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턱선과 정돈된 피부가 ‘관리하는 남자’의 상징이 된 지금, 남성 제모는 더 이상 일부의 취향이 아니라 하나의 그루밍 에티켓으로 자리 잡았다. 남성 제모 전문 병원 의사 3인에게 남성 제모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실패 없는 선택에 대해 물었다.

G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현우 지식과 눈썰미를 바탕으로 시술 전 과정의 변수를 통제하며, 타협 없는 사후 관리를 통해 한 끗이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임종원 단순히 털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피부 컨디션과 인상, 일상의 편의성까지 설계하는 제모와 피부 관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서민호 3만 건이 넘는 시술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안전하고 최적화된 프로토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GQ ‘깔끔함’이 남성성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는 게 실감 나는 시대입니다. 예전과 비교해 남성 환자들이 제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걸 체감하시나요? 이런 트렌드가 생긴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세요?
서민호 예전엔 비싼 만년필이나 정장 같은 소품이 ‘관리하는 남자’의 상징이었다면, 이젠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갖추면서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는 쪽으로 변한 것 같아요. 요즘 남성들이 추구하는 ‘클린’도 궁극적으로는 ‘관리된 인상’을 만드는 거죠. 그 기준은 간단합니다. 필요한 털은 유지하고, 불필요한 털은 정리하는 것. 이 원칙만 지켜도 훨씬 정돈된 이미지가 만들어지거든요. 자기 관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달라진 영향이겠죠. 사실 남성 그루밍의 핵심은 오래전부터 ‘털 관리’였어요. 한국 남성들의 수염은 서양처럼 스타일링 요소가 되기보단 인상이 거칠어 보이게 하는 경우가 많죠. 사극에서 보는 것처럼 길게 자라기만 하지 스타일리시하게 나진 않잖아요. 얼굴 털을 정리하는 문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죠. 단지 그 방식이 셰이빙에서 왁싱으로, 왁싱에서 브로우 바로, 브로우 바에서 이제 레이저 제모로 발전한 거고요.
김현우 사실 남성 제모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회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20년간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고 성적 자기 결정권이 평등해지면서, 과거엔 여성들의 미덕으로 여겼던 ‘아름다움에 대한 관리 의무’가 자연스럽게 전이된 거죠. 마치 2010년 무렵 요리하는 남자가 매력적인 존재로 급부상했던 것처럼, 이제는 자신을 단정하게 가꾸는 능력이 남성의 새로운 경쟁력이 된 셈입니다. 외모 관리 자체가 자기 관리 능력의 지표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됐죠. 제모도 마찬가지예요. 충분히 깔끔해질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건, 본인을 가꾸는 데 무심하거나 그럴 만한 문화적·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거든요. 이제 그루밍은 취향의 영역을 넘어, 내가 어느 정도의 사회적 여력을 갖춘 사람인지 증명하는 ‘최소한의 성의’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패션 스타일도 달라지면서, 언제 어디서든 준비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감각이 남성 제모를 하나의 보편적인 에티켓으로 정착시켰다고 봅니다.
임종원 SNS와 영상 콘텐츠의 영향도 크다고 봐요. 이젠 실제 모습보다 ‘카메라에 기록되는 모습’을 더 자주 의식하는 시대니까요. 고해상도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일상이니 피부와 인상에 대한 기준 자체가 높아졌어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엔 연예인이나 모델의 이야기였던 제모가 이젠 평범한 일상의 기준이 된 거죠. 그리고 예전엔 20~30대 남성이 많이 오셨는데, 최근엔 40~50대도 늘었고 고등학생 손님도 많아졌습니다. 주변인들의 만족스러운 후기를 점점 더 많은 분이 듣고 움직이시는 듯해요. 또 수염 제모를 시작으로 겨드랑이, 구레나룻, 다리 털, 유륜, 손가락 털 등 다른 신체 부위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더라고요.
GQ 실제로 시술을 받은 분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일상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임종원 바쁜 아침마다 면도에 쓰던 시간이 줄어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고 해요. 반복되던 피부 자극이 줄어 트러블이나 모낭염이 생길 가능성도 낮아졌고요. 간혹 중년의 나이인데도 면도로 인해 트러블이 생긴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제모 덕에 피부가 한결 편안하고 깨끗해졌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현우 저도 피부 촉감이 좋아졌다는 후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버숍과 면도날에 의지하지 않고도 매일 외모를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죠. 턱선과 뼈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헤어 라인과 구레나룻, 눈썹 라인을 정교하게 정돈하면 인상 자체가 달라졌다는 반응을 얻게 돼요.
서민호 자녀 있는 분들은 아이 안을 때 “꺼끌꺼끌하다”며 피했는데 이제 그러지 않는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비슷한 이유로 여자친구 손에 끌려오는 분도 많아요.(웃음) 두 분 말씀처럼 피부 컨디션 자체가 달라진다는 걸 체감하는 분도 많습니다. 레이저 제모가 피부를 직접 개선하는 시술은 아니지만, 면도 횟수가 줄면서 반복적인 피부 손상과 모낭염에서 벗어나게 되거든요. 한국 남성들은 밀착 면도를 많이 하다 보니 그 자극이 꽤 누적되는 편인데, 그 과정을 없애면 피부 텍스처 자체가 정돈되는 느낌이 납니다. 색소 문제나 요철은 스킨케어로 잡을 수 있지만, 털 때문에 거칠어 보이는 건 결국 제모로만 해결되니까요. 그게 다 정리되고 나면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게 되죠.

GQ 원장님들도 직접 시술을 받아보셨을 텐데, 환자 입장에서 느낀 점이 궁금합니다.
임종원 저는 제모 받았을 때 효과가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다가 남성 제모 전문 병원을 운영하는 단계까지 온 겁니다.(웃음)
서민호 면도 자국만 없어도 뽀송뽀송한 느낌이 나면서 훨씬 어려 보이더라고요. 아침마다 면도 때문에 씨름하는 시간이 없어지니 파생되는 장점이 정말 많았어요.
김현우 전 귀찮다는 이유로 미뤄오던 다리 제모를 작년부터 시작해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요, 남성 다리 털은 굵기도 굵거니와 다리 뒤쪽 신경이 예민해서 통증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GQ 남성 제모는 여성보다 난이도가 높다고 들었어요. 시술 결과의 퀄리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요?
김현우 수염이나 겨드랑이처럼 밀도가 높은 부위는 피부가 견딜 수 있는 정도를 파악하며 레이저 강도를 높여야 하고, 가슴이나 등처럼 넓은 부위는 반대로 레이저 강도를 잘 유지하는 게 원칙입니다.
서민호 전 두 가지로 보는데요, 첫째는 안정적으로 고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캘리브레이션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세팅값과 동일한 레이저값, 즉 장비 내부에서 레이저 빔을 만드는 파워와 실제로 피부에 닿는 파워가 동일해야 합니다. 둘째는 그 장비를 적절한 파라미터로 운용하는 시술자의 숙련도입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춰야 균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임종원 동의해요. 장비의 안정성과 의료진의 경험이 결정적이죠. 남성의 체모는 굵고 모근이 깊기 때문에 좀 더 강한 에너지와 정교한 시술이 필요합니다. 장비의 출력과 냉각 시스템이 안정적이어야 의료진이 확신을 갖고 시술할 수 있어요. 시술자도 다양한 피부 유형, 수염 밀도, 부위별 반응을 보면서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적절한지 인지하는 감각이 있어야 하고요. 시술을 규칙적으로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간혹 처음 한두 번 시술했을 때 효과가 너무 좋아 제모가 다 됐다고 생각하고 안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한두 달 유지됐다가 다시 수염이 자라면 오시는 분들, ‘한두 번만 받아도 되는데 괜히 10회나 끊었나?’ 하는 생각에 안 오시는 분들이 있죠. 그런 분들은 효과도 점점 떨어지고 생각보다 금방 다시 자라는데, 충분한 효과를 보기 전에 중단하다 보니 아쉬운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료진과 상의한 스케줄을 따라 규칙적으로 받으셔야 합니다.
GQ 남성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통증과 부작용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서민호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시술 전 마취 크림, 시술 중 냉각 시스템, 시술 후 진정 관리. 이 가운데 제일 중요한 건 시술 중 냉각이에요. 레이저 조사 직전에 냉각제를 분사하면 통증을 크게 줄이고 피부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김현우 모낭을 완전히 파괴하는 게 목표인 시술이라, 아무래도 모낭 주변에 어느 정도 염증이 생기는 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피부가 너무 오랫동안 붉어지지 않도록 열 손상을 정교하게 통제합니다. 혈관이 많은 붉은 피부나 염증성 피부는 정교한 냉각이 필요하고, 모낭 밀도가 촘촘한 부위는 모낭을 파괴한 열이 주변 피부로 확산하지 않도록 조사와 동시에 강한 냉각을 진행합니다. 불필요한 잔열을 제거하면 열로 인한 통증도 개선돼요.
임종원 냉각이 조금만 부족해도 환자 입장에선 ‘오늘따라 더 아프다’고 느낄 정도로 차이가 크더라고요. 개인별 피부 상태와 모발 밀도에 맞춰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저희는 누적 시술 기록을 참고해 이전 반응과 경과를 확인하면서 세기를 조절합니다.

GQ 시술할 때 특별히 공을 들이는 자신만의 디테일이 있다면?
임종원 얼마나 섬세하게, 빠짐없이 시술하느냐가 제모의 한 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레이저 조사 설계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에요. 특히 인중이나 입술 아래, 목 라인처럼 굴곡이 심한 부위는 레이저가 닿는 각도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갈려요. 저는 빠지는 부위가 없도록 일정한 시술 동선과 기준을 정해두고 진행합니다. 때로는 환자분께 입안에 바람을 넣어달라고 요청하거나 피부를 살짝 당겨 주름진 곳이 없도록 작업하기도 합니다. 작은 부위 하나가 결과의 완성도를 좌우하거든요.
김현우 제모라는 시술이 겉으론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의사의 눈썰미와 데이터가 설계해야 할 영역이 무궁무진해요. 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환자마다 각기 다른 ‘시술 로드맵’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환자의 피부 컨디션, 모질, 밀도를 분석해 600여 가지 시술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합니다. 첫 시술의 반응에 따라 다음 시술의 출력을 어느 정도로 미세하게 조정할지, 예상되는 변수는 무엇인지 미리 계산해두는 거죠. 환자에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연함’ 대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제 자부심입니다. 또한 시술 이후의 ‘공백 없는 케어’도 꼼꼼히 진행합니다. 시술 직후 환자가 귀가할 때, 혹시 모를 미세한 부작용에 대비한 상비약을 미리 챙겨드리는 것도 그 일환이죠.
서민호 저는 매 시술 직후 파라미터를 섬세하게 기록하고, 직전 시술의 효과와 불편 사항을 빠짐없이 체크합니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일 파라미터를 결정하고 시술을 진행해요. 3만 건이 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매개 변수를 통계화해 놓은 덕분에 저희만의 제모 프로토콜이 생겨서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GQ 마지막으로, 실패 없는 제모를 위한 팁이 있나요?
서민호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는 검증된 장비를 사용하는 병원 선택하기, 둘째는 시술 기록을 남기는 병원인지 확인하기. 제모는 반복 시술이기 때문에 이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게 맞는 파라미터로 진행해야 효과가 좋거든요. 이 조건을 갖춘 병원을 선택한다면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또 제모 받는 날은 면도를 깔끔히 하고 가세요. 단, 왁싱은 절대 안 됩니다.
김현우 그리고 레이저 제모는 짧아도 6회(8~9개월), 길면 15회(18~24개월)까지 소요될 수 있는 장기 시술입니다. 매 회차 꼼꼼하고 정교한 시술이 필요하고, 회차별 간격도 잘 조절해야 하므로 예약하기 어려운 병원은 피하시고, 시술 후엔 운동, 사우나, 음주 등을 피해 부작용 위험을 낮추세요. 작은 특이 사항도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종원 제모를 중점적으로 많이 다루는 병원을 선택하시길 권합니다. 장비만 갖추는 게 아니라 남성 체모에 대한 경험과 시술 기준이 중요하거든요. 단순히 비용을 아끼려고만 하지 마시고 낭비되는 시간이 없도록 숙련도 높은 곳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잡는 것입니다. 모발은 성장 주기가 있어 반복 시술이 필요하므로 꾸준히 계획적으로 받는 것이 실패 없는 제모의 원칙입니다. 그리고 되도록 일찍 받는 게 좋은 시술입니다. 흰 머리나 주황빛 털은 제모가 안 돼요. 색소가 있어야 레이저가 들어가거든요. 그리고 수염이 많으면 많을수록 아프니까, 적을 때 받아야 통증이 덜합니다. (웃음) 남성 수염은 대부분 20~30대를 거치며 범위와 밀도가 점점 넓어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러니 더 많아지기 전에 하는 게 좋죠. 그리고 타투도 계획 중이시라면 타투 받기 전에 제모를 하셔야 합니다. 제모 레이저가 닿으면 타투가 지워지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