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드가 어려운 요즘같은 계절에는 좋은 스트라이프 하나가 스타일링의 큰 부분을 책임진다.

남성 패션에 있어서 스트라이프는 가장 오래된 클래식 중 하나에 가깝다. 예를 들어 스트라이프 옥스퍼드 셔츠나 유럽풍 브르통 티셔츠, 프레피 스타일의 레프 타이, 혹은 전통적인 시어서커 수트를 입고 나간다고 해서 누군가 당신을 급진적인 패션 실험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남성들은 스트라이프를 두려워한다. 아마도 시선을 끄는 패턴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가로 줄무늬가 몸을 더 넓어 보이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일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는 커트 코베인만 떠올려도 충분하다.
스트라이프를 여전히 주저하는 것 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다. 이 패턴은 자기 안전지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색감과 개성, 시각적 재미를 더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프라는 형태는 하나지만,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가는 줄무늬, 굵은 줄무늬, 세로 줄무늬, 가로 줄무늬까지. 그리고 지금 스트라이프는 가벼운 셔츠부터 운동용 쇼츠, 여름 수트까지 다양한 아이템에 등장하고 있다. 지금부터 스트라이프를 제대로 입는 여섯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시작은 브르통 셔츠부터
마린 스타일 스트라이프는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가장 쉬운 입문용 스트라이프다. 그 이유는 아마도 1850년대부터 존재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처음 선원들에게 지급한 유니폼이 바로 브르통 셔츠였다. 전설에 따르면 셔츠의 21개 줄무늬는 나폴레옹의 승리를 상징했다. 게다가 매우 프랑스다운 디테일도 있었다. 흰 줄은 폭 2cm, 파란 줄은 폭 1cm로 정확하게 규정돼 있었다.
결론적으로 흰색과 네이비 스트라이프는 누구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다양한 디자인이 있지만 전통적인 긴팔 니트 버전은 배를 타거나 해안가에 나갈 때 햇빛과 바람을 막아준다. 물론 바닷가 풍경과 특히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지만 도시에서도 충분히 통한다. 위에 단색 아우터를 걸치면 스트라이프의 존재감도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진다. 정통 제품을 원한다면 프랑스의 아머럭스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랄프 로렌, 제이크루, 선스펠 역시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능하다.
가로 줄무늬를 두려워하지 말 것
가로 줄무늬가 사람을 더 넓어 보이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사실 크게 과장된 것이다. 이는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가 발견한 ‘헬름홀츠 착시’로 설명할 수 있다.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이라도 가로선을 채운 도형은 세로선을 채운 도형보다 더 길고 좁아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상식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가로 줄무늬를 입기 좋은 시기다. 가느다란 스트라이프 폴로 셔츠와 루즈한 긴팔 스트라이프 티셔츠가 다시 유행하면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아이템은 옷차림에 젊고 친근한 분위기를 더해주며, 단색 셔츠나 오버셔츠 안에 레이어드했을 때 특히 멋스럽다.
전면 스트라이프가 부담스럽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카피탈의 스웨터처럼 굵은 줄 하나만 들어간 디자인도 충분히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효과는 비슷하지만 훨씬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쇼츠에 개성을 더하라
운동용 쇼츠가 유행인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여름이면 버튼다운 셔츠와 로퍼에 운동용 쇼츠를 매치하는 스타일은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것은 쇼츠에 들어가는 스포츠 스트라이프 디테일이다. 흥미롭게도 이는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즐겨 입던 요소이기도 하다. 드라마 ‘러브 스토리’를 통해 그의 스타일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베이더의 전면 어닝 스트라이프 수영복부터 티에스에스의 강렬한 대비 스트라이프, 그리고 인디 천연 소재 스포츠웨어 브랜드 호스가 선보인 일본산 코튼 테리 쇼츠까지. 지금 소개하는 모델들은 우리의 심장과 장바구니를 동시에 뛰게 만든다.
핀스트라이프 너머를 보라
스트라이프 수트는 때때로 이미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스트라이프 수트라고 하면 은행원이나 대공황 시대 갱스터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안타까운 편견이다. 스트라이프 수트는 테일러링에 개성을 더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며, 스타일링에 따라 얼마든지 그런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다. 간단한 원칙이 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라면 핀스트라이프가 잘 어울린다. 체격이 넓은 편이라면 굵은 초크 스트라이프가 균형감 있게 느껴진다. 보통은 단색 셔츠와 넥타이를 매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여러 종류의 스트라이프를 함께 사용하고 싶다면 폭이 다른 스트라이프를 섞어야 한다. 같은 굵기의 스트라이프를 반복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시장에는 선택지가 넘쳐난다. 미스터 피의 리넨 수트는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은은한 스트라이프를 적용했고, 엔엔07의 대담한 톤온톤 스트라이프는 1960년대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시어서커는 미국 남부 프레피 스타일의 대표 아이템으로, 지금부터 노동절 전까지 열리는 결혼식이나 각종 격식 있는 행사에 적극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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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액세서리도 잊지 말 것
여기까지 읽고도 아직 확신이 없다면 괜찮다. 한 줄씩 천천히 시작하면 된다. 적절한 액세서리 하나만으로도 스트라이프는 옷차림에 스포츠 감성을 불어넣는다. 대표적인 예가 레프 타이다. 원래는 영국의 군대와 대학에서 사용하던 넥타이로, 줄무늬 패턴을 통해 소속 부대나 학교, 클럽을 구분했다. 이후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줄무늬 방향을 반대로 바꿨다.
고리 모양의 스트라이프 양말 역시 비슷한 역사를 지닌다. 축구장, 크리켓 경기장, 럭비 경기장에서 팀 유니폼의 일부로 사용됐던 디자인이다. 오늘날에는 옷차림에 색감과 개성, 움직임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아래 소개된 스트라이프 아이템들을 하나의 관문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시 브르통 셔츠를 들여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