. 핏은 필요한 부분만 적절하게 맞춘 정도로, 몇 년 뒤 유행하게 될 칼같이 날렵한 실루엣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오늘날처럼 아주 넉넉한 핏도 아니다. 나이절의 넥타이는 존재감이 강하다. 넓고, 패턴이 있으며, 자신감 있게 묶여 있다. 그는 질감을 섞고 패턴을 충돌시키면서도 계산된 감각을 보여준다. 영화 속 유명한 “각오 단단히 해” 장면에서 검은 터틀넥을 입고 등장할 때조차, 그 모습은 절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는 과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잠시 힘을 뺀 것처럼 보인다.

패션과 반대편에 서 있는 평범한 남성상을 보여준 앤디의 셰프 남자친구 네이트 역의 에이드리언 그레니어.

패션 잡지 사무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스타일 스펙트럼은 더 넓어진다. 주인공 앤디 삭스의 셰프 남자친구 네이트(에이드리언 그레니어)가 있다. 그는 멋지긴 하지만 철저히 그 시대 사람이다. 다시 말해, 지금식 감각의 티셔츠와 셀비지 데님을 입는 카미 베르자토 같은 인물은 아니다. 네이트는 전형적인 2000년대 중반 캐주얼 스타일이다. 부츠컷 청바지, 플란넬 셔츠, 집업 후드티, 링거 티셔츠를 입는다. 특별히 계산된 느낌은 없는데, 바로 그 점이 핵심이다. 그는 옷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당시의 평범한 남성을 상징한다. 물론 잘생긴 평범한 남성이긴 하지만 말이다. 네이트는 여자친구가 마지못해 런웨이 매거진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패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동시에 그는 패션 산업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는 짜증 섞인 농담처럼 이렇게 말한다. “여자들은 왜 그렇게 가방이 많이 필요해? 하나 있잖아. 거기에 잡동사니 다 넣으면 끝이지.”

또 다른 남성 캐릭터인 기자 크리스천 톰슨(사이먼 베이커)은 나이절과 네이트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그의 테일러링은 보다 느슨하다. 부드러운 블레이저와 구김 있는 버튼다운 셔츠를 자주 입고, 세련된 허세를 더하는 액세서리도 착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당시 어디에나 있던 스키니 스카프다. 그는 늘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주문해 마시며 작은 가죽 노트에 무언가를 적으러 갈 것 같은 차림새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앤디의 친구 더그(리치 소머)도 있다. 겉보기에는 다소 답답한 회사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은근히 스타일에 신경 쓰는 인물이다. 어두운 수트와 셔츠, 가느다란 타이를 착용한 전형적인 회사원 스타일이지만, 자세히 보면 자신이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느낌이 묻어난다. 실제로 그는 존 갈리아노와 니콜라 제스키에르를 언급하기도 한다.

능청스러운 기자 크리스천 톰슨 역의 사이먼 베이커, 패션 행사에서 앤디를 만난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과도기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당시 남성 패션은 아직 본격적인 상향 평준화를 겪기 전이었다. 이 영화는 제이크루가 업계를 뒤흔든 슬림 핏 러들로 수트를 출시하기 2년 전에 개봉했고, 톰 브라운이 글로벌 기준점이 아니라 일부 마니아들의 컬트 브랜드에 가까웠던 시절이었다. 메리 H.K. 초이가 “모든 남자들이 옷 입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내용의 에세이를 쓰기 전이었고, 가이 트레베이가 T 매거진에 ‘잘 차려입는 남자의 부상’에 대해 쓰기 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남성복 블로그 시대가 시작되며 코도반 윙팁과 나폴리식 블레이저를 새로운 세대의 스타일 애호가들에게 소개하기 전이기도 하다. 2006년 당시 남성 패션은 여전히 일부 사람들만의 관심사처럼 느껴졌고, 영화는 바로 그 순간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쓰리피스 수트와 스키니 스카프까지 모두 포함한 채, 하나의 작은 타임캡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