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은 얼굴의 프레임 역할을 한다. 특히 얼굴 비대칭이 있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력이 좋아 도수 없는 투명 렌즈를 써야 한다면, 과연 괜찮은 걸까?

나에게는 타고난 재능이 두 개 있다. 예전에 한 하우스파티에서 현대무용 발레리나가 내 발을 보고 “정말 완벽한 무용수 아치형 발”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발 만들려고 엄청 노력한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시력이 2.0이다. 시야가 선명하고 정확해서 안경사가 내 연령대에서 본 시력 중 최고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 정도면 우쭐해할 법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전혀 기쁘지 않다. 오히려 슬프다. 왜냐하면 나는 안경을 썼을 때 훨씬 더 잘생겨 보이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나는 친구들의 안경을 잠깐씩 빌려 쓰곤 했다. 아이폰 화면 속 내 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보면 친구들은 한숨을 쉰다. 그러면 나는 또 한숨을 쉬며 다른 친구들에게 셀카를 보내 확인받는다. “그래, 네가 안경 쓰면 더 잘생겨 보인다”라는 답과 함께, “왜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지는 모르겠다”는 위로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내가 왜 더 나아 보이는지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얼굴 대칭이 완벽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안경은 일종의 비계 구조물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곧은 선이 얼굴도 더 곧아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팀 버튼 영화에 나올 것처럼 기괴하게 생긴 집이라도 철제 기둥과 판자를 덧대놓으면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다른 이유들도 있다. 나는 머리카락이 없기 때문에 안경은 일종의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처럼 느껴진다. 면도기로는 줄 수 없는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사치 같은 것이다. 안경을 쓰면 기분도 더 좋아지고, 더 똑똑해 보이며, 마치 서울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모든 걸 포기하고 수제 캔들 사업을 시작한 남자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나는 둘 다 할 능력이 전혀 없지만 말이다.
물론 이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확한 공식은 아니다. 2022년 요르단 대학교 연구에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안경을 쓰지 않은 얼굴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 창궁대학교 연구에서는 안경 디자인 자체가 중요한 요소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 꽤 당연한 이야기다. 기본 안경보다는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사랑받았던 올리버 피플스 클래식 프레임이 훨씬 더 멋져 보일 가능성이 크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 혼란스럽다. 몇몇 친구들과 지인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남 시선 신경 좀 그만 써. 그냥 도수가 없는 렌즈를 끼고 다니면 되잖아.” 솔직히 어느 정도 동의한다. 어차피 친구들은 술집에서 안경 아니어도 다른 걸로 놀릴 테니까. 하지만 내가 망설이는 이유는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게 의료적 상태를 흉내 내는 행동 같기 때문이다. 물론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뮌하우젠 증후군이 아닌 이상 멀쩡한 팔에 굳이 깁스를 하고 다니진 않는다. 또 실제 애니메이션 악당이 아닌 이상 재미로 안대를 쓰고 다니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안경은 다른 걸까? 찬성파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선글라스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햇빛 아래에서는 누구나 선글라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두가 안경이 필요한 건 아니다.
어쩌면 나는 그냥 내가 시력이 너무 좋다는 사실을 이미 세상에 공개해버렸다는 점에 화가 난 걸지도 모른다. 자존심이든 시력이든 둘 중 하나가 무너지기 전까지는, 나는 안경 없는 삶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다. 조용히만 넘어간다면, 어쩌면 아무도 진실을 모른 채 당신은 클라크 켄트 코스프레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