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적게도 해보고 많게도 해봤지만, 집에서 끓여 먹으면 그 맛이 안 난다.
❶ 탁 트인 한강 전망

한강에 도착하면 탁 트인 경치 때문에 이미 기분이 좋아진다. 서울을 대표하는 스카이라인이 한강을 따라 펼쳐지고 그 뒤로 커다란 산이 조화롭다. 간간이 유람선과 오리배가 돌아다닌다. 깨끗하고 잘 정돈한 도로와 잔디밭 때문에 어디나 앉아도 고급 호텔 부럽지 않은 전망을 자랑한다. 맑은 날이라면 충분한 햇빛과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한다. 이렇게 야외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우울감을 낮추는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탁 트인 한강 전망은 배경이 아니라 천연 조미료다.
❷ 라면 조리기의 조리 방법
왜 집에서 조리하면 그 맛이 나지 않을까? 물론 야외라는 특성도 있지만 조리기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라면 조리기는 정량보다 약 100ml 정도 적은 400~450ml가량의 물이 나오고 조리 시간도 3분 30초 정도로 짧다. 꼬들면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조리하고 자리에 가는 시간까지 계산한 것이다. 즉, 한강 라면은 처음부터 ‘집에서 끓인 라면’과 다르게 설계되었다. 국물은 더 진하고 면은 더 탄력이 있다. 여기에 야외 공기 중 수분과 강바람이 더해지면 뜨거운 국물에서 올라오는 증기가 후각을 더 강하게 자극한다. 봉지에 있는 레시피대로 아무리 끓여도 그 맛이 안 나는 이유다.
❸ 함께 먹기

야심한 밤이라면 혼자 먹는 라면이 맛있겠지만, 탁 트인 야외에서 친구나 지인과 먹는 라면이 왜 더 맛있냐고 물으면, 과학적인 이유로 답할 수 있다. 국제 학술지CABN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함께 먹는 음식’이 ‘혼자 먹는 음식’보다 음식에 대한 기대감, 쾌감, 욕구 평가가 모두 높다. 여기에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는 쾌락적 기대는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강에서 함께 먹는 라면은 정확히 여기에 해당한다. 두세 명이 국물라면, 비빔라면, 짜장라면 등 각자 다른 라면을 놓고 먹을 때 더 맛있는 이유다.
❹ 다양한 맛의 경험
조리기 앞에 서 있으면 독특한 장면을 보게 된다. 같은 라면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특별한 장소와 시간에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하는 심리적 이유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맛 차이가 극명하게 나뉘는 라면의 대비 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먹던 것과 다른 음식을 한입 먹으면, 그 차이가 풍미를 뚜렷하게 만든다. 신라면을 먹다 짜파게티를 먹으면 단맛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원리다.
❺ 각얼음 칵테일과의 조화

뜨거운 라면 국물 한 모금과 얼음 가득한 하이볼 한 모금.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오는 조합이다. 왜 맛있냐고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모두 대답할 수 있다. 차갑고 쓴 알코올과 뜨겁고 짭짤한 국물의 대비는 각각의 맛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 최근에는 각얼음 봉지를 통째로 쓰는 조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복분자, 소주, 사이다를 1:1:1 비율로 섞은 복소사가 가장 인기가 많고 위스키와 탄산수를 넣은 하이볼, 소주와 탄산수, 레모네이드를 섞는 칵테일이 뜨고 있다. 한강에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강 라면에 각얼음 봉지에 빨대를 꽂고 칵테일을 마시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너무 뜨거워지면 즐기기 어려우니 지금, 이때, 한강에서 행복과 낭만을 즐겨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