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es

진짜 시계 수집가들이 열광하는 합리적인 가격의 발틱 협업 시계

2026.05.13.조서형, Oren Hartov

발틱과 스페이스원은 힘을 합쳐 2026년 가장 멋진 디자인의 시계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스와치와 오데마 피게 협업에 모두가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시계를 좀 안다는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합리적인 가격대의 협업 모델이 강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서버를 마비시킬 기세로 설계된 듯한 스와치와 오데마 피게 프로젝트와 달리, 이쪽은 신선할 정도로 그리고 영광스러울 만큼 마니악하다.

그 시계는 바로 발틱 X 스페이스원 세공드 마죄르다. 파리 기반 마이크로브랜드의 총아 발틱과, 프랑스 시계 제작자 테오 오프레 그리고 업계 베테랑 기욤 레데가 공동 설립한 실험적인 독립 브랜드 스페이스원이 함께 만든 협업 모델이다. 셀러브리티 협업, 만화 캐릭터 다이얼, 바이오세라믹 열풍에 업계 전체가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세공드 마죄르는 전적으로 특정한 종류의 수집가들을 겨냥한다. 밤마다 생소한 시계 포럼에서 원더링 아워와 데드비트 세컨즈에 대해 읽고, 미래적인 디자인의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 말이다. 가격 면에서 ‘로열 오크 팝’ 수준은 아니지만, 럭셔리 시계의 세계에서는 시작가 약 390만 원 정도면 엔트리급에 해당한다. 현재 사전 주문도 가능하다.

나는 이 시계를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제네바 워치스 앤 원더스 기간 중 열린 크로노폴리스 시계 박람회에서 처음 봤다. 발틱 부스 테이블 위에 조용히 놓여 있던 그것은 손목시계라기보다는 1970년대 SF 영화 소품처럼 보였다.

세공드 마죄르는 스페이스원의 공격적으로 미래적인 디자인 언어를 발틱 특유의 절제된 빈티지 감성으로 걸러낸 결과물이다. 덕분에 이 가격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완전히 새로운 인상을 만들어낸다. 케이스 크기는 콤팩트한 38.5mm이며, 크라운은 12시 방향에 숨겨져 있다. 시계 상단의 사파이어 디스크를 통해 점핑 아워 방식으로 시간을 표시하고, 아래쪽에는 별도의 투명 디스플레이가 회전하며 분을 보여준다. 중앙의 긴 초침은 전체 구성을 극적으로 가로지르며 움직이는데, 바로 이 요소가 시계 이름의 유래이자 디자인의 핵심 에너지가 된다.

그리고 무브먼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완전한 자체 제작 칼리버를 사용했다면 가격은 전혀 다른 수준으로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발틱과 스페이스원은 비교적 일반적인 스위스산 소프로 P024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사용했고, 여기에 오프레가 직접 개발한 점핑 아워 모듈을 추가했다. 이들은 컴플리케이션을 다이얼 아래에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메커니즘 자체를 시각적으로 노출시켜 점핑 디스플레이가 단순한 기술적 장난처럼 보이지 않고 전체적인 퍼포먼스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솔직히 점핑 아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계적으로 잘 몰라도, 그것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일 자체가 굉장히 만족스럽다.

모델은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하나는 수직 브러시드 마감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훨씬 정교한 ‘샤르보네’ 버전이다. 샤르보네 모델은 오프레의 파리 아틀리에에서 전통적인 숯 기반 기법을 활용해 수작업으로 마감된다. 가격은 약 120만 원 정도 더 비싸지만, 독일 실버라고도 불리는 메일레쇼르 메인 플레이트를 원하는 질감으로 만들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손으로 정교하게 작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해가 간다.

중요한 건, 이 협업이 단순히 두 브랜드 로고를 같은 다이얼 위에 올려놓은 수준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두 브랜드의 흔적이 모두 선명하게 드러난다. 발틱은 가격 대비 훨씬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빈티지 기반 툴 워치로 명성을 쌓아왔고, 스페이스원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기계적으로 괴짜 같은 시계를 전문으로 만든다. 요즘 업계에서는 이런 실험적 시계 제작을 대부분 수십억 원대 독립 브랜드들만 시도한다는 점에서 더욱 희귀한 존재다.

더 넓게 보면 세공드 마죄르는 시계 업계에서 꽤 흥미로운 시점에 등장했다. 지금 협업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발틱 X 스페이스원은 조금 다르다. 결국 이건 열성 팬 브랜드 두 곳이 열성 팬들에게 직접 말을 거는 협업에 가깝기 때문이다. 점핑 아워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놓고 펑키한 기계식 오브제다. 아주 큰 시장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정확히 맞는 시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