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위대한 코미디언의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를 소유할 기회다.

로빈 윌리엄스는 최근 몇 년 사이 패션 아이콘이자 스타일의 상징으로 다시 평가받고 있다. 90년대 레드카펫 사진들이 무드보드로 소비되면서, 아크로님, 장 폴 고티에, 베이프, 비즈빔을 즐겨 입던 그의 스타일은 그 시대 가장 잘 입는 남성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딸 젤다 윌리엄스는 2020년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라면 감히 시도하지 않을 것들을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입었고, 나는 항상 그 대담함을 존중했다.” 이런 태도는 손목 위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흥미롭고 개성 강한 시계들을 다양하게 착용했다.
그리고 이제 그중 하나인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듀오페이스 레퍼런스 270.8.54가 다시 시장에 등장했다. 빈티지 시계 딜러 윈드 빈티지의 에릭 윈드를 통해서다. 이 시계는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시 경매에는 그의 아내 마샤와 함께 구성한 방대한 개인 컬렉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에릭 윈드에 따르면, 이 시계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개인 수집가를 거쳐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됐다. 폴리싱되지 않은 완전한 상태이며, 어떤 마케팅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출처를 갖고 있다.

이 리베르소는 단순한 모델이 아니다. 상당히 ‘덕후적인’ 요소를 갖춘 시계다. 스테인리스 스틸 듀오페이스 모델로, 리베르소 특유의 회전 케이스 안에 두 개의 다이얼이 들어 있다. 시계를 뒤집으면 두 번째 타임존이 나타나며, 클래식한 드레스 워치처럼 보이던 시계가 훨씬 더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기능을 갖게 된다.
이 회전 케이스야말로 리베르소의 핵심이다. 1931년 폴로 선수들을 위해 처음 개발된 이 구조는 경기 중 다이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르데코 감성의 디자인으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이후 이 구조는 다양한 기능을 담는 플랫폼으로 발전했고, 두 번째 다이얼은 단순한 보호 장치를 넘어 표현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윌리엄스가 착용한 모델은 전면에 스몰 세컨즈가 있는 기본 시간 표시가 있고, 후면에는 24시간 주야 표시가 포함된 두 번째 타임존이 배치되어 있다.
이 시계를 구동하는 무브먼트는 수동 칼리버 854로 추정된다. 예거 르쿨트르가 제작한 가장 정교한 직사각형 무브먼트 중 하나로, 듀오페이스 모델을 위해 특별히 설계됐다. 1990년대 초에 등장한 이 무브먼트는 하나의 시계에서 두 개의 다이얼을 동시에 구동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슬림한 두께를 고려하면 거의 믿기 어려운 기술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리베르소가 그의 컬렉션에서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더비 경매를 통해 드러난 그의 컬렉션은 그가 진정한 시계 애호가였음을 보여준다. 그의 시계들은 패션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90년대 취향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예거 르쿨트르 외에도 불가리, 까르띠에, 엠비앤에프, 오리스, 독사, 아이케포드, 아이더블유씨 등의 브랜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이엔드 시계부터 컬트 브랜드, 그리고 수집가 취향의 모델까지 폭넓게 아우른 구성이다. 전반적으로 스포츠 성향이 강하고 크기가 크며 디자인적으로도 과감한 시계들이 많다. 그의 컬렉션은 분명 개인 취향의 표현이었다.
여기에는 더 큰 흐름도 있다. 최고 수준의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은 유독 시계에 관심이 많은 경우가 많다. 존 멀레이니는 자신의 수집 취미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했고, 윌 페럴은 사려 깊고 개성적인 취향을 보여준다. 로니 쳉은 시계 애호가들을 위한 협업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에릭 윈드는 네이트 바가츠에게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를 맡았던 배우가 소유했던 까르띠에 탱크를 판매하기도 했다. 묘하게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코미디와 시계 수집 모두 관찰력, 타이밍, 그리고 디테일에 대한 감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로빈 윌리엄스는 물론 이런 범주를 넘어선 존재였다. 영화, TV, 스탠드업을 넘나들며 코미디의 감정적 영역 자체를 확장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 리베르소 같은 물건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삶을 온전히 밀도 있게 살아낸 한 사람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