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F의 괴짜 신작 워치, 머리가 시계인 5억 원 로봇의 등장

2026.06.19.조서형, Oren Hartov

MB&F의 최신작은 무려 5억3천만 원에 달하는 시계이자, 동시에 15kg짜리 로봇이다.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에서 신제품 출시는 새로운 다이얼 컬러를 추가하거나 케이스를 조금 더 얇게 만들거나, 혹은 무브먼트를 업그레이드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MB&F에게 신제품 출시는 15kg짜리 로봇을 만드는 일인 듯하다.

막시밀리안 뷔서가 이끄는 오트 오를로제리 실험실 MB&F의 최신 작품은 HM12 더 가디언이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MB&F를 정의해온 핵심 요소인 공상과학에 대한 향수, 키네틱 조각, 그리고 상식을 넘어선 기계식 시계 제작이 가장 순도 높게 구현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브랜드가 가진 기술력과 취향이 이번 작품만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적도 드물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5년 전 한 가지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시계가 로봇의 머리가 된다면 멋지지 않을까?” 답은 물론 그렇다. 물론 로봇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그 중심에는 완전히 새로운 시계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HM12는 스위스 시계 제조사 레페 1839와 협업해 개발한 티타늄 손목시계로, 로봇 동반자의 ‘머리’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플라잉 투르비용, 점핑 아워, 트레일링 미닛 디스플레이, 양면 마이크로 로터를 탑재했으며, 날카로운 각진 케이스는 전통적인 손목시계보다는 애니메이션 속 메카닉 로봇의 얼굴 장갑을 연상시킨다. MB&F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원래 브랜드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지만, 개발 과정에서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시계와 로봇을 합쳐 약 1,500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계 조형물로 완성됐다.

이 디자인 언어는 막시밀리안 뷔서의 경력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그는 2005년 해리 윈스턴을 떠나 MB&F를 설립한 이후 전통적인 시계의 형태를 끊임없이 거부해왔다. 자동차, 전투기, 개구리, 불도그, 우주선을 닮은 시계들을 만들어내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MB&F의 시계들은 종종 어린 시절 상상력을 최고급 기계식 시계 제작 기술로 구현한 물건처럼 느껴진다. 더 가디언 역시 그런 철학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브랜드는 1970~80년대 공상과학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으며, 공동 디자이너인 막스 메어텐스는 ‘트랜스포머’와 영화 ‘아이, 로봇’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MB&F다운 디테일도 있다. 이 시계에는 기계식 ‘페이스 실드’ 컴플리케이션이 탑재됐다. 왼쪽 크라운을 조작하면 일련의 보호 셔터가 서서히 내려오며 시계의 얼굴을 로봇 바이저처럼 가린다. 무려 200개 이상의 부품이 이 기능 하나를 위해 사용됐다. 실용성만 따지면 전혀 필요 없는 기능이지만, 이 작품의 정체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로봇 부분 역시 단순한 디스플레이 스탠드가 아니다. 가슴 부분에는 기계식 온도계가 들어 있으며, 한쪽 팔에는 무브먼트를 확대해 볼 수 있는 루페가 숨겨져 있다. 다른 팔에는 야광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UV 플래시라이트가 내장됐다. 벨크로 스트랩에서 HM12를 분리하면 시계를 로봇 몸체에 직접 장착할 수도 있다. 손목시계가 기계 조각 작품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럭셔리 시계 업계가 과거 명작 재발매와 안전한 상업적 선택에 집중하고 있는 시대에도 MB&F는 여전히 자신들만의 기묘한 길을 걷고 있다. HM12 더 가디언은 블루, 그린, 퍼플 세 가지 버전으로 각각 생산되며 총 36점만 제작된다. 곧 전 세계 어딘가에서는 몇몇 수집가들이 거실 건너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거대한 로봇 시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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