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하다면 주변을 바꾸자. 시험공부하기 전에 책상부터 정리하는 것처럼. 매일 같은 공간, 같은 풍경, 같은 루틴 속에 갇혀 있다 보면 누구라도 지친다.

모든 게 귀찮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이 자주 있어서 문제다. 출근은 하기 싫고, 퇴사하고 싶고, 주말이 와도 딱히 즐겁지 않다. 침대에 누워 유튜브만 보다 하루가 끝난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큰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의욕이 안 난다.
이럴 때 사람들은 흔히 여행을 가거나, 회사를 그만두거나, 새로운 취미를 찾으려고 한다. 물론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집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환경은 기분에 큰 영향을 준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도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보다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매일 보는 공간이 생각보다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다.

가구 옮기기
이사를 하고 나면 며칠 동안은 기분이 좋다. 집이 넓어져서도 아니고 새 가구를 산 것도 아니다. 단지 공간이 낯설어졌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매일 같은 풍경을 본다. 침대 위치, 책상, 소파도 늘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매일 같은 각도로 TV를 보고 같은 천장을 본다. 환경심리학 연구에서는 공간의 변화가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준다고 한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주변 환경이 정돈되거나 변화하면 집중력과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굳이 비싼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침대 방향을 바꾸고, 책상을 창가 쪽으로 옮기고, 소파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분위기가 달라진다. 뇌는 생각보다 쉽게 속는다.
조명을 다르게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어두컴컴하다면 기분이 좋아질 리 없다. 하버드 의대 수면 전문가 매튜 워커는 저서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빛이 기분과 생체리듬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라고 했다. 실제로 강한 백색광은 각성을 높이고, 따뜻한 색의 조명은 안정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스탠드 하나만 둬도 집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밤에는 형광등 대신 간접조명을 켜보자. 집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진다.

물건 버리기
보통 공허하면 쇼핑을 한다. 아니다. 그 반대다. 버려야 한다. 버리면서 채워지는 무언가가 있다. 집을 둘러보자. 읽지 않는 책, 옷, 전자기기, 언젠가는 쓰겠다고 산 잡동사니, 아직 뜯지 않은 택배 상자 등 쓸모없는 물건이 한가득이다. UCLA의 일상생활 연구센터(CELF)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집 안의 물건이 많을수록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대청소를 하고 나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방이 넓어져서가 아니다. 머릿속도 함께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침구 교체하기
번아웃이 오면 불면증도 온다. 이 망할 것들은 바늘과 실처럼 세트로 붙어 다닌다. 의외로 잠자리는 가장 오래 사용하는 가구인데 가장 신경을 안 쓰는 인테리어중 하나다. 베개 커버를 바꾸거나, 이불 색상을 바꾸거나 침구를 세탁하는 것만으로도 집 분위기가 달라진다. 수면 연구의 권위자인 매튜 워커 역시 수면 환경이 수면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퇴사 욕구가 생길 정도로 지쳤다면 잠자리를 바꿔보자. 그럼 또 다른 잠자리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거다.
