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패를 겪은 후 이를 발판 삼아 더욱 단단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단순히 성격이나 상황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성공 사례의 이면에는 연이은 실패가 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옛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다만 모든 사람이 뼈아픈 실패 후 이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실패 후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같은 실패를 겪은 후 이를 발판 삼아 더욱 단단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성격이나 상황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 ‘긍정 심리학’의 아버지인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여기서 착안해 ‘실패의 인지적 재구조화’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같은 실패를 겪어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행동과 감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어떻게 해야 실패에서 빨리 헤어나올 수 있는지, 인간의 해석 방식을 세 가지 축으로 나눠 설명했다.
개인화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릴 것인지, 아니면 외부 요인과 상황 속에서 파악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예를 들어 큰 기대를 모은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역시 나는 능력이 없다, 내 잘못이다’라고 생각하면 과도한 자기 비난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반면 ‘준비가 부족했고 일정도 촉박했다’고 외부와 상황에서 실패 요인을 찾으면 다음 도전에는 개선 가능한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 내 탓’ 아니면 ‘남 탓’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보다 정확하고 균형 있게 밝혀내 다음의 실패를 방지하는 데 있다.
영속성
개인화와 연결되는 항목이다. 실패를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일로 둘 것인지, 혹은 일시적인 사건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전자의 경우, ‘내가 하는 일은 다 이렇다’는 식으로 실패를 자신의 운명처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뇌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결론을 도출한 셈이라, 더 이상 도전할 욕구나 에너지가 끊어지고 만다. 반대로 ‘이번에는’ 잘 안 됐다고 생각할 경우, 뇌는 실패를 ‘상태’가 아닌 하나의 ‘사건’으로 여기고 다음에 다시 시도할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 단순한 긍정을 넘어 실제 회복력을 주는 사고방식인 셈이다.
보편성

특정한 실패를 삶 전체로 확대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영역에 한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예를 들어 업무에서 큰 실패를 했을 때, 스스로의 모든 점에 비관적 인식을 확대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일도 망했고, 인간 관계도 다 망가질 것이며, 재산 상태도 좋지 않으니, 내 인생은 전반적으로 최악이다’라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자존감이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하지만 같은 실패를 두고도 ‘개인적인 삶과는 별개’라고 생각하면 심리적인 손상이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 실패의 영향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세 가지 축에서 가장 비관적인 해석을 모아보면 ‘내 탓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인생은 다 망했다’로 수렴하게 된다. 반대로 낙관적 해석은 ‘여러 요인이 작용했고, 이번에 한 번 일어난 사건일 뿐이며, 내 삶의 다른 영역은 문제 없다’로 귀결된다. 셀리그만은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낙관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사고 훈련법을 제시했다.
ABCDE
실패 이후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점검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스스로의 부정적인 생각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긍정적 사고를 훈련하는 것이다. 우선 A는 Adversity를 말한다. 실패 상황 그 자체를 가리킨다. B는 Belief, 실패에 대해 우리가 즉각적으로 갖는 생각을 말한다. 여러 비관적 해석이 해당될 수 있다. C는 Consequence, 그 이후 생긴 감정의 결과물이다. 무기력과 회피, 포기 같은 반응이 대표적이다.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 D는 Diputation, 자신의 부정적 사고에 대한 반박이다. 무기력한 감정이 아닌 증거와 논리를 기반 삼아 정말로 항상 실패했는지, 다른 원인은 없었는지 객관적으로 따져 보는 것이다. 마지막 E는 Energization으로 이후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다. 부정적 사고가 개선되면 감정은 가벼워지고, 다시 도전할 에너지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실패를 겪지 않는 삶은 불가능하지만, 실패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디딤돌로 삼을 것인지, 낭떠러지로 여길 것인지는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어쩌면 ‘정신 승리’일 수도 있지만, 정신 승리도 승리라는 점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