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클래식한 감성의 ‘알 사람만 아는’ 브랜드

찰스 3세는 우리가 알다시피 진짜 멘즈웨어 애호가다. 그가 입는 모든 것은 신중하게 선택된 것이고, 대부분 맞춤 제작이거나 수십 년 된 옷들이다. 그리고 그게 딱 맞는 선택이기도 했다. 최근 미국 국빈 방문은 요즘 영미 관계를 고려하면 장갑을 낀 채 폭탄을 해체하는 것만큼이나 섬세한 임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결과는 최대한 매끄럽게 흘러갔다.
그의 스타일이 그렇듯 시계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나의 시계’다. 이번 국빈 방문에서도 그는 오랫동안 거의 매일처럼 착용해온 같은 모델을 선택했다. 바로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 토릭 크로노그래프다. 어머니와 달리, 찰스는 자신의 취향을 숨기는 타입이 아니다. 이 시계 역시 건축과 정원 가꾸기 등 그의 전반적인 취향에서 드러나는 올드스쿨하고 소박한 미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로마 숫자 인덱스와 이중 계단 구조의 케이스는 단순히 1950년대 스타일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떠올리게 하는 진짜 클래식한 분위기를 만든다. 1시와 2시 사이 어딘가 어색하게 자리 잡은 날짜 창은 묘하게 장난스러운 포인트인데, 그 역시 착용자와 잘 어울린다. 여기에 비교적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라는 점까지 더해지면서, 이 시계가 매우 개인적인 선택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왕실이 스키 여행지로 즐겨 찾는 곳인 스위스 클로스터스에서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브다이얼의 커머셜 책임자 팀 그린은 이렇게 말한다. “진짜 애호가의 선택처럼 느껴집니다.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보다 직관적인 왕실 취향의 상징인 파텍 필립을 착용한 것으로 유명했죠. 반면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는 2021년 리브랜딩 전까지 레이더 밖에 있었던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시계의 완성도는 매우 뛰어났죠. 이 토릭은 인지도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본질을 위한 선택입니다. 국왕의 손목에 조용히 완벽하게 어울리죠.”
왕실은 말 그대로 ‘올드 머니’의 정수다. 그래서 화려한 보석 장식 시계를 여러 개 과시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아버지처럼, 윌리엄 왕자 역시 하나의 시계를 꾸준히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머니인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받은 오메가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을 지금까지 착용한다. 이 오메가가 윌리엄을 비교적 소탈한 인물로 보여준다면, 찰스의 파르미지아니는 그의 전통적이면서도 독특한 성향을 드러낸다.
그리고 뭐, 식물과 대화하듯 도널드 트럼프와도 그렇게 잘 소통할 수 있다면, 굳이 불평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