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통념과는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어떤 커피를 얼마나 마셔야 할까?

현대인의 대부분은 커피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바쁜 아침 한 잔의 커피가 하루를 버티게 해 주는 ‘포션’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 다만 흔히 알려진 커피의 부작용, 갑작스런 심장 떨림과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커피를 마실 때마다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행히도 최근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커피는 오히려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기분장애 학회 공식 학술지 ‘정서 장애 저널’ 최신호에는 커피 섭취량과 기분 장애 및 스트레스 장애 위험 감소 사이 명확한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가 게재됐다. “기존 연구들은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기에 이 주제를 다시 검토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연구는 커피가 우울증이나 불안 위험을 낮춘다고 했지만, 어떤 연구는 명확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거든요.” 연구를 진행한 푸단대학교 영양연구소 시앙 가오 교수의 말이다.
남성 정신 건강에 좋은 커피 섭취량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0~69세 성인 남녀 46만1586명의 식습관을 평균 13.4년 간 추적했다. 그 결과, 한 잔 당 약 250ml의 커피를 매일 2~3잔 정도 마신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 대비 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 또는 스트레스 장애 발생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관찰됐다.
커피가 불안을 유발한다는 통념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다만 커피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3잔을 넘어가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5잔 이상으로 섭취량이 늘어나면 기분 장애 및 스트레스 장애의 위험성이 증가했다. 적당한 양을 유지했을 땐 이로운 효과를 내지만, 양이 과다해지면 해로워지는 전형적인 ‘J자형 곡선’을 보인 것이다.
어떤 커피를 마셔야 할까?
하루 2~3잔의 커피가 정신 질환 위험을 낮추고, 반대로 5잔 이상 섭취는 위험성을 높인다는 결과는 모든 커피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원두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 그리고 카페인이 든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 사이 큰 차이가 없었다는 의미다. 다만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카페인이 든 커피가 보다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건,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이런 연관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연구진은 여성이 카페인을 더 천천히 분해하는 만큼, 같은 양을 마셔도 체내 카페인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커피가 스트레스를 줄이는 이유
연구진은 커피 속 항산화 물질의 역할에 주목했다. 클로로겐산이나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이 뇌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산화 스트레스가 우울증 등 정신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사실 커피는 실제 에너지를 제공하기보단 피로를 덜 느끼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그 덕분에 우리는 운동을 더 하거나 사람을 더 만날 수 있게 된다. 또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휴식을 취하거나 사회적 교류를 할 때 진행되기에, 심리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런 행동들이 모두 스트레스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커피만이 답은 아니다
스트레스는 매우 복합적인 문제다. 단순히 커피 섭취량으로 계산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연구진은 수면 패턴이 이번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커피를 적게 마시는 사람일수록 하루 7~8시간 가량 깊은 수면을 취할 가능성이 높겠죠. 숙면은 스트레스 해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커피의 효과와 함께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가오 교수의 말이다. 이미 수면 패턴이 잘 형성돼 있다면,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억지로 커피를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개인마다 카페인에 대한 반응이 달라요. 어떤 사람에게는 적당한 양도 누군가에게는 과할 수 있죠. 한 잔만 마셔도 오히려 스트레스 장애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적정량’이다. 이미 하루 2~3잔을 마셔 왔다면? 굳이 줄일 필요 없다. 오히려 이전보다 마음 편히 마시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