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남긴 낭만 시계, 롤렉스 GMT 마스터 루트비어

2026.06.28.조서형, Laura McCreddie-Doak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롤렉스, GMT-마스터 루트비어와 너무나도 깊게 연결된 인물이었다. 결국 사람들은 그 시계를 ‘클린트 이스트우드’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별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96세라는 놀라운 나이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은퇴를 선언했다. 누구보다도 멋지게 판초를 소화했던 남자는 마지막으로 카메라 렌즈캡을 닫고 감독 의자를 접었다. 배우, 감독, 프로듀서, 작곡가로 이어진 그의 경력은 ‘용서받지 못한 자’, ‘더티 해리’,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같은 걸작들을 남겼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그는 루트비어 롤렉스의 주인으로 가장 유명할지도 모른다. 스크린 안팎에서 그의 스타일과 너무나도 강하게 연결된 나머지, 결국 시계 자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별명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이스트우드는 이 시계를 과시용 아이템처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빈티지 시계 전문 플랫폼 밥스 워치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 그리고 세계적인 롤렉스 전문가인 폴 알티에리가 말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시계처럼 착용했죠. 실제로 자신의 시계였으니까요. 스타일리스트도 없었고, 협찬도 없었고, 의상팀이 준비한 소품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파이어폭스’, ‘타이트로프’, ‘사선에서’ 같은 영화에서 그의 손목에 등장하는 시계는 의상이 아니라 실제 그의 소장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계는 이스트우드 본인과 똑같은 균형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거칠고 햇볕에 바랜 듯한 느낌이지만, 동시에 적당한 금 장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죠. 강인하고 절제돼 있으며 과하게 번쩍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연결은 연출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겁니다.”

이스트우드는 1970년부터 1980년까지 생산된 GMT-마스터 Ref. 1675/3과, 그 후속 모델인 Ref. 16753을 모두 착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속 모델은 1979년부터 1988년까지 생산됐다. 두 모델 모두 즉시 알아볼 수 있는 브라운과 옐로 컬러의 투톤 베젤, 그리고 입체적으로 솟아오른 금색 ‘니플’ 인덱스를 갖추고 있다. 차이점은 Ref. 1675/3에는 퀵셋 날짜 기능이 없고, Ref. 16753에는 있다는 점뿐이다.

이스트우드가 정확히 언제 이 롤렉스를 손에 넣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971년 감독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에서는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집착적인 팬에게 시달리는 라디오 DJ 역할을 연기하면서 예거 르쿨트르 딥 씨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약 10년 뒤, 미국 항공우주국이 촬영한 사진 속에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앞에 선 그의 손목에는 분명 루트비어 GMT-마스터가 자리하고 있다.

그 시계를 손에 넣은 이후, 그리고 1982년 ‘파이어폭스’에서 처음 등장한 뒤, 이 시계가 다시 영화 속에 등장한 것은 2004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 정도로 보인다. 힐러리 스웽크가 출연한 이 복싱 영화는 이스트우드에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겨줬다. 반면 2008년 영화 ‘그랜 토리노’에서는 루트비어를 착용하지 않았다. 은퇴한 노동계층 자동차 공장 근로자라는 캐릭터가 롤렉스를 살 여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빈티지 드레스 워치를 착용했다.

재미있는 사실도 있다. 이스트우드는 2014년 전기 전쟁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루트비어 롤렉스 이야기가 돌았다. 브래들리 쿠퍼가 루트비어 GMT-마스터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스트우드가 선물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던 것이다. 중고 시계 플랫폼 서브다이얼의 커머셜 총괄 팀 그린은 이렇게 설명한다.

“롤렉스 GMT 루트비어는 항상 스틸 모델이나 풀 골드 모델보다 조금 더 매력적인 시계였습니다. 특히 투톤 케이스가 주는 따뜻함, 그리고 로즈 골드 특유의 분위기는 1970년대 감성을 전달하죠. 롤렉스가 2018년에 이 모델을 다시 출시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장에는 대기 명단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출시 당시보다 지금이 더 인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태가 정말 좋은 오리지널 Ref. 1675/3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죠.” 다시 말해,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루트비어 롤렉스를 차고 멋을 부릴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차라리 판초부터 구해보는 편이 빠를지도 모르겠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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